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fair)이라는 개념은 매우 논쟁적이고 주관적이다. 이에 ‘경제’ 개념을 더한 ‘공정경제’로 확장할 경우 그 이념적 해석과 위상을 두고 논란은 가열된다. 그러나 공정경제는 단순히 이념적이거나, 당위론적 진술을 넘어, 헌법적 가치를 지닌 기속력(羈束力. binding power)을 대동한 개념이다. 이른바 ‘경제민주화’ 규정으로 알려진 헌법 119조 2항은 ‘경제력 남용 방지’와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위한 ‘규제와 조정’을 국가가 할 수 있다고 했다. 자유경제체제를 인정하되, 케인지언 류의 수정자본주의의 공리적 간여도 불사한다는 개념이다.
분명한 사실은 ‘공정한’이란 말에는 ‘윤리적’(ethical)이란 뜻도 함께 담겨 있다. 그래서 ‘공정경제’는 유사한 뜻을 지닌 다른 말인 ‘윤리경제’ 혹은 ‘대안경제’로 대체할 수도 있다. 
이는 소규모 생산자들을 소외시키는 경향의 거래, 혹은 착취나 자원 낭비에 근거한 국제무역에 대한 대안을 제공한다는 뜻도 된다. 중간상인을 배제한 윤리적인 직접 거래(무역)도 그렇고, 대안의 유통채널, 대안 노동력(국제 공정무역에서 자원봉사자 등) 등의 윤리적 경제행위 또한 그런 것들이다. 

이런 ‘공정’한 ‘경제’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최근에 불거진  일련의 산업 지형에선 그 절실함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이나,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에 대한 대기업들의 약탈적 침해, 원청과 하청, 재하청의 착취구조, 독과점에 의한 소비자 권익과 효용의 반감 등이 그런 것들이다. 
하긴 해묵은 시절, 19C말 미국 ‘반트러스트법’이 제정될 때부터 공정경제에 대한 막연한 공감은 존재해왔다. 그러나 ‘반트러스트법’이 소기한 목적이 독과점 규제와 이로 인한 소비자 보호라는 소극적 반경에 머물렀다면, 오늘의 공정경제는 광의의 적극적 목표가치에 과녁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 ‘목표가치’는 역설적으로 공정경제를 ‘비시장적인 비정상적 현상’이라고 비판하는 시각의 행간에 숨어 있다. 비판론자들은 으레 정부의 간섭, 그리고 자유로운 거래와 자유 경쟁에 대한 규제와 침해를 지적한다. 그러나 그런 비판에 대한 해명의 ‘로직’(logic)이 바로 공정경제가 추구하는 목표가치에 대한 설명이다.
다시 말해 공정거래는 오히려 시장실패에 대한 독특한 해결 방안이다. 자원의 왜곡과 노동시장의 불균형, 독점 자본 등 비효율적이고 비정상적인 생산요소의 작동을 교정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봐야 한다. 이는 반시장적이라기보단, 시장의 실패를 교정함으로써 오히려 자본주의의 정상적 피드백을 가로막는 장애 요소를 제거하는 새로운 자유주의적 모델이라고 해야 옳다. 공정거래 혹은 공정경제는 ‘자유경쟁, 사유재산, 영리추구’라는 자본주의 3대 원리를 폐기하기보단, 그 효율화에 기여하는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목표가치에 도달하기 위해 공정경제는 생산, 판매, 소비 등의 참여자들을 아우르면서 역량을 강화하고, 수익을 내는 거래를 존중한다. 힘의 논리에 의해 우열이 가름되는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선 불가능할 법한 이익도 가능해진다. 다만 효율과 공정 경쟁을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안토니오 네그리의 사회주의적 ‘삶정치’나, 평균적인 평등과는 다르다.
공정경제의 미덕은 좀더 분명하고 구체적인 사례로 나타난다. 우선 생산자, 판매자, 구매자에게 좀 더 평등하게 서비스, 용역을 제공하는 공급체계를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특히 생산자를 그 노고에 걸맞게, 기존 거래 체계보다 더 공정하게 대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 소기업이 거대한 시장 경제 장기판에서 그 능력껏 최소한의 생존을 담보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들 소외된 경제 행위자들이 중심적 경제주체로 등업되고, 참여함으로써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사이클이 구축되는 것이다.
둘째로 공정거래(무역)에 대한 검증과 인증, 감시 등을 통해 최소한의 공정한 거래 지침을 지키도록 요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쟁자들이 평등하고 윤리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준다. 자유 경쟁을 빙자한 ‘돈 놓고 돈 먹는’ 식의 약탈적이며 폭력적인 상행위와 상거래를 배제하는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효용 만족이다. 투명하고 질좋은 생산과정과 공급체계가 보장됨으로써 소비자들도 양질의 생산품을 적정한 가격에 제공받을 수 있다. 하자와 불량 투성이의 상품이나, 허위 조작된 상품 정보나 과대 광고, 유통과정의 거품과 착취 구조를 배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더 공정한 선택의 기회를 갖게 되고, 궁극적으로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용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소비자는 한층 현명해지고, 각성의 주체가 된다. 좀더 도덕적이며 공정한 소비를 통해 생산과 유통, 소비, 투자를 견인하고 촉발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정경제 연구자인 알렉스 니콜스 등은 “오늘날 공정거래는 소비자가 이끌고 있으며, 특히 ‘윤리적’인 소비의 성장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갈파했다. 결국 모든 이가 소비자일진대, 공정경제는 만인에 의한 만인의 행복을 위한 ‘룰(rule)’인 셈이다.

박경만(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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