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소외․배제 AI가 아닌, 인간 집단지성 극대화에 AI활용

사진은 지난해 디자털 전자전에 출품된 네이버 암비덱스 로봇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은 지난해 디자털 전자전에 출품된 네이버 암비덱스 로봇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AI가 번성할 경우 자칫 인간성과 그 존재마저 위협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그런 가운데 최근엔 인간 소외의 AI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집단적 능력과 인격, 지성을 AI에 접목하고, 인간의 집단 지성이 AI를 조정할 수 있게 하는 ‘집단 AI’의 발상이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간 집단을 ‘수퍼 전문가’로
집단AI는 인간의 능력을 증폭시켜 집단을 ‘수퍼 전문가’로 기능하게 하는 새로운 종류의 인공지능이다. 영국 우주과학 저널리스트인 그레그 프라이어가 처음 제기한 이 개념은 특히 인간을 배제한 AI 기술이나 러닝 머신, 스마트 머신의 위험성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 동안 AI기술에 대해 많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은 인간을 배제하고, 나아가선 인간 세계를 지배할 것이란 우려를 금치못했다. 일찍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도 “온전한 인공 지능의 개발은 인류의 종말을 불러올 수 있다”고까지 한 적이 있다. 또 IT혁명의 선두에 서있는 엘론 머스크조차 “자칫 잘못하면 인공 지능의 개발은 지상에 희대의 악마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는 100년 안에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이란 우려도 내놓고 있다.

이같은 우려들에 대한 대안을 고민한 끝에 나온 것이 집단AI다. 이는 ‘인간을 외면하거나 소외시키는 별종의 기계 지능’을 배격한다. 대신에 알고리즘을 통해 인간 지성을 확장하는게 키워드다. 즉 ‘일반적인 인간 그룹을 고도의 전문 지성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 인공 지능’이라는 설명이다. 기계에 인간의 지능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두뇌와 지성을 초인적으로 증폭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구성된 집단 AI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도 인간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만약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인간이  손을 떼거나 결정을 미루게 되면 AI 기능 자체가 멈춰버리는 방식이다.

만인이 참여하고 공감하는 집단AI 기술 등장
미국에선 이런 발상에 토대를 둔 이른바 ‘유나니머스 AI’라는 기술로 개발했다. 유나니머스 AI는 말 그대로 만인에 의한 만장일치 내지 만유의 확대지성 정도로 해석된다. 즉, 인간의 직관과 감정, 감각, 그리고 지식을 증진함으로써 특정 전문가의 결정보다 한층 탁월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게 하고, 집단 지성을 극대화하며 십분 활용하는 방식이다.
엘런 머스크도 이런 인간중심의 AI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그는 이에 관한 연구 기관을 설립하고, “인간친화적이고 인간중심적인 인공지능을 통해 인류 전체에 유익한 효용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IBM도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저작권에 대해 유연하고 개방적인 오픈소스 라이선싱 방식으로 시스템ML(System ML) 기술을 개발했다. 빅 데이터의 패턴을 인식하고 분석하는 시스템ML은 전자의료기록(EMR) 시스템 등 복수의 데이터 소스로부터 데이터르 수집, 분석한다.

엘런 머스크, IBM 등 집단AI 제품화
이같은 노력들은 AI를 보다 안전하게 이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 중에서도 ‘유나니머스 AI’는 집단AI의 개념과 가장 가까운 것이다. 유나니머스 AI는 “함께 생각하는” 조직을 구현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개인 역량의 총합을 능가하는 집단의 힘을 보여주는 각종 무리, 떼, 군집, 집단의 사례와도 같다. 인류의 ‘지적 집단’ 형성을 도와주는 특별한 AI기술의 접목과 활용이라는 설명이다.

이 경우 집단 AI는 그러나 어디까지나 집단의 알고리즘에 의해 움직인다. 그렇지 않고 만약 인격적 혹은 인간적 감성이나 의지가 구체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경계한다. 예를 들어 집단 지성 참여자 중 누군가가 굳이 각자의 사안별 의지를 담은 투표를 제안하면 자동으로 프로세스가 종료되는 방식이다. 그래서 ‘집단’이라는 개념을 투표와 혼동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투표가 구성원들 간의 차이를 드러내는 방식인데 반해, 집단 AI란 그룹이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는데 도움을 주는 개념이다

집단AI는 투표 아닌 ‘알고리즘’으로 작동
즉 집단AI를 가동하는 알고리즘은 투표와 같은 방식을 거부하는 것이다. 대신에 집단 AI는 멤버들이 지속적으로 밀고 당길 수 있는 일종의 사이버 ‘퍽(puck)’을 사용한다는게 앞서 유나니머스AI의 방식이다. 컴퓨터 스크린에서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이 퍽을 통해 구성원들은 그룹이 목표하는 서로 다른 가능성들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혹은 멀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의료 진단의 경우, 특정 소견의 정확도에 대한 집단의 믿음과 확신 정도에 따라 퍽의 위치가 이동하는 것이다. 퍽이 일종의 잣대 역할을 하는 셈이다.

결국 이를 통해 집단AI는 집단의 모든 구성원들이 다른 모든 이들의 생각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집단의 판단을 가장 잘 반영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수렴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기계 지능의 위협을 제거하고, 분석 역량은 크게 증대시킬 수 있다. 이런 집단 AI는 빠르면 내년 중으로 상용화될 전망이다.
물론 이는 기계 학습에 의지하는 전통적인 AI에 기반을 두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인간소외와 같은 기존 AI의 단점을 배제하고, 그 장점만을 취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집단AI가 가까운 시일 내에 FDA 승인을 획득하는 유일한 인공 지능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의학이나 의료 분야에 특히 유용할 듯
집단AI는 특히 의학이나 의료 IT 분야에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이미 학습 기계를 통해 의료 기록 검토나 정보 시스템 간 데이터 공유를 해왔으나, 환자 진단과 치료와 관련한 의사 결정 과정을 개선할 방법을 늘 모색해 왔다. 실제로 IBM ‘왓슨 헬스’ 솔루션도 그런 목적으로 출시되었고, 또 다른 IT업체들도 심층 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질병 패턴을 포착함으로써 화상 진료를 행하는 의료진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모든 것이 기존의 학습 기계에 의한 진료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일환이다.
특히 의학적인 진단은 AI에 기반해 정형화된 규정에 기반한 단순한 의사 결정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좀더 포괄적이고 복잡한 경우의 수를 감안한 지성과, 인간의 본질적인 감각과 가치, 이해 등의 변수를 감안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목적으론 집단AI가 적격이라는 판단이다.

류정희 기자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