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에서 읽는 로마인의 지혜
야누스에서 읽는 로마인의 지혜
  • 장영철
  • 승인 2020.05.2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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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철 前 자산관리공사 사장
장영철 前 자산관리공사 사장

모든 생물은 자기의 구역을 정하여 지키려하고 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도 역시 집이나 건물, 또는 도시나 국가 등 다양한 계층으로 사회 집단을 구성하여 살아가면서 자기의 영역을 다른 집단과 구분하도록 경계를 정하여 집단을 보호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과거 중국인들은 북방민족에게 시달리는 데 지쳐서 우주선에서도 볼 수 있는 거대한 담장인 만리장성을 쌓았다. 과학기술과 통신이 크게 발전된 현대에서는 이렇게 거대한 눈에 보이는 담을 쌓지 않아도 경계를 지켜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담으로 막힌 경계선에서 안과 밖을 교류하게 해주는 접속점이자 통로가 문(門)이라고 할 수 있다. 문은 경계선으로 차단된 인간들을 만나도록 하여 경제 및 사회활동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한편으로는 외국과의 전쟁이나 무역 거래 등의 통로가 된다. 따라서 문의 안쪽과 바깥쪽의 사정을 두루 파악하여 문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지키는 것은 문 안에 있는 사람을 보호하고 밖으로는 경제 및 활동을 지원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지구촌전염병사태에서 문을 잘 지킨 나라들이 피해가 적었던 실례는 문(門)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의 역할을 잘 깨달은 사람들이 고대 로마인이다. 고대 로마신화에서 문을 지키는 신(神)을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는 두 개의 얼굴을 갖는 야누스로 한 것은 지금 보아도 상당한 타당성이 있다. 경계선에 세워져 문의 안 팎을 동시에 지켜볼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로마인들의 이러한 실용적인 개념은 로마 달력에서도 나타난다. 시간을 인간이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년과 월 등으로 구분하여 놓은 로마인들은 새로 시작하는 년도의 첫째 월인 1월을 ‘새해로 들어가는 시간의 문(門)’으로 여기고 ‘야누스의 달’이라고 하였다. 새로운 해의 시작점에서 지나간 과거를 돌이켜 보고 새로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하려면 과거와 미래를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경계선의 문(門)을 제대로 지키려면 문의 안쪽뿐만 아니라 문 바깥쪽의 정세를 잘 살펴보고 대비하여야 하고, 새해 첫째달에는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대비하여야 한다는 로마인의 지혜는 거대 제국을 이루어 낸 로마인들의 저력을 알게 해주는 지혜이다. 또한 영토를 넓혀가는 과정에서 정복한 나라의 주민들에게 로마시민권을 부여하여 정복한 사람과 동등한 자격을 부여한 것은 대제국을 만드는 굳건한 기초가 되었다고 한다. 로마처럼 대제국을 건설하기는 커녕 내분으로 나라를 일본에게 갖다 바친 조선의 정치인들과는 크게 대조가 되는 역사적 사실이다. 조선이라는 나라를 망친 이유가 어디 한 두가지는 아니겠지만 현실세계와 괴리된 몽상가적인 사상에 탐닉하여 자기가 아닌 남을 적으로 처단하여야 할 존재로 인식하는 편협된 사고구조를 갖게 된 집단의 책임이다. 이들은 탈레반이나 홍위병과 다르지 않게 특정이념에 매몰되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끊임없이 음모와 거짓말을 양산하여 반대파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하였다. 심지어는 이미 죽은 반대파들을 '부관참시'하는 등 과거의 사건을 현재의 기준으로 처벌하는 무리도 서슴치 않으면서 정권유지에만 몰두하였다. 이들은 정권유지를 위하여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있다가 조선을 둘러 싼 문(門)밖의 국제정세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국민들을 외적의 노예로 만들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지배에서 간신히 벗어나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세계 12위의 경제규모로 성장한 것은 정말 기적과 같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될 나라였다느니 경제를 견인하였던 기업을 노동자들을 착취한다느니 하면서 불공정과 불의로 가득 찬 나라로 매도하면서 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망가뜨리는 집단이 많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과거 사상충돌로 발생된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들의 경우 관점에 따라 논란이 생길 수 밖에 없고 더구나 그동안 수 없이 조사하여 결론을 낸 사건임에도 끊임없이 다시 조사하자는 등 온통 과거에만 집착하고 있는 집단의 행태는 조선시대 집단의 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이 내세우는 정의 공정 공평은 이미 코메디로 전락되고 있다. 정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집단이 일제에 핍박받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내세워 어린 학생들까지 기탁한 거액의 성금을 횡령한 혐의는 이들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이다. 할머니들 입장에서는 같은 민족에게 또 당한 사건이므로 일본인에게 당한 것 보다 더 가슴아픈 일이 될 것이다. 우리의 과거 불행한 사건이 이러한 협잡꾼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되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미래를 제대로 대비할 수 있다. 의견이 다른 집단을 파트너로 존중하고 과거와 미래를 균형있게 바라보고 지켜 낸 로마인들의 지혜가 부러운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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