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신고 수리 요건, ISMS 인증,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등

‘특정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이 개정되고, 이에 따른 시행령이 내년 3월 시행되면 블록체인 산업, 특히 국내 암호화폐 업계의 판도나 운명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단적으로 예를 들면 기존 사업자는 법 시행 후 6개월 내에 금융정보분석원(이하 ‘FIU’)에 신고해야 한다. 기존의 크고 작은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내년 9월까지는 FIU에 신고하고 신고서가 수리돼야만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 문제는 신고 수리가 쉽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특금법 개정안 ‘상당히 까다로운 자격요건’ 등
특금법 개정안은 △실명 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해야 하며, △회사 대표가 범죄 경력이 없어야 신고가 수리될 수 있게 했다.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인 셈이다. 새로 암호화폐 사업을 하려고 해도 이와 같이 새로 신고절차를 밟아야 한다. 만약 신고없이 영업을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특히 법률을 구체화한 시행령이 중요하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실명계좌 허가 기준 등은 시행령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하므로, 그 내용이 어떠냐에 따라 업계에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자금세탁방지의무 부과 대상이 될 사업의 종류, 이 법이 규정하는 암호화폐의 범위 등이다. 또 구체적인 신고 내용과 향후 신고 변경, 재신고, 신고 취소 등은 어떤 기준에 따를 것인지 등도 시행령에 포함될 예정이다. 

(제공=(사)한국블록체인협회 홈페이지)

구체적 내용 담을 시행령이 더 중요
협회는 국회에서 특금법 개정이 심의되는 과정에서도 TFT를 운영하며 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정부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와 국회 정무위원회, 법사위원회 등에 제출한 바 있다.

당시 협회의 의견이 개정법에 반영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원안의 ‘가상자산취급업소’를 ‘가상자산사업자’로 명칭을 변경했고, △가상자산사업자의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개시 조건을 시행령에서 마련하도록 규정했으며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하지 않은 가상자산사업자 직권말소 유예기간 설정 등이다.

문제는 시행령이다. 업계는 “시행령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게 되는 앞으로의 1년이 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다행히 이 과정에서 금융위원회나 FIU는 업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내용을 다듬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일단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실명계좌)의 경우 빗썸 등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는 이미 은행들과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규모가 작은 거래소나 신규로 세우려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문제다. 앞으로 개정될 시행령을 통해 구체적으로 거래소가 어떤 요건을 갖췄을 때 은행이 실명계좌를 만들어줘도 되는지 기준을 세울 계획이다. 

‘좁은 문’…보안 신뢰성 ISMS 인증 
ISMS 인증은 기업과 개인 정보 등 중요 정보자산 보호와 관리를 위해 기업이 이에 합당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지를 따져 부여하는 보안 신뢰성 시스템이다. 현재 국내 4대 거래소는 이런 기준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도 사업을 하려면 ISMS 인증을 따야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자금세탁방지의무를 위한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영업을 위해 정부에 신고해야 하는데, 사실상 허가나 다름없다. 그러면 시스템을 갖출 여력이 없는 중소형 거래소들은 사장될 것이고, 대형 거래소 위주로 시장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ISMS 인증은 업계로선 큰 부담이다. 개정안이 의무화한 ISMS 인증을 얻기 위해선 1년 여의 시간이 소요된다. 인증에 필요한 시스템 구축과 관리 비용만 해도 수 억 원이 든다는게 업계 얘기다. 그러므로 영세 업자들의 경우 ISMS인증을 받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고, 자칫 기존 영세업체들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앞으로 마련될 시행령에선 과연 이런 업계의 ‘아킬레스건’과 같은 조항들이 어떻게 조율될지가 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은행 등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발급 안해줄 수도
특히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가 문제다. 이 제도가 법제화됨으로써 타격을 받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사업자의 경우 은행에 여러 계좌를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 이런 사업자에 대해선 은행 등 금융회사가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발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해당 사업자는 가상자산 사업을 할 수 없게 되고, 시장에서 퇴출되는 셈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가상자산 사업을 하기 위해선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을 위한 시스템과 규모를 갖추어야 한다.

암호화폐 자산성 인정 등 긍정적 측면도
물론 긍정적 측면도 크다. 그 동안 자산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암호화폐가 법에 의해 그 자산성이 인정되게 된 셈이다.

개정된 특금법은 가상자산과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분명한 개념을 규정했다. 즉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할 수 있는 전자증표’를 ‘가상자산’으로 규정했다. 또 이런 가상자산을 매도, 매수하거나, 다른 가상자산과 교환 및 이전․보관․관리하는 경우, 다른 가상자산과의 교환을 중개, 알선, 대행하는 행위 등을 ‘가상자산과 관련한 거래를 영업으로 하는 자’로 보았다. 또 이를 행하는 자를 ‘가상자산 사업자’로 명기했다.

즉, 가상자산 거래소, 가상 지갑 서비스 운여업체, 커스터디 업체, 전문 트레이더 등 사실상 가상자산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업자가 ‘가상자산 사업자’의 개념에 속한다.

‘암호화폐 관련 크립토 금융 성장’ 전망
사실상 제도와 법률 밖에서 거래되던 암호화폐를 제도권 하에 편입시켜 ‘도박의 수단’이 아닌, 건전한 거래환경을 조성하고, 과세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암호화폐 산업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제대로 갖추고 사업자 신고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곳이 거래소들이다.

그런 만큼  특금법 개정안은 단기적으로 암호화폐 거래소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법안이기도 하다. 중장기적으로는 다양한 형태의 암호화폐 관련 크립토 금융이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암호화폐의 제도권 편입이 가속화된다면, 가치 저장의 상징성밖에 없는 비트코인보다는 실제 블록체인에 활용되고 있는 이더리움, 이오스, 리플, 스텔라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있어 눈길을 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최근 특금법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업계 의견을 효율적으로 수렴하고 전달하기 위해 금융, 보안, 블록체인기술, 법률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업계는 또 오는 30일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 투명화를 위한 특금법 시행령 토론회’를 열고 당국과 전문가들을 두루 초청해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특금법은 같은 달 24일 공포되었고, 1년 후인 내년 3월 25일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른 시행령은 그 이전에 마련될 예정이어서 초미의 관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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