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거 부동산 대기자.
권혁거 부동산 대기자.

올해 주택을 구입하거나 가계자금이 필요할 때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의 대출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031일부터 금융기관에 적용된 DSR(Debt Service Ratio,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로 인해 원리금에 대한 상환능력이 기준이 되면서 대출받기가 더욱 까다로워졌다.

DSR은 대출자가 보유한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이 연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대출자의 모든 대출채무와 소득을 따져 상환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이다. 기존의 DTI(Debt To Income, 총부채상환비율))가 주택담보대출에만 적용되던 것에 비해 DSR은 모든 대출에 적용되는 것이어서 더욱 강력한 대출규제라 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에서는 고()DSR 기준을 각각 70%90%로 확정해 위험대출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시중은행에서는 DSR 70%를 초과하는 신규대출에 대해서는 15%, DSR 90% 초과 신규대출에 대해서는 10%로 제한해 관리하게 된다. 지방은행은 DSR 70% 초과 30%, 90% 초과 25%, 특수은행은 이를 각각 25%, 20%로 제한한다.

DSR 관리지표는 전체 금융권으로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올해 2월에는 상호금융업, 4월은 보험업, 5월은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에 순차적으로 확대된다. DSR 규제가 적용될 경우 대출금액이 기존에 비해 많게는 1/3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특히 다주택자들에게는 거의 대출이 이루어지기 어렵게 돼 있다.

금융규제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부동산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데에는 금융규제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이견이 없다. 은행을 통한 부동산 구입자금 조달이 실제적으로 어려워진데다 심리적인 압박요인도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주택자 등 정부에서 부동산대책의 타깃으로 삼고 있는 수요자들은 물론 내집마련 수요자들도 금융규제로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주택구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규제로 인해 올해 은행들의 수익성도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계대출이 줄어들고 자본조달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금융규제가 본격적으로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억제하는 수단이 된 것은 참여정부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참여정부 당시 여러 가지 강력한 부동산투기억제대책을 내놓아도 집값이 안정되지 않자 빼든 칼이 바로 금융규제이다. 당시 나온 대책이 DTILTV(Loan To Value, 주택담보대출비율)이다. 즉 주택담보대출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도록 한 것이다.

DTILTV는 당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였다. 즉 대부분의 수요자들이 집을 살 때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점을 고려해 여기에 제재를 가하기 위한 것이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집값 하락 등에 대비해 일정 비율 이상 넘지 않게 하는 한편 소득과 연계해 대출의 한도를 정하도록 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대출의 축소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전까지 그렇게 많은 규제대책을 내놓았음에도 오르기만 하던 집값이 금융규제가 나온 이후 서서히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당시의 상황은 최근의 부동산시장과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규제가 효과를 거둔 셈이다. 물론 금융규제만이 아니라 이전의 정책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분명한 점은 금융규제가 이전에 나왔던 여러 부동산대책들의 효과를 한꺼번에 엮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주택을 구입할 때 대부분의 수요자들이 대출을 필요로 하는데 이것이 줄어들면 구입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심리적으로도 위축되는 것은 당연하다. 자연히 부동산시장이 가라앉으면서 안정세를 보이게 된 것이다.

참여정부가 끝나고 MB정부가 들어서면서 부동산규제가 완화되기 시작했지만, 금융규제는 상당기간 이어졌다. 다른 규제를 완화하면서도 LTVDTI 등의 금융규제는 마지막까지 그대로 두었다. 이는 금융규제까지 풀 경우 시장이 과열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었다. 실제로 부동산시장은 제한적으로 살아나는데 그쳤다.

당시 주택업계를 비롯한 관련업계에서는 금융규제의 완화를 줄기차게 제기했다. 금융규제가 풀리지 않고서는 부동산시장이 제대로 살아나기 어렵고, 이는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부동산경기가 살아나야 바닥경기가 살아나고 내수가 좋아져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금융규제가 제대로 풀린 것은 박근혜 정부때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20147월 정부에서 LTVDTI를 각각 60%70%로 완화하는 내용의 규제완화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도 내렸다.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부동산경기도 호황국면으로 들어서게 된다.

당시의 금융규제 완화를 두고 일각에서는 빚내서 집을 구입하라는 것이냐며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 않았지만, 부동산시장이 살아나면서 전반적인 경제흐름이 다소 개선된 것 또한 사실이다. 반면 가계대출은 급격히 늘어났다. 시장은 살아나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그에 비례해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한편으로 금융시장에 큰 부담이기도 했다.

 

현 정부 들어서면서 부동산시장 안정, 특히 다주택자들에게 정책의 타깃이 맞춰지면서 투기억제대책의 백화점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많은 대책이 발표됐다. 시장과열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른바 갭투자 등의 억제를 위해 이전보다 훨씬 더 센 강도로 시장을 옥죄고 있다. 현 정부의 대책에서도 역시 하이라이트는 DSR로 대표되는 금융규제와 세제이다.

금융규제가 강화되면서 다주택자들의 갭투자도 어려워지고 있지만, 서민들의 주택구입 또한 어려워지고 있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대출규제외에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까지 겹쳐 더욱 그렇다. 미국의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우리만 금리를 계속 제자리에 놓아두기도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서민들에게 가계대출은 더욱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규제가 그렇듯 금융규제도 결국 처음의 규제가 약발이 듣지 않으면 더욱 강해지기 마련이다. 처음 DTILTV의 한도제한에 머물렀던 금융규제가 DSR까지 강화된 것이 좋은 예다. 더욱 강력한 규제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언제까지 금융규제를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점 또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