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반도체 호황… 3~4년 후 내다보면 걱정 앞서는 게 사실”

내년에 반도체 경기가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우리 경제의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반도체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 더욱 그런 우려를 낳고 있다.

18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이후 반도체 호황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왔지만, 앞으로 34년 후 또는 5년 후를 내다보면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송년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반도체 경기가 급락하고 일부 어려움을 겪는 업종에서 치고 나가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내년 반도체 경기는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2019년 주요 산업별 경기 전망과 시사점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내년 반도체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ICT 산업은 후퇴 국면에 접어들고, 글로벌 수요 둔화로 기계와 석유화학도 후퇴할 것으로 예상했다.

3분기 우리 경제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6%인데, 반도체가 포함된 정보통신산업의 기여도는 0.8%포인트에 달한다. 또 반도체 수출 비중은 110월 기준으로 전체 21.2%나 된다. 우리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는 수출 부문에서 반도체가 가장 큰 뒷받침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수출 제약 요인도 커지고 있다. 국내 전방 수요산업 경기 둔화에 따른 내수 부진뿐 아니라, 중국경제 성장 둔화, 통상갈등에 따른 세계 교역 위축 우려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의 향후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더는 대처를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면서 지금 세계 도처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함께 미래 경제를 선도할 첨단기술산업 육성을 위한 혁신과 경쟁이 기업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숨 막힐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새로운 선도산업 육성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이를 위한 규제 완화나 투자 확대는 이해당사자들 간 의견 충돌이나 관행에 막혀 성과가 미진한 점을 지적하고, 각 경제 주체들에게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쫓다가 그 이익마저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주열 총재는 차량 공유(카풀) 서비스도 언급하며 카카오택시라든가, 카풀제라든가 특정 부문을 들어가 보면 나름대로 애로가 있을 것이고 정부가 여러 가지 결정할 때 정말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비단 특정 부문,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고 프랑스 같은 선진국에서조차도 나라 전체 경제를 위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국민에게 수용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총재는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내년에는 기업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 계획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로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경제에 대해서는 국내 경제는 수출 호조에 힘입어 잠재성장률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가 이어졌지만 체감경기와 투자 그리고 특히 고용 사정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서울지역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가계부채가 소득보다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금융 불균형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판단했다.

한편,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를 앞두고 미국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금융시장 개방도, 실물경제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예의주시하면서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유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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