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개성있는 레시피로 제품 재창조

▲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애플경제=이해리 기자] 지난 4일 방송된 SBS 예능 '미운우리새끼'에서 태진아가 선보인 우유콜라라면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휩쓸며 온·오프라인에서 연일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물 대신 우유와 신 김치, 김이 빠진 콜라 등을 넣은 라면의 색다른 조합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유콜라라면, 짜파구리, 골빔면 등 최근 식품업계에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제품을 즐기는 '모디슈머'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모디슈머란 'Modify'(수정하다)와 'Cunsumer'(소비자)의 합성어로 제조업체가 제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제품을 재창조해 즐기는 소비자를 뜻한다.

이러한 새로운 방식들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소비자 한 명 한 명의 생각이 개인과 그 주변에서 그치지 않고 블로그, 페이스북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퍼져나가 넓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모디슈머들은 디지털 플랫폼의 활용으로 공감대 형성을 넘어 소비자 중심의 트렌드를 이끌며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모디슈머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바로 편의점 간편식이다. 경기불황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경향이 확산되고, 저렴하고 간편한 인스턴트식품을 주로 활용하는 1인 가구의 증가가 많은 영향을 끼쳤다. 

편의점 간편식의 대표 조합은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결합한 '짜파구리', 사리곰탕 컵라면에 냉동만두를 넣은 '사리곰탕 만둣국', 편의점 떡볶이와 스파게티 컵라면·핫바·소시지·피자치즈 등을 결합한 '마크정식' 등이다.

▲ /사진=나무위키

지난 2012년 MBC 예능 '아빠 어디가?'에서 처음 나온 '짜파구리'는 농심의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함께 조리하는 것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짜파게티는 출시 이후 최초로 라면시장에서 2위를 차지했으며, 짜파게티와 너구리 두 제품의 상반기 판매액은 전년도 하반기보다 약 22% 증가했다.

아이돌 그룹 갓세븐의 멤버 마크의 팬이 마크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이름을 본떠 만든 마크정식은 모든 재료를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고, 조리 과정도 간편해 누리꾼들의 화제를 모았다.

이 조합은 한국을 넘어 중국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어 중국 인터넷 전자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에서도 마크 정식에 필요한 편의점 상품을 묶어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체들은 치즈, 참치 계란, 소시지, 만두 등 편의점 주 메뉴에 섞어 먹기 좋은 다양한 토핑 제품들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이같은 열풍에 발맞춰 모디슈머 마케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제품 겉면에 소비자들에게 응모 받은 모디슈머 레시피를 그대로 인쇄해 출시하기도 하고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선보인 제품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 죠리퐁 카페라뗴. /사진=쟈뎅

지난해 2월 쟈뎅과 크라운제과, 세븐일레븐 3사는 죠리퐁에 커피우유를 섞어 먹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착안해 RTD(Ready To Drink) 제품인 '죠리퐁 까페라떼'를 선보였다. 세븐일레븐에서만 단독 출시된 죠리퐁라떼는 출시 2개월에 25만개가 팔렸다.

해태제과와 세븐일레븐은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개돼 큰 인기를 끌었던 레시피 냉동만두를 활용한 ’고향만두밥’을 출시한 바 있다.

동원F&B는 팔도와 손잡고 라면에 참치를 넣어먹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세븐일레븐 PB(자체브랜드)제품으로 '동원참치 라면' 2종을 출시했다. SNS를 중심으로 높은 관심을 끌었던 이 제품은 출시 일주일 만에 20만개 판매를 기록했다. 

▲ 짜장불닭볶음면 /사진=삼양식품

삼양식품은 지난해 12월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매운 불닭볶음면에 카르보나라 맛을 첨가하니 더 맛있더라'는 내용의 글을 회사 측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인한 뒤 제품화에 성공했다.

신제품을 맛본 소비자들은 개인 블로그에 시식 후기를 올리고, 유명 유튜버들의 제품 리뷰가 달리면서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100만개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후 삼양식품은 지난 12일 불닭볶음면과 짜장라면을 섞어먹는 소비자의 인기 조리법을 반영한 '짜장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소비자의 레시피에 착안해 출시했던 까르보불닭볶음면이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짜장불닭볶음면 역시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뷰티업계에서도 여러 가지 화장품을 섞어 새로운 뷰티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것이 인기다. 소비자들은 건조한 눈가에 립글로즈와 아이섀도우를 섞어 바르거나, 파운데이션에 수분크림이나 페이셜 오일을 넣은 기능성 파운데이션을 만들기도 한다. 

단순히 제품을 잘 구매하는데 머물렀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상품 기획자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색다른 즐거움을 만들어내고 기업들은 이들의 자발적 마케팅 효과로 매출 상승과 브랜드 홍보, 신제품 개발의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자신만의 개성과 취향을 담아 새로운 제품을 창조해내는 소비자의 욕구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어떤 새로운 조합이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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