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ㆍ칼럼니스트.
시인ㆍ칼럼니스트.

율곡 선생은 『격몽요결(擊蒙要訣)』에서 ‘궁리는 독서보다 먼저 할 것이 없다. 왜냐하면 성현이 마음을 쓴 자취도 본받을 만한 선(善)도 경계해야 할 악(惡)도 모두 책에 있기 때문이다.’라는 구절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사생아로 자라며 엄청난 시련을 감내해야 하는 불우한 시절을 보냈지만, 책을 가까이 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꾸준한 독서를 통해 쌓은 간접경험과 지혜에서 발산되는 구수한 입담, 그리고 인생의 밑바닥을 겪어 본 특유의 진솔함을 바탕으로 토크쇼 여왕의 자리에까지 오른 것이다.

빌 게이츠는 그의 외할머니가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으며 책벌레가 되었다. 훗날  그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동네의 작은 공공도서관이다”라고 했다. 헤르만 헤세는 할아버지 서재에서 『로빈슨 크루소』와 『걸리버 여행기』를 발견했고, 인도와 불교에 관한 서적도 읽었다. 뒷날 헤세가 동양 불교에 대한 수준 높은 작품들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도 어린 시절 독서의 힘이었다. 훌륭한 인물들은 대부분 책을 가까이 하며 지적 호기심을 키워 독서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인 ‘NOP 월드’ 보고에 따르면, 세계 30개국 가운데 한국인이 책을 가장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세기 IT 강국이라는 우리의 독서 실태가 이 지경이면 앞으로 콘텐츠는 어떻게 창조할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인문학의 위기라고들 하지만 이는 기초독서 부족으로 고전을 읽어낼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개탄한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아침독서 10분 운동’이 크게 성공, 일본 열도를 열광케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1990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주빈국이 된 것을 계기로 시골의 한 여학교 교사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이를 실천하는 학교가 1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수업 직전 10분 동안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 잔잔한 클래식의 선율이 흐른다. 교실에는 은은한 긴장감이 돌고, 학생들은 사뭇 진지해진다. 학교도서관 책들이 돌연 생생하게 살아 꿈틀댄다. 이 운동은 학습효과까지 나타나, 가장 성공한 교육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일본은 국민독서력 향상을 위한 ‘활자문화진흥법’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이지만 참으로 부럽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년 동안 우리나라 국민은 한 사람당 평균 9.9권밖에 책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인은 1년에 평균 72권, 미국인은 77권을 읽는다. 한 달을 기준으로 볼 때, 우리는 평균 1권의 책도 읽지 않는 반면에 프랑스인은 5.9권, 중국인은 2.6권을 읽는다.

한국인의 독서시간은 하루 평균 6분이며, 성인 10명 가운데 1명은 최근 1년간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처럼 책이 이렇게 홀대를 받은 적은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지난해 문화부는 2018년 한 해를 ‘책의 해’로 정하고, 생활 속에 책 읽는 습관이 뿌리내리도록 다양한 행사를 펼치기도 했다. 

전자책(e-Book)의 영향도 있지만, 전체적인 독서량이 줄면서 서점들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더군다나 인터넷이 없던 시절, 동네 사랑방 구실을 하며 ‘앎의 즐거움’을 안겨 주던 ‘동네 책방’마저도 이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라져 가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책의 판매량이 줄고 ‘활자이탈’, ‘문자이탈’ 현상이 급증하면 국민의 지적 역량이 퇴락하고 정서 불안을 초래, 국가 지식기반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캐치프레이즈가 한때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적이 있었다. 국가가 나서 독서진흥정책을 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 스스로가 ‘나’와 ‘가족’을 위해 책읽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절실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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