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기간에 사용자 1400만명까지 증가, 국내 은행들도 주목

사진은 ‘2018 GITEX 테크놀로지 위크’에 출품된 한 글로벌 솔루션업체의 챗봇용 소셜 플랫폼으로 본문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은 ‘2018 GITEX 테크놀로지 위크’에 출품된 한 글로벌 솔루션업체의 챗봇용 소셜 플랫폼으로 본문 기사와 관련없음.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비접촉 문화가 자리잡을 전망이다. 특히 은행의 경우 창구에서 직접 고객을 응대하거나, 얼굴을 맞대고 상담하는 일을 가급적 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최근 챗봇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 BofA)의 음성 비서 ‘에리카(Erica)’는 미래의 비대면, 비접촉 금융거래의 대안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국내 은행에서도 이를 본따거나,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잔액 및 사용 내역 확인, 결제 연기 요청 등
이른바 ‘지능형 가상 비서(Intelligent Virtual Assistants, IVA)’는 이미 여러 분야에 도입되고 있다. 코로나19가 등장하기 전인 2017년에 등장한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와 같은 음성 비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그 가운데 실제 금융 거래와 업무와 가장 최적화된 가상 음성 비서로서, 사람 못지않은 서비스와 업무 처리 능력을 보여주는 존재가 있다. 바로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의 ‘에리카’가 그것이다. 은행 고객들은 에리카를 통해 음성이나 문자로 잔액 및 사용 내역 확인, 결제 연기 요청 등을 할 수 있다.


이는 코로나19 직후 사용자가 100만 명까지 증가했다가 6월 현재 1,4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 맞춤형 컨설턴트 역할도 해내
에리카는 여러 측면에서 세계 금융 챗봇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애초 BofA는 모바일 앱과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거나, 쇼핑과 은행 볼 일을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에 주목했다.

그래서 코로나19가 등장하기 전에 에리카를 개발, 보급했다. 개발 단계에선 사용자들의 겸험과 취향을 분석하는 UX 디자이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디지털 뱅킹 전문가, 컴플라이언스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팀이 크 역할을 했다.

처음 개발 당시엔 FAQ, 서비스 검색, 이체, 환전 정도만 해내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8년 개발 후 반년이 지나선 수백만 건의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개개인의 금융거래 패턴과 습관 등을 철저히 파악하고, 이에 맞는 인사이트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수 십명 직원있는 1개 지점 역할
최근 에리카는 사실상 수 십 명 직원이 있는 1개 지점의 역할과 기능을 혼자서 다해낼 수 있다. 때론 재테크 가정교사나 보조 살림꾼 역할도 한다. 즉 잔고 워치(Balance Watch) 기능을 통해 평소 입금 및 지출 내역을 기준으로 향후 7일 이내에 모든 잔액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될 때 이를 경고한다.

고객은 경고를 받고 적자가 나지 않도록 사전조치를 취할 수 있다. 또 현금 흐름 관리를 돕기 위해 평소 지출에 비한 당월 지출 합계를 간단하게 보여주는 지출 계획(Spend Path)도 세워준다. 개인 자금관리 컨설턴트나 다름없다.
또 불필요한 구매나 상품 구입을 자제하거나 개선하도록 조언도 해준다. 물품 대금 비용을 분석해서 중복이 의심되거나 비용이 예기치 않게 증가하는 경우 당사자에게 이를 알린다. BofA를 포함한 다른 은행이나 판매업체들의 청구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결제일 선택에 도움을 준다.

또 고객의 신용점수가 변동될 경우 이를 알려준다. 특히 신용점수를 올리거나, 신용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툴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기존 직원들,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
이처럼 수 십 명의 고급인력이 해낼 만한 일을 혼자 처리하는 에리카가 등장하면서 일각에선 일자리 감축 등에 대한 우려도 등장했다. 그러나 단순 반복적인 개인금융 업무의 상당 부분을 에리카가 처리하면서 BofA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더 복잡한 애널리틱이나 컨설턴트 등에 집중할 여유가 생겼다.

나아가선 신규 고객 유치와 수익 창출에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이전에는 디지털 및 모바일 서비스를 사용하기 주저했던 고객층이 가상 비서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BofA에 따르면 지난 4월 4천만 명 가까운 전체 디지털 사용 고객 중, 60세 이상의 베이비붐 세대가 무려 2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구동
초창기 에리카는 BofA의 전문가팀에 의해 개발됐지만 현재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구동되고 있다. 또한 BofA는 콜센터와 디지털 뱅킹 채널의 검색창 데이터에서 얻은 수백만 건의 질문을 분석한 후 해당 비즈니스 로직을 주입했다.

또 사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에리카를 정기적으로 학습시키고 수정한다. 현재 고객들이 에리카에게 할 수 있는 금융 관련 질문은 50만 개 이상으로, 출시 당시 약 20만 개보다 두 배 증가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에리카는 약 1억5,000만 건의 고객 요청을 처리했다. 지난 4월에만 재정관리와 관련된 요청 1,500만 건이 들어왔고, 약 35만 건의 결제 연기 요청을 처리했다. 이는 각종 대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이번 팬데믹과 관련된 새로운 질문들을 모두 학습한 결과, 6만 개 이상의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용어와 질문, 요청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무기다.

앞으로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에리카의 학습과 개선을 계속해서 반복함으로써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고, 자원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엔 뱅킹부터 카드, 대출, 투자, 계획 및 자산 관리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금융 안내 및 지원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는 BofA측의 얘기다. 국내 은행들도 비상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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