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ㆍ칼럼니스트.
시인ㆍ칼럼니스트.

지난 15일 열린 ‘스즈키컵’ 축구 결승전에서 베트남의 우승이 확정되자 박항서 감독은 ‘어퍼컷 세리머니’로 감격을 표현한 뒤 벤치에 있던 선수들을 부둥켜안았다. 흐르는 눈물을 닦고 안경을 고쳐 썼다. 잠시 뒤 혼자 벤치로 돌아왔다. 그리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두 손을 모은 다음 간절히 기도하는 그의 모습은 TV로 생중계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굳이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간절한 기도의 힘이 우리 인간에게 얼마나 엄청난 힘을 안겨 주는지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선수 시절부터 역경의 시간을, 그는 오로지 기도의 힘으로 버텨왔다고 고백했다. 끊임없이 간절한 기도에 매달린 결과, 드디어 그에게 엄청난 축복이 내려졌다. 그야말로 자기 최면에 가까운 멘탈 트레이닝이 그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명 바둑기사 이세돌은 『판을 엎어라』라는 책에서 재주를 넘는 ‘노력’과 ‘생각의 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큰 경기 전날에는 자기 전에 ‘무조건 이긴다’고 자기 최면을 걸곤 했다. 그걸 기재(棋才)라고 볼 수 있을까? 내가 부족하니까 계속 연구하고 노력하고 자기 최면까지 걸면서 부족함을 채워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기재 차이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 두려움을 떨쳐야 한다. 바둑을 둘 때 상대방이 어떻게 받을지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한다.” 이세돌은 자신감으로 마음을 채우고 자기만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쳤다. 

프랑스의 유명한 최면 심리학자 에밀 꾸에는 수천 명의 중환자에게 자기암시법을 실천토록 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의 성격을 개조하고 나쁜 습성을 바로잡으며 생활을 개선하는 데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그는 최면 심리학자가 되기 전에는 약제사로서 오랜 세월 처방을 통해, 그 약이 환자의 질환에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가짜 약’일지라도 환자가 ‘효험 있는 약’이라고 믿으면 실제로 효험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른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라 불리는 이 현상은 의학 성분이 전혀 없는 약이라도 환자의 심리적인 믿음을 통해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플라시보’란 말은 ‘마음에 들도록 한다’는 뜻의 라틴어로, 가짜 약을 의미한다. 만성질환이나 심리상태에 영향을 받기 쉬운 질환에서는 이 플라시보를 투여해도 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어 ‘플라시보 효과’라 불리게 되었다. 특히 정신적인 질병인 경우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예컨대 밀가루나 설탕을 반죽한 알약을 환자가 좋은 약으로 알고 복용하면 질병이 치료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2007년에는 미국국립보건원 실험 결과, 수면제를 먹고 평소보다 쉽게 잠드는 것은 효능과 관계없이 약을 복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심리적 안정을 느끼는 ‘플라시보 효과’라는 게 밝혀지기도 했다. 따라서 제약회사에서는 어떤 약품을 개발했을 때 임상효과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플라시보를 이용한 검사를 반드시 거친다고 한다. 그 검사에는 가짜 약을 투여한 그룹과 진짜 약을 투여한 그룹을 비교, 확실한 유효성이 드러나야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일본 도카이(東海) 대학 교수이자 일본 최고의 멘탈 트레이닝 지도자로 알려진 고즈마 요이치가 25년간 다양한 사례를 수집하고 연구해 만든 개념인 ‘슈퍼 멘탈 트레이닝’이란 것이 있다. ‘탁월한 성과를 내기 위한 방정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가 지도했던 수많은 스포츠 선수들을 보면 일류와 이류의 차이는 체력이나 신체능력, 기술에서의 차이라고 할 수 없었다. 진정한 차이는 다른 데 있었는데, 바로 ‘마음속의 작은 습관’이었다. 

‘할 수 있다’는 자기 최면을 걸면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갖게 되고, 그것이 바로 모든 가능성의 출발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 어려운 장애물을 만나면 쉽게 포기하고 좌절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자기 최면은 바로, 인생의 험난한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을 불어넣어줄 신비의 명약(名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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