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하기는 해야하는데....

 

우리나라는 ‘반도체 강국’이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 의존도가 높다. 시스템반도체는 아직도 세계 점유율 1% 내외에 불과하다. 정부와 기업은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은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SK하이닉스는 시스템 반도체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삼성의 반도체 비전 2030

삼성은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평택 캠퍼스에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파운드리 라인을 착공했다. 화성 V1 라인에 이은 초미세 반도체 생산 기지다. 우선 화성에서 5나노 양산을 시작하고, 평택에도 확대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10조원 정도의 투자를 예상하고 있다. 원래 시스템 반도체 투자 규모는 메모리 반도체보다 2~3배 많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 구축 계획은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겨냥한 삼성의 ‘반도체 비전 2030’ 구상에 따른 것이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톱’의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다.

 

시스템 반도체

반도체 산업은 크게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 그외 장비·소재 분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시스템 반도체는 연산·제어 등 정보 처리 기능을 갖고 있는 반도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한다.

또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이나 공장은 크게 종합반도체(IDM), 팹리스(설계 전담), 파운드리(생산 전담) 등으로 구분한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직접 모든 공정을 담당할 역량을 갖춘 종합반도체업체다. 하지만, 설계 쪽 특화성이 강조되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파운드리에 집중하고 있다. 데이터 저장용인 메모리 반도체 쪽은 삼성전자가 최강이지만, 고도의 연산·처리를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 설계는 인텔 등 미국 업체가 노하우를 갖고 있다. 반도체 설계(팹리스)의 경우에도 우리나라는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밀리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의 아픈 기억

SK하이닉스도 시스템 반도체를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고 있다. 과거 SK하이닉스는 2016년 D램 미세공정 전환이 늦어 실적에 큰 타격을 받았던 적이 있다. 2015년 분기별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다가 2016년에는 반토막으로 줄었다. 글로벌 D램 시장에서 IT기기의 수요 둔화로 공급과잉이 되면서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선제적 투자로 미세공정 기술에 가장 앞선데다 공정 전환도 일찍 이뤄내 타격을 최대한 방어할 수 있었다.

SK하이닉스는 2019년에도 급격한 실적 하락을 겪었다. 글로벌 경기 악화로 역시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가격 변동폭이 크다. 반면 시스템반도체는 수요자의 요구에 맞춰 제품이 생산되는 ‘주문형 방식’이어서 업황에 영향을 덜 받는다. SK하이닉스도 메모리반도체에 의존하는 사업구조를 개선해 시스템반도체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아직 격차가 있다.

 

 

SK하이닉스와 시스템반도체

SK하이닉스는 2017년부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를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으로 분사한 뒤 파운드리를 육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장 사업성 높은 시스템반도체로 꼽히는 이미지센서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중국 우시 공장이 올해 중으로 양산을 계획 중으로, 현지 반도체 수주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올 초에는 파운드리 업체인 매그나칩도 인수했다. 직접 출자한 매그너스 사모투자합자회사(PEF)가 매그나칩 파운드리 부문을 인수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SK하이닉스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투자규모도 크지 않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유망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와 손을 잡은 상태다. 2년간 최소 1000억원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총 800억원을 출자하고 한국성장금융이 운용하는 성장사다리펀드가 200억원을 매칭 출자해 2년에 걸쳐 1000억원 이상의 펀드를 설정한다. 펀드의 주요 투자 대상은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하는 국내 중소·벤처기업이다. 이들 업체의 R&D, 인수합병(M&A), 마케팅, 해외진출 등을 도울 계획이다.

 

LG와 시스템반도체

한편 LG그룹도 시스템 반도체를 통해 반도체 사업에 재시동을 걸고있다. LG그룹이 2014년 인수한 실리콘웍스는 디스플레이 구동 칩 설계 업체(팹리스)다. 실리콘웍스는 스마트폰·태블릿PC·TV용 디스플레이 패널에 신호를 전달해 영상을 구현하는 국내 최대의 디스플레이 구동 칩(DDI) 설계 회사다.

LG는 메모리반도체 회사로 입지를 다지던 LG반도체가 외환위기 당시 정부 주도의 빅딜 과정에서 현대그룹에 넘어가면서 현대전자를 거쳐 SK그룹 계열사인 SK하이닉스로 거듭난 역사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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