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세기구, 한국기초과학연구원 등 통관 알고리즘 ‘데이트’ 개발

앞으론 공항이나 항만에서도 AI가 사람 대신 통관을 감시, 관리한다. 그렇게 되면 일일이 세관 직원이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짐을 수색하거나, 그 과정에서 갖은 마찰과 다툼이 일어나는 등의 불편한 모습들이 사라질 전망이다.

사람보다 40배 이상 정확히 식별
최근 기초과학연구원은 이처럼 사람 대신 불법적인 통관 행위를 적발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세계관세기구와 함께 개발했다. 이 연구원의 수리 및 계산과학 연구단 데이터 사이언스 그룹은 빅데이터로 기계학습을 수행한 AI가 세관에서 발생하는 불법적 행위를 그야말로 빈틈없이 적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원이 개발한 통관감시 AI는 세관 통관에서 발생하는 불법적 행위를 단속할 수 있는 알고리즘 ‘데이트’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실제로 나이지리아 등에서 이를 시범적으로 적용한 결과 사람이 하던 기존의 전수 조사 통관 방법에 비해 40배 이상 효율적으로 세관 사기를 적발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사진은 공항의 계류장 모습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애플경제DB
사진은 공항의 계류장 모습으로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애플경제DB

이에 앞서 연구원의 데이터 사이언스 그룹은 2019년 9월부터 WCO(세계관세기구)의 바꾸다(BACUDA) 프로젝트에 참여해 알고리즘 개발에 나섰다. ‘BACUDA’는 WCO가 지난 2월 홈페이지 기사를 통해 공개한 “세관 데이터 분석(BAnd of CUstoms Data Analysis)의 앞 글자를 딴 이니셜이다.

이른바 ‘바꾸다 프로젝트’로 이름 지어졌는데, 한글로는 ‘변화’를 뜻한다. 그 뜻이 의미하듯, 스마트 관세 체계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회원국들을 돕기 위해 데이터과학자들과 협업을 하는 것이다.

세관 검사 대상이 된 이유까지 설명해줘
이번에 연구원이 WCO, 대만 국립성공대(NKCU)와 함께 개발한 알고리즘 ‘데이트’(DATE)는 불법적 행위 발생 가능성이 높으면서도 세수 확보에 도움이 되는 물품을 우선적으로 선별해 세관원에게 알린다. 기존 알고리즘은 세관 검사 대상만 선별적으로 추천했으나, 앞으로 데이트는 왜 특정 대상을 골라 검사해야 하는지, 그 이유까지 설명해줌으로써 사기 적발의 근거를 세관원이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연구원측은 “설명력이 훌륭한 데이트는 인간개입(human-in-the-loop)으로 작동하는 현 세관 시스템에 가장 적합한 알고리즘”이라며 “저위험 물품 검사 에 쓰이는 세관원의 불필요한 노동을 줄이고, 복잡한 통관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장 저가신고, 금지상품 반입, 원산지 조작 등 단속
‘데이트’가 식별 내지 단속하는 대상은 저가 신고 가격에 따라 결정되는 관세를 피하기 위해 물품의 가격을 낮춰 기재하는 행위, 품목 조작 관세율이 낮은 품목으로 신고하여 위장 반입하거나, 금지 상품을 반입하기 위해 허위 기재하는 행위 등이다. 또 원산지 조작 FTA 등 특정국에 대한 관세 특혜를 불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원산지를 조작하는 행위도 선별, 감시한다.

연구원에 따르면 바꾸다 그룹은 지난 3월 나이지리아의 틴캔(Tin Can)과 온네(Onne) 항구에 ‘데이트’를 시범 도입했다. 사전 테스트 결과, ‘데이트’ 도입으로 인해 기존의 전수 조사 통관 방법에 비해 40배 이상 효율적으로 세관 사기를 적발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시범운영을 마치면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기술이전을 통해 WCO 회원국 대상으로 확대 적용해나갈 계획이다.

연구원은 “데이트는 세관원들의 물품 검사 및 적발된 수입자와의 소통을 도와줌으로써 스마트 세관 행정 정착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며 “향후 물품의 X선 이미지를 활용하거나, 전이 학습(Transfer learning)을 통해 여러 국가의 통관 데이터를 함께 활용하는 방법까지 추가해 알고리즘의 정확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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