국내 최초, VR․AR․MR 접목, 중앙박물관 ‘디지털 실감영상관’ 개막

정부가 국립중앙박물관에 새롭게 VR과 AR기술을 응용한 ‘디지털실감영상관’을 설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인간의 오감을 자극해 몰입도를 향상시키는 실감기술에 기반한 다양한 문화유산 실감콘텐츠를 일반에게 선보이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5G)이 상용화된 이래, 실감콘텐츠는 5세대 이동통신 환경에서 소비자가 가장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핵심 기능이다. VR, AR, 혼합현실(MR), 고해상도영상, 홀로그램, 외벽영상(미디어파사드) 등이 어우러진 첨단 기술에 의한 것이다.

관람객들 참여형 콘텐츠
중앙박물관 ‘디지털실감영상관’에선 ‘꿈을 담은 서재, 책가도’로 조선 후기 유행했던 책가도 병풍을 소재로 한 관람객 참여형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조선 후기 책가도는 책과 문방구뿐 아니라 삶의 행복을 기원하는 여러 물건을 담았다. 
이 작품 전시는 관람객들의 참여로 완성된다. 관람객은 영상관에 비치된 태블릿 PC로 책장을 고르고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채운다. 자신과 친구의 얼굴을 담은 사진 액자를 놓을 수도 있고, 조선 후기 책가도 작가들처럼 인장에 자기 이름을 새겨 둘 수도 있다. 완성된 책장은 벽면의 대형 책가도 영상으로 이동되어 다른 관람객과 공유한다. 조선 후기 책가도는 한 칸, 한 칸, 관람객의 작품으로 채워지며 새로운 작품으로 거듭난다.

3D와 미디어아트로 실감 더해
다음 방에선 폭 60m, 높이 5m의 3면 파노라마 스크린이 펼쳐진다. 온몸을 감싸는 초대형 영상은 관람객들에게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마치 그림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준다. 이곳에서는 “금강산에 오르다”, “왕의 행차, 백성과 함께하다”, “영혼의 여정, 아득한 윤회의 길을 걷다”, “신선들의 잔치” 4종의 콘텐츠가 교차 상영된다. 
이들 작품은 등장인물을 3D로 구현하였으며, 궁중무용은 무형문화재 전수자들의 모션을 캡처하여 그림에 입혔다. 일부 그림은 미디어아트로 재현되어 시각적 즐거움을 더한다.
우리의 옛 그림은 빛에 약해 오랜 기간 전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곳에 전시된 ‘태평성시도’는 8K 고화질로 원본의 이미지를 오롯이 구현하여 실제 그림을 보는 듯 선명하다. 

가상현실, 경계를 허물고 세상을 잇다
1층 복도(역사의 길)에 있는 경천사 십층석탑은 이번 실감콘텐츠 체험관의 백미다. 낮에는 증강현실(AR) 기술을 통해 각 면의 조각을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고, 일몰 후에는 석탑의 각 층에 새겨진 조각과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숨은 이야기들을 외벽영상(미디어파사드) 기술로 구현한 작품을 특별히 만나볼 수 있다.
박물관 수장고나 보존과학실은 은행의 금고나 병원의 수술실처럼 누구나 들어갈 수 없다. 그러나 실감영상관 2에서는 가능하다. 최근 박물관 전시뿐 아니라 박물관의 소장품 관리, 보존처리 등에 대한 일반의 관심도 높아졌다. 이런 수요에 발맞춰 박물관 수장고와 보존과학실을 가상현실로 재현하였다. 
박물관의 실제 공간을 바탕으로 만든 가상 세계에서 관람객은 수장고를 다니며 소장품을 확인하고, 보존과학실에서 유물을 수리한다. 이밖에도 영상관 내에 펼쳐지는 가상현실에서는 삼국과 가야의 무덤 내부를 다니고, 개미같이 작은 존재가 되어 감은사터 동・서삼층석탑 사리장엄을 살펴보거나, 또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청자 문양의 세계로 들어갈 수도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고구려로…
이처럼 ‘디지털실감영상관’은 4차산업혁명시대에 전 세계 유수의 박물관이 디지털 박물관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추세에 발맞춰, 박물관 상설전시공간에 실감콘텐츠 체험공간을 본격적으로 조성한 국내 첫 번째 사례로 꼽힌다. 박물관 전시·관람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첫 케이스로 주목을 끈다. 앞으로 정부는 중앙박물관을 시작으로 국립청주박물관, 국립광주박물관, 국립대구박물관에서도 순차적으로 문을 열 계획이다.
관람객들은 중앙박물관 네 개의 상설전시공간에서 실감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디지털실감영상관 1관(1층 중근세관 내)’과 ‘디지털실감영상관 3관(1층 고구려실내)’은 프로젝션 맵핑 기술로 공간을 채웠다. 이는 대상물의 표면에 빛으로 이루어진 영상을 투사해 변화를 줌으로써, 현실에 존재하는 대상이 다른 성격을 가진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기술이다. 영상관 1관에서는 보물 제1875호인 정선의 신묘년풍악도첩 등을 소재로 한 4종류의 고화질 첨단영상을 폭 60미터, 높이 5미터의 3면 파노라마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영상관 3관에서는 북한에 있는 안악3호무덤 등 고구려 벽화무덤을 사실적으로 재현해, 무덤 속에 실제로 들어간 것과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그간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문화기술(CT)을 국립문화시설에 접목해 실용화한 첫 시도”라고 평가했다. 문체부는 중앙박물관을 시작으로 ’20년에는 국립경주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도서관 등으로 국립문화시설 실감콘텐츠 체험관 조성 사업 대상 기관을 늘리고, 지역의 공립 박물관·미술관에서도 소장유물(작품)을 실감콘텐츠로 제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확산해 나갈 예정이다.
‘디지털실감영상관’의 관람은 중앙박물관 누리집(www.museum.go.kr)에서 상설전시관 사전 예약을 한 이후 5월 20일(수)부터 모든 체험관을 둘러볼 수 있다. 다만, 일몰 후에만 관람할 수 있는 경천사 십층석탑 외벽영상(미디어파사드)은 야간 개방이 이루어지는 5월 20일(수)부터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오후 8시에 상영된다. 자세한 관람방법은 중앙박물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류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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