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파업 선언 공감 못해, 택시업계 ‘20일 국회 앞서 대규모 집회’

택시업계가 전국적으로 파업을 선언하며 대규모 국회 포위 집회를 벌일 예정인 가운데, “파업 길게 해주세요”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오는 20일 택시업계는 택시를 동원해 서울 여의도 국회를 둘러싸는 방식의 ‘국회 포위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카풀 도입에 반대하며 분신한 택시기사 최모(57)씨 사건 등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택시업계의 파업 투쟁 선언에도 여론은 냉담한 분위기다. 포털사이트 택시-카풀 기사들을 보면 택시업계와 공감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댓글이 이같은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 
이번 택시업계의 집회 예고 기사들에는 마치 택시업계를 응원하는 듯한 댓글들이 많이 달렸다. 이를 테면, “장기 파업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얻길 바랍니다.” 혹은 “길게 파업하고 국회 포위도 풀지 말고 끝까지 나가시기 바랍니다. 지지합니다.”하는 식이다. 
이러한 문장들만 보면 택시업계의 카풀 도입 반대 입장에 동조하는 것 같지만 실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반대다. 누리꾼들은 택시가 파업함으로써 한산해질 도로상황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그간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일부 택시기사들의 거칠고 위법적인 운전 행태를 꼬집는 것이기도 하다. 
이토록 냉담한 시민들의 반응은 택시업계가 그동안 얼마나 오만하게 운영해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 누리꾼은 “카풀 도입되면 승차거부, 요금흥정도 못 하게 되고 택시 서비스가 좋아질 것”이라면서 “결론은 택시가 카풀보다 좋으면 되는데 손님 비위 맞추기 죽어도 싫은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전철역 앞에 택시들 쭉 세워놓아서 버스가 정류장으로 못 붙고 엉거주춤하다 뒤쪽에서 직진하는 자가용과 박을 뻔한 걸 한두 번 본 게 아니다”라고 택시들의 불법 주정차 행위를 지적했다. 
택시업계가 카풀 운전자를 비롯한 여러 안전 관련 문제점을 들며 “카풀은 안전하지 못하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오히려 누리꾼들은 “오죽하면 카풀을 타겠냐”고 반문한다. 실제로 성범죄, 강도 등 흉악범죄 전과가 있는 사람들이 택시 취업 기준을 피해 버젓이 택시영업을 하다 적발된 사례들도 있다. 또한 택시기사들의 곡예운전, 난폭운전, 각종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증언도 상당하다. 
강북에서 여의도로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김모(32)씨는 “밤에 회사 근처에서 회식하고 다리 건너 집까지 가는 동안 기본적으로 신호 두세 개는 빨간불에도 그냥 지나가는 것 같다”면서 “특히 차선 변경할 때를 보면 이렇게 머리부터 막무가내로 끼어들다가 사고 나지 않을까 불안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차와 시비라도 붙으면 운전하다가 욕하는 기사들도 있는데 손님한테 하는 게 아니라도 듣기 좋을 리 없지 않냐”고 말했다. 
이러한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업계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시범서비스를 개시한 날부터 주요 승차거부 지역에서 캠페인을 통한 계도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택시 비대위 관계자에 따르면, 홍대 앞, 강남역, 종로 등 서울 지역 내 주요 승차거부 지역에서 계도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당정과 카풀·택시업계가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논의를 이어가며 중재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가운데, ‘공유경제’를 기조로 변화하는 산업생태계 속에서 ‘카풀 도입’은 막을 수 없는 파도처럼 다가오고 있다. 이제 택시산업이 가야하는 길은 카풀을 반대하는 시위가 아니라 시민사회의 공감을 얻는 방향이어야 한다. 카풀보다 선택받을 수 있는 택시가 되기 위한 자성이 필요한 때다. 
한편, 이번 택시 파업 주최 측은 최대 10만명이 집회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위대는 집회를 마친 후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의사당대로 모든 차로와 마포대교 일부 차로를 막는 행진을 이어갈 계획이다.

유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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