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값 인상, 재개발 관련 법령, 가스공사 사장 후보자 등 다양한 ‘외침’과 호소

연탄은행전국협의회 달성연탄은행 오일영 상임대표.
연탄은행전국협의회 달성연탄은행 오일영 상임대표.

무궁화동산은 청와대 바로 앞에 있는 공원이다.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온갖 억울한 사연이나 사회 부조리를 호소하고 고발하는 이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한켠에선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는 관광객과 나들이객, 그리고 또 한켠에는 세상이 짐을 혼자 짊어진 양 묵묵히 피켓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이 뒤섞여 있다. 늘 '희비'가 엇갈리는 어색한 풍경이 그렇게 한 자리에서 펼쳐지곤 하는 곳이다.
기자가 무궁화동산을 찾은 29일에도 기념촬영을 하는 관광객들 뒤로 1인 시위를 하는 많은 시민들로 붐볐(?)다. 광화문 광장이 세상을 향한, 수많은 시민 대중들의 큰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확성기와 같다면, 이곳은 2019년 1월 대한민국의 진짜 속사정과 내밀한 사연이 전해지는 ‘신문고’다.

 

▲“소외계층의 연료 연탄…값 올라 정작 소외계층은 못 써”=이날 무궁화 동산 한켠에 피켓을 세운 ‘연탄은행전국협의회 달성연탄은행’ 오일영 대표는 “연탄가격이 많이 올라 연탄을 구입하지 못하는 집이 부지기수”라며 “소외계층에선 생존을 위해 연탄을 사용하는 만큼 반드시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14만 가구의 소외계층이 연탄을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연탄 가격의 급상승은 2016년부터 가속화됐다. 정부가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에 관한 국제 협약 때문에 연탄업체에 지급하던 보조금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7년간 동결됐던 연탄 가격은 2016년부터 해마다 20% 가까이 올랐다.
이날 시위에 나선 오 대표는 “2016년엔 장당 600원이던 연탄 가격은 올해 800~900백원까지 올랐는데, 여기에 배달료까지 합하면 900~1000원까지 오른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나마 소외계층의 겨울나기를 돕던 연탄은행과 같은 시민단체들이 받는 후원금이 작년 이맘때 대비 30%가량 줄어들어, 연탄을 공급하기란 더욱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연탄의 주요 수요처는 일부 음식점을 제외하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의 소외계층이 대부분이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의 경우 정부가 일정량의 연탄을 구입할 수 있도록 ‘연탄쿠폰’을 지원하기 때문에, 본인의 돈을 조금 더 보태면 충분히 겨울 한철을 날 수 있어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문제는 차상위계층이다. “실제 생활수준은 기초생활수급자와 다를 바 없지만 행정기록상 부양가족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기초생활수급비나 연탄쿠폰도 지원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경우 경제능력이 있는 자녀가 있어도 부양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복지의 사각지대나 다름없다. 때문에 차상위계층은 시민단체들이 애써 알음알음 수소문하여 찾아내는 수 밖에 없다.

 

대흥 제2구역 철거민 이미경 씨.
대흥 제2구역 철거민 이미경 씨.

▲“재개발 보상금‧강제퇴거 법적근거 뜯어 고쳐야…”=서울 마포 대흥 제2구역 재개발 사업 때문에 보금자리를 잃은 철거민 이미경 씨도 무궁화동산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이 씨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위헌”이라며, 이를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재개발 사업이 공익적 성격의 사업으로 구분되어 보상금을 실거래가에 한참 못 미치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지급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재개발 현장 강제퇴거의 법적 근거가 되는 ‘민사집행법’까지 활용해 건설사와 기획사가 주민들을 강제로 내쫓는 것도 고쳐야한다”고 설명했다.
대흥 제2구역 철거 이후 어렵사리 다시 터전을 잡은 이 씨는 타 지역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다. 턱없이 모자란 보상금 때문에 집을 구하지 못해 점포에서 주거도 함께 해결하고 있다.
당시 이들이 지급받은 보상금은 실거래가격의 30%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책정됐다. 실제로 1억 원에 거래되는 부동산임에도 공시지가가 3천만원이니 보상금으로도 3천만원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미경 씨의 어머니는 그 충격으로 철거가 진행되는 와중에 사망했다. 이 씨의 피켓에는 아직도 어머니의 영정사진이 내걸려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 백종현 정책국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 백종현 정책국장.

▲“원전 확대론자가 가스공사 사장 취임? NO!"=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는 4개월간 공석인 한국가스공사의 사장직의 신임 사장 선임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조석 후보자가 과거 민간기업의 가스사업 참여 기회를 열어 가스산업의 공공성이 훼손되고 있으며, 함께 후보로 오른 강대우 ‧ 김효선 후보자의 경우 전문성과 경력이 부족한 인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비판은 조석 후보자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현 정부는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요 정책으로 삼는데, 조석 후보는 정반대로 ‘원전 마피아’와 같은 행보를 걷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조석 후보는 지난 2016년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원전은 인류의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태양광보다 원자력이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다. 원전은 환경친화적이며 경제성이 높지만 안전한 운영이 필수”라며 원전 확대를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해당 후보자는 과거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서 지식경제부 차관에 이어 한수원 사장을 지냈고, 이번에 한 단계 낮은 한국가스공사 사장직에 지원했다.
오는 30일에 정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가스공사 공공기관 임원 추천안을 올리고 후보자를 2명으로 압축한다. 이후 다음달 28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사장을 최종 선출한다.

이들이 시위를 이어가던 이날 낮, 다행히 기온은 영상을 유지했다. 그러나 피켓을 들고 선 이들의 마음은 꽁꽁 얼어붙은 영하의 기온이다. 시린 손을 호호 불며, 피켓 든 손을 바꾸던 연탄은행 오일영 대표는 “부디 ‘없는 사람’들도 추위 걱정 안하고,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남의 걱정부터 했다. 1년 365일 이러저런 사연의 사람들로 붐비는 청와대 앞 무궁화공원, 그곳은 타인 아닌 자신과 싸우는 1인 시위자들의 외로움으로 늘 채워진다.

글 ․ 사진 우종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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