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만 한서대 교수
박경만 한서대 교수

IBM 클라우드 경영책임자인 짐 컴포트는 최근 “우리는 이기기 위해 시장에 들어왔다”고 선언했다. 내외신은 기다렸다는듯 그의 얘기로 도배를 하다시피 한다. 그간 구글이나 AWS, MS에게 클라우드 시장을 선점당한 IBM의 오기가 서린 다짐이라고 할까. 컴포트는 “주요 사업 모델을 파괴적으로 혁신할 것”이라며 ‘시장에서 이기기 위한’ 대원칙을 제시했다. 그리곤 이런저런 전술과 전략도 공개했다.

우선 특정 분야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IBM이 하는 모든 사업이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될 것이라고 했다. ‘클라우드=IBM’임을 선언하며 창사 이래 초유의 대변신을 꾀한 것이다. 그리곤 인지 컴퓨팅과 왓슨(Watson) 인공 지능 서비스에도 주력하겠노라 다짐했다. 이에 클라우드 빅인사이트나 아파치 스파크 같은 분석 툴을 접목하면 장차 AWS를 제압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앱을 구축하고, 실행, 배치, 관리하기 위한 통합 데브옵스 기능을 강화해 고객 기업의 생산성도 크게 높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자사의 독창적 무기인 블루믹스 가라지와 각종 툴을 함께 사용하도록 개방할 것도 약속했다.

그러나 중흥을 위한 이번 IBM의 다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개별 업계에 대한 ‘매우 세심한’ 집중”이 그것이다. 말하자면 무작위적 시장이 아니라, 개별 산업 혹은 기업별로 집약된, 혹은 맞춤형의 서비스에 집중할 것이란 얘기다. 이처럼 고객 기업 하나하나의 ‘가려운 곳’을 찾아 긁어주는 전략으로 구글, MS, AWS 같은 막강한 라이벌들과 맞서겠다는 것이다. 또 기업 고객들의 심성을 헤아리기라도 하듯, 각자 선호하는 클라우드 배치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고, 앱과 작업 부하는 일관된 접근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기업과 개발자는 IBM의 블루믹스 플랫폼으로 앱을 개발할 때 클라우드에서 공공, 전용, 로컬 옵션 등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IBM의 ‘개별 기업에 대한 세심한 집중’은 일단 ‘공감’을 떠올리게 한다. 공감능력은 수많은  소비자가 얽혀있는 기업과 시장 네트워크에서 필수다. 그것이 블록체인이든, 어떤 기상천외의 플랫폼이든 그 바탕엔 진실된 공감능력이 스며있어야 한다. 오토바이의 대명사 할리 데이비슨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승승장구하는 것도 그 덕분이다. 모든 고객들을 이들은 ‘오토바이족’이라고 부른다. 오로지 ‘오토바이족’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며, 제품을 생산한다. 굳이 ‘고객이 왕’이라며 간살을 떨지도 않고, “우리가 바로 그들이고, 그들이 곧 우리”라는 생각으로 충만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객 공감지수, 그것이야말로 할리 데이비슨의 최대 무기다.

IBM의 성공 여부는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몫이다. 다만 화려한 귀환을 자신하는 그 ‘선언’이 슘페터가 말한 ‘진정한 기업가 정신’에서 나온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저 글로벌 기업 브랜드 파워로 새 모드의 상품을 내놓고, 그 성공적 판매에 판돈을 거는 것이라면 결과는 뻔하다. ‘세심한 집중’ 역시 소비자들을 무용한 ‘소모품’으로 여기는 자본의 태도에서 나온 것이라면, 금방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기업 스스로 나르시시즘에 취해, “이런 제품인데 좋아하지 않곤 못배길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감성을 윽박지르다간 더욱이 필패다.

공감은 기업이 소비자를 설득하는 가장 큰 무기다. 비즈니스에선 기업과 소비자 간의 텍스트 경계를 넘어서야 하는 것이다. IBM은 말끝마다 구글과 AWS에 대한 견제에 가장 굵은 방점을 찍어 공감의 진정성이 의심되기도 한다. 그래서 다시 할리 데이비슨 얘기다. 이 회사는 기업 조직 아닌 오토바이족의 편에서 그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진심을 다했고, 단순한 제조사가 아니라 수많은 오토바이족들이 꿈꾸는 로망, 그것을 이루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덕분에 다시 화려하게 부활했고, 오늘도 할리 데이비슨은 건재하다. 공감이 바탕된 조직이나 존재는 그렇게 수명도 길다. 그렇다면 ‘세심한 집중’은 IBM의 수명을 얼마나 늘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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