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 정확한 ‘유전자 가위’ 인공지능으로 찾아내

마치 우생학을 방불케 하는 최적의 ‘유전자 가위’를 정확하게 찾아주는 인공지능이 개발되었다. 유전자 가위는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정교하게 자르거나 바꾸는 유전자 교정 기술이다.

최근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 연구단은 유전자를 교정하고자 하는 상황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유전자 가위를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곳 김형범 연구위원팀은 13종 유전자 가위 변이체들의 효율을 비교‧분석하고, 표적 염기서열에 따른 최적의 교정 도구(가위로 잘라내는 도구)를 골라주는 인공지능(DeepSpCas9variants)을 완성했다.

‘크리스토퍼 유전자 가위’ 최적화
이는 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로 한창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선별과 정확한 분석과 관련이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여러 종류가 있다. 문제는 유전자 가위의 서로 다른 특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가 없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유전자 가위를 연구나 임상에 적용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는 점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표적으로 정한 DNA의 특정 염기 서열 정보를 지닌 가이드RNA와 염기서열을 자르는 ‘절단효소’로 구성된다. ‘절단효소’는 사람 몸에 자주 침입하는 세균인 화농성연쇄상구균에서 가져온 물질(SpCas9)이 가장 널리 쓰인다.

사진은 인공지능에 의해 찾아낸 유전자 가위. (제공=한국기초과학연구원)

정확한 유전자 표적 잘라내
이 물질은 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표적 이외의 지점을 잘라내는 표적이탈(off-target)상황이 빈번히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표적이탈 발생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정확성을 높인 변이체(high-fidelity variant)들이 개발됐다.

이와 함께 유전자 가위의 범용성을 높인 PAM 변이체(PAM variant)도 여럿 개발됐다. 이렇듯 유전자 가위의 약점 보완을 위해 여러 절단효소 변이체가 개발됐지만, 각 성능과 장‧단점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없었다.

이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 어떤 유전자 가위를 사용해야 하는지 선택이 어려웠다. 이번에 개발된 인공지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대용량 검증 기술을 이용해 13종의 물질(SpCas9) 변이체들의 상황에 따른 유전자 교정 효율을 밝혀내 문제를 해결했다. 즉 동일한 조건에서 인간배아신장세포를 이용해 유전자 교정 실험을 진행하며, 8종의 PAM 변이체의 교정 효율을 분석하는 기법을 동원했다.

전문적으로 표현하면 PAM 서열에 따라 기대되는 유전자 교정 효율을 분석했다. 또한 특정 PAM에서 가장 높은 유전자 교정 효율을 보이는 PAM 변이체도 찾아냈다. 절단효소의 경우 PAM 서열로 쓰일 수 있는 156개의 서열 중 89개의 서열을 인식하여 가장 범용성(교정 효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보를 토대로 연구진은 최적의 유전자 가위를 추천해주는 딥러닝 기반의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교정하고자 하는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할 수 있는 변이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기대되는 교정효율까지 알아낼 수 있다.

유전자 가위 변이체의 표적 교정 분석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20개의 염기서열로 구성된 가이드RNA에서 1개의 염기서열만 의도적으로 바꾼 뒤 유전자 가위 변이체가 표적을 얼마나 교정하는지를 분석했다.

20개의 염기가 정확하게 일치한 표적을 자르는 경우를 ‘on-target’, 100% 일치하지 않는 표적을 자르는 경우를 ‘off-target’이라고 한다. 그 결과, 0.89로 가장 높은 정확성을 나타냈다. 표적이탈 발생이 가장 적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지금껏 밝혀지지 않았던 여러 유전자 가위 변이체들의 차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로, 정확한 유전자 교정 도구를 선택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다”며 “표적이탈로 인한 돌연변이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가장 효율적인 도구를 이용해 최상의 조건에서 유전적 질환을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6월 9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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