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에 대한 ‘파운드리’ 공급 차단, 美에 ‘부메랑’?
화웨이에 대한 ‘파운드리’ 공급 차단, 美에 ‘부메랑’?
  • 류정희 기자
  • 승인 2020.06.3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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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세계 반도체 시장 지배력 오히려 약화될 수도’ 지적
사진은 글로벌파운드리의 생산공정으로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은 글로벌파운드리의 생산공정으로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미국은 지난 5월부터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를 내세워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 조치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압박 전략이 오히려 세계 반도체 시장에 대한 자국의 지배력 약화를 자초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미국이 제재에 나서자, 계열사인 하이실리콘의 자체 기술로 모바일 AP(Application Processor)을 개발하고, 그 제조를 TSMC에 맡겨왔다. 그러나 TSMC도 지난 5월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제재조치를 발표한 직후 신규 거래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 TSMC는 1년 전에 미국이 처음 제재에 나설 당시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선언했던 美 인텔, 퀄컴, 마이크론, 英 ARM 등과 달리 TSMC는 거래 유지 의사를 고수했다. 그러나 자사 특허 중에서 미국 내 출원 건수가 가장 많을 정도로 대미 의존도가 높은 TSMC로선 이번에는 제재 조치에 동참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은 파운드리 분야의 기술적 우위를 통해  가장 큰 수요자인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에 나선 것이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산업의 사실상 완제품 공정에 해당되는 것이다. 비메모리 부문인 시스템반도체 중 설계와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패블리스 업계와는 달리, 웨이퍼를 가공하고 반도체칩을 위탁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파운드리가 없다면 반도체 공정이 완성될 수 없고, 생산이나 출고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력한 파운드리 업체는 대만의 TSMC를 비롯해 한국의 DB하이텍, 중국의 SMIC,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1위는 TSMC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인텔 등은 패블리스와 파운드리를 병행하고 있어 별도로 분류된다.

미국의 제재 조치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화웨이에 대한 시스템반도체 공급을 차단하려는 목적이다. 그러나 많은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최근 주간 브리핑을 통해 “세계 최대 수요국이 중국이고 최대 공급국은 미국인 반도체 분야에서 양국의 디커플링이 본격화될 경우 중국은 물론 미국 기업도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디커플링은 양국 간의 완전한 결별을 뜻한다. 
중국은 세계 반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기준으로 미국 다음인 35%에 달한다. 그렇다보니 화웨이는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내수시장에 힘입어 2019년엔 오히려 전년보다 매출액이 19.1%나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 미국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45%에 달해 압도적 1위이긴 하나, 미․중 간의 제재와 갈등이 지속될 경우 점유율은 대폭 하락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특히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47.5%에 달하는 점도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에 의하면 미국이 현재의 수출제한기업(Entity LIst)에 한해 제재를 할 경우엔 8%p, 중국기업 전체에 공급을 중단할 경우엔 매출이 무려 18%p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KDB미래전략연구소는 그런 이유로 “미국은 의도대로 세계 최대 파운더리 TSMC의 화웨이에 대한 신규 거래 중단을 이끌어 냈으나, 실제 제재의 적용 범위와 화웨이가 받게 될 충격은 여전히 미지수”라고 결론짓기도 했다.
더욱이 미국의 수출관리규정 개정안은 120일의 유예 기간을 두고 대선이 임박한 10월에 발효될 예정이므로 정작 구체적인 실행이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이미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화웨이를 제재할 때도 자국 기업과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사유를 들어 임시 거래 라이센스를 발급하고 제재 이행을 수 차례 연장해왔다. 또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가 시스템반도체 수급에 타격을 입을 경우 중국 정부는 메모리가 아닌 시스템반도체와 장비 분야에 집중적인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 측의 제재 강화는 결국 반도체, 5G 통신 등 기술 분야에서의 양국 간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과정으로 평가된다. 이미 지난해 5월 미국은 화웨이와 그 계열사를 수출제한 기업(Entity List)으로 지정하면서 이런 반도체 전쟁은 본격화되었다. 수출제한 기업 제도는 제3국 기업 제품이라도 미국산 기술 및 부품이 전체 가치의 25% 이상이면 미 정부의 수출 허가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 확산을 두고 양국 간에 날선 감정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15일 화웨이 제재를 강화하기 위한 수출관리규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전쟁은 더욱 격화되었다. 이는 기존 수출제한기업 제도를 한층 강화한 것으로 미국의 기술 및 부품이 25% 미만인 제품도 개발·제조를 위해 미국의 기술에 기반한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전문가들 간에는 이에 대해 세계화와 미·중 협력의 결과이기도 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사건으로 보면서도 “결코 미국에게 유리하지 않은 결과로 나타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한 실정이다.

류정희 기자
 

[ 애플경제 = 류정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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