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금융사 감독하는 기관이 오히려 '부패의 온상'… 그럼에도 감독분담금은 매해 큰 폭 증가

[애플경제=홍성완 기자] 금융감독원이 금융사 등에게 받는 감독분담금이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금감원은 감독분담금이 늘어나는 만큼 더욱 철저하게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함에도 예산을 방만하게 사용하는 한편, 조직인력도 부적정하게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작년 채용과정에서 광범위한 비리가 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금융기관들을 감독해야 하는 금감원이 오히려 내부적으로 부패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 뿐 아니라 금감원의 가장 중요한 업무과정인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및 제재와 금융소비자에 대한 보호 업무에서도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감사원은 올해 3월 13일부터 4월 21일까지 금감원을 대상으로 인사‧예산 등 기관운영 전반과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 금융소비자 보호 등 주요사업 등 총 52건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 결과에서 무엇보다 금감원의 내부 채용비리가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작년 5급 신입 일반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A 국장은 지인으로부터 합격문의를 받은 경제학 분야(채용예정인원 11명) 지원자 B가 필기전형 합격대상(채용예정인원의 2배수 내외인 22명)이 아니라는 보고(B는 23위)를 받은 후, C 팀장 등과 회의를 통해 3개 분야(경제‧경영‧법학) 채용 예정인원을 각 1명씩 늘리도록 지시했고, 그 결과 B 등 6명(3명의 2배수)이 필기전형에 추가합격됐다.

A 국장은 2차 면접위원으로도 참석해 지원자 B를 포함한 5명에게 10점 만점에 9점을 주고, 나머지 사람에게는 8점 이하의 점수를 부여하면서 B를 합격시켰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당시 5급 신입직원 채용여력은 53명에 불과했는데도 C팀장은 ‘채용여력이 있어 3명을 추가채용하겠다’고 D 부원장보에 보고했고, D 부원장보는 채용인원을 증가시킬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데도 이를 허용했다.

금감원의 채용비리는 이 뿐만이 아니다.

채용공고 등에 따르면 지방인재를 10% 내외로 채용하며 지원서를 사실과 다르게 기재할 경우 합격을 취소해야 함에도 모 국장과 팀장 등은 응시자 E가 지원서 오기재 사실(E는 서울소재 대학을 졸업하고도 ‘대전 소재 대학 졸업’으로 기재)을 확인하고도, E의 필기전형 합격취소 여부 등에 대해 최종결재권자인 F 수석부원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E는 결국 ‘대전 소재 대학을 졸업한 지방인재’로 면접을 볼 수 있게 됐다.

면접에서도 E를 위한 특혜가 이어졌다.

2차 면접 합격자는 필기시험(50%), 면접(50%) 점수를 합산해 고득점자 순으로 정하도록 돼 있는데도, F 수석부원장은 2차 면접 후 A 국장 등으로부터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당초 계획에도 없던 세평(世評)을 조회하자는 말을 듣고, 면접위원들의 의견을 물어본 후 이를 실행했다.

그 후 ‘부정적 세평’을 이유로 3명을 탈락시킨 후 추가합격자를 결정하면서는 지원분야도 다르고 예비후보자 보다 후순위자를 합격시키는가 하면, 추가된 합격자에 대해서는 세평 조회를 실시하지 않았다.

아울러 앞서 언급한 지방인재 E는 금융공학 분야에서 3순위자였으나, 부정적 세평을 이유로 1‧2위 불합격시킨 반면, E는 세평 조회 없이 합격시켰다.

작년 3~5월까지 이뤄진 상반기 민원처리 전문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도 부당한 처사가 이어졌다.

당시 채용계획에 따르면 서류전형의 자기소개서 평가 항목 중 경력적합성(30점) 항목은 Z센터에서 평가하는 것으로 돼 있어 Y팀에서 이를 수정해서는 안되는데도, 인사담당자 3명은 서로 상의 후 지원자 X 등 5명에 대해 근무성적이나 평판이 좋지 않다는 사유로 Z센터가 평가한 경력 적합성 점수를 수정(감정 5~25점), 합격대상이던 X 등 5명을 서류전형 불합격자로 변경했다.

또한 H국장은 직원으로부터 U 등 금감원 출신 3명을 포함한 최소 16명이 지원서에 실제 경력기간(25년 이상으로 만점에 해당)보다 짧게 기재해 불합격 대상이라고 보고를 받자, 이 사람들 중 금감원 출신자에 대해서만 인사기록을 찾아서 경력 기간을 수정해 줄 것을 지시해 결과적으로 불합격 대상이던 이들 3명이 서류전형에 합격하도록 함으로써 3명 모두 최종 합격됐다.

H국장은 또 면접전형 실시계획 등에 인성검사 결과 부적격 등급(C등급)인 경우 불합격처리하고, 평판조회 결과 부적합한 경우 예비명단에서 합격자를 선정하도록 돼 있는데도 인성검사 결과가 C등급인 R(금감원 출신)에 대해 “인성이 검증됐다”며 합격시키도록 지시했다. 이와 함께 평판 조회에 따른 추가 합격자를 선정하면서 예비명단에도 없던 Q의 합격을 지시했다.

이처럼 민간 금융회사를 감독해야 하는 금감원이 채용 과정에서 광범위한 비리 사실들이 적발되면서 비난의 화살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도대체 이런 감독기관이 누굴 감독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된다”며 “금감원이 권한을 통해 금융사를 통제하면서도 자신들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감원의 수입예산은 작년 3256억원에서 올해 3666억원으로 410억원(12.6%) 증가하는 등 최근 3년간 평균 9%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금감원의 예산 급증은 상위직급 및 직위수 과다, 국외사무소 확대, 정원외 인력(255명) 운영, 인건비 및 복리성 경비 증가 등 대부분 방만경영에 기인한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

또한 금감원 수입예산(감독분담금, 발행분담금, 한은출연금) 중 ‘감독분담금’은 금감원이 은행‧보험사‧증권사 등에 배분‧징수하는 분담금으로, 올해 전년대비 17.3%(432억원) 증가하는 등 최근 3년간 평균 13.6% 증가했으며, 수입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99년 41.4%(547억원)에서 올해 79.7%(2921억원)까지 급증했다.

감사원은 이처럼 감독분담금이 급증하는 것에 대해 감독관청인 금융위원회의 통제가 느슨하고, 기재부와 국회 등 재정통제 기관의 통제수단이 없으며, 감독분담금 납부의무자인 금융기관의 저항을 상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금감원이 조직‧인력을 부적정하게 운용해왔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민감 금융회사로부터 감독분담금을 부과‧징수해 필요 경비를 조달하므로 효율적인 조직운영이 필요한데도, 1999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과다한 상위직급의 인력을 감축하는 노력을 하지 않아 올해 3월 기준 전 직원 중 1~3급 직원이 45.2%에 달하고 있고, 1‧2급 직원 중 63명은 무보직 상태로 팀원 등에 배치했다.

금감원 직원의 직급은 1~6급으로 돼 있으며, 3급부터는 팀장의 직위가 부여되는 관리직에 해당한다.

또한, 직위 보직자가 전직원의 20.6%(397명)에 달하는 등 직위수가 과다하고, 292개 팀의 팀원은 평균 3.9명(팀장 제외)에 불과한 등 비효율적인 운영을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재부가 제시하는 관리직 비율 9%, 평균팀원 15명 등의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인 것이다.

아울러 감사원의 두 차례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식 직위자와 동일하게 관리(직위자와 같이 업무추진비, 직무급 등 지급)하는 유사직위자 43명을 운영해 인건비에 부담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외에도 임직원의 금유투자상품 보유‧매매와 관련해 내부통제업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번 감사를 통해 금융기관 검사 및 제제 과정과 과징금 및 과태료 등 금전적 제재제도 및 운영 등도 부적정하다는 감사결과가 나오면서 금감원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감사에 대해 금감원은 강도 높은 내부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금융시장 변화에 맞게 조직과 인력, 예산을 재정비하고, 채용과정 전반을 점검해 중앙정부 수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금감원의 채용비리와 관련해 감사원은 부당한 채용업무를 주도한 모 국장 등 4명에 대해 중징계(국장: 면직, 팀장 2명‧실무자: 정직)를 요구하고, 직원 2명에 대해 문책(경징계이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회의를 거쳐 인사위원회 일정을 잡을 계획"이라며 "오늘 감사결과를 받아 아직 일정이 잡히진 않았으나, 강도 높은 개혁을 천명한 만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인사위원회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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