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회장 결정, 전자상거래 사상 최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지각변동’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이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2500억 원)를 추가로 투자받는다. 수년간 적자를 이어오던 쿠팡이 이를 계기로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쿠팡은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전자상거래 기업의 투자 유치금 중 사상 최대 규모로, 지난 2015년 6월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10억 달러를 투자받은 뒤 3년 만에 추가투자를 받은 것이다.
쿠팡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 2조6846억 원의 2배 가까운 5조 원으로 추정된다. 그 사이 직간접 고용 인원도 많아져 2015년 5500명에서 이달 기준 2만4000명으로 늘었다. 최근 수년간 영업적자가 이어지며 누적 영업손실만 1조9000억 원에 달한다. 쿠팡은 당일 밤 12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바로 집 앞 현관으로 배송되는 시스템인 ‘로켓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싸고 쿠팡맨의 처우 논란과 배송 지연 등 각종 잡음도 끊이질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2조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 유치를 받아 한숨을 돌리게 됐다.
업계에서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이 쿠팡의 창업주 겸 최고경영자인 김 대표에게서 미래의 한국판 아마존을 봤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 5일 제2분기 결산설명회에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 대해 설명하며 “쿠팡은 한국판 아마존(Amazon)으로, 한국 이커머스에서 압도적인 1위 회사로 급성장하고 있다”며 “소프트뱅크가 이미 최대주주이지만 쿠팡을 더욱 강도 높게 뒷받침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지난 2000년 당시 소기업에 불과했던 알리바바에 2000만달러(약 208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2014년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상장으로 2500배가 넘는 수익을 기록했다.
소프트뱅크는 쿠팡의 기업 가치를 90억 달러(약 10조 1000억원)으로 평가하고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김범석 쿠팡 대표가 보여준 거대한 비전과 리더십은 쿠팡을 한국 이커머스시장의 리더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쿠팡은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물류센터 등 물류 인프라 확대 ▲결제 시스템 및 데이터 기술개발 ▲당일배송 등 신규서비스 투자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쿠팡은 현재 멤버십 서비스의 일환으로 정오까지 주문하면 당일 중 배송되는 ‘당일배송’을 확대하고 있으며 신선식품·일반 로켓배송 상품을 아침 일찍 받아볼 수 있는 새벽배송 대상 제품도 넓혀가고 있다.
식음료 사전주문 서비스인 ‘쿠팡이츠’와 같은 신사업도 강화한다. 쿠팡 경쟁력의 핵심인 축구장 151개 면적 규모의 물류 인프라도 내년까지 2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우리는 소프트뱅크와의 파트너십에 힘입어 데이터와 물류, 페이먼트(지급결제) 플랫폼을 혁신할 것”이라며 “고객이 점점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생각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롯데와 신세계그룹 등 유통 공룡이 뛰어들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롯데는 그룹차원에서 향후 5년간 50조원 투자를 약속한 가운데 25%인 12조5000억원을 온라인 사업 확대와 복합쇼핑몰 개발에 투자키로 했다. 신세계그룹은 온라인사업 투자금 1조원을 유치한 바 있다.
이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