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고발제’ 폐지 등에 “재벌개혁엔 미흡” vs “기업 부담 커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38년만의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을 앞두고 기업과 학계,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들 간에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개정의 골자는 전속고발제 폐지에 따른 제도 개선, 형사적 제재수단의 적절한 조율, 순환출자와 지주회사 규제 등이다.
이를 두고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와 전문가들은 “기업의 부담이 크고, 형벌의 선별적 폐지 기준 등 법리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며 부정적 기류가 지배적이다. 반면에 중소상공인과 자영업계의 보호와 공정거래를 강조하는 시민단체 측에선 “불공정 행위의 민사적 규제가 어려운 현실에서 전속고발제와 형벌 등 형사적 제재수단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입법예고에 앞서 열린 공청회에서도 이런 양측의 엇갈린 시각이 노출되기도 했다. 공청회 당시 김상조 위원장은 경쟁법 집행에 의하 경쟁원리 도입, 예측·지속가능한 대기업집단 규율체계 구축, 법집행의 신뢰성·투명성 강화, 혁신생태계 구축 뒷받침 등 이번 전부 개정의 기본원칙을 설명했다. 
▲경쟁법제와 절차법제=대한상의에서 추천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홍대식 교수는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형벌의 선별적 폐지 기준과 정보교환행위에 대한 규율 강화 등의 법리적 측면에서의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대기업의 시각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이재원 본부장은 약간의 온도차를 보였다. 그는 “사인의금지청구제·자료제출명령제 도입 등 민사적 구제 활성화가 바람직하다”고 평가하면서 “전속고발제 폐지에 따라 중소·중견기업의 부담이 커지므로 이를 완화하고, 중소기업협동조합의 공동행위 적용(규제)에 대한 완화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중견기업연합회의 박양균 본부장은 중견기업으로서 ‘기업의 부담’을 걱정했다. 그는 과징금 상한 상향, 전속고발제 폐지 등에 따른 업계 부담을 우려하면서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에서의 공정거래법 개편 필요성을 역설했다. 
반면에 소상공인연합회의 권순종 부회장은 소상공인업계의 불공정거래행위 피해 현황을 설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개선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참여연대에서 추천한 민변 김종보 변호사는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과 사뭇 다른 시각을 견지했다. 그는 “민사적 구제수단의 작동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전속고발제와 형벌 등 형사적 제재수단을 강화해야 한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한변협에서 추천한 박종흔 변호사는 앞서 민변 김 변호사보다는 기업 입장을 고려한 듯했다.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의 전반적인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 확대나 시장지배적지위남용 규율체계 등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집단(대기업, 재벌)법제=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중 대기업과 재벌그룹을 주로 대상으로 하는 기업집단법제도 첨예하게 의견이 맞섰다. 
친기업 성향인 한국경제연구원 유환익 상무는 “기업부담 증가, 일자리 창출 저해, 유사한 해외 사례의 부재 등”을 이유로 기업집단 규제 강화에 아예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반대로 경실련의 박상인 재벌개혁위원장은 개정안 자체가 여전히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는데 미흡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사익편취의 부당성 기준 미비, 지주회사의 체제 밖 계열사의 규율 부재 등을 이유로, 현 개편안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 해소와 사익편취 방지를 해결하기에 부족한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서정헌 부장은 “전반적으로 현 개편안에 동의하지만, 대기업 규제로 협력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돼서는 안된다”고 중도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한변협에서 추천한 임신혁 변호사는 순환출자와 지주회사 규제의 경우 기존 집단(또는 지주회사)과 신규 집단(또는 지주회사) 간 차별적 취급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이동원 교수는 기업집단법제의 경우, 1986년 경제력집중 억제제도 도입 당시와 비교해 입법목적 달성 여부, 규제 범위·대상의 타당성 여부 등을 심도 깊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벤처기업협회의 이정민 부소장은 벤처지주회사의 규제 완화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효과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대기업의 벤처기업 인수가 위축되지 않도록 정책적 고려를 당부했다.
공정위는 공청회에서 제기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검토해 입법예고안에 반영한 후 법제처 심사, 차관·국무회의 등을 거쳐 개정안을 확정,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은 38년 만의 전면개편이자 향후 30년간 우리나라 경쟁법 집행을 좌우할 중대한 작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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