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모든 부처와 공공기관 대상 ‘공공분야 갑질 근절 가이드라인’ 공표

모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A씨는 요즘 직장생활이 무척이나 고달프다. A씨의 직속상사 B씨 때문이다. B씨는 최근 A씨가 인사를 해도 무시하고, 말을 걸어도 대답조차 않는다. 업무를 보고해도 무응답이고, 회식에도 부르지 않는 대신, 아무런 설명도 없이 업무에 필요한 비품을 주지 않는다. 앞으론 이런 경우 공공분야의 ‘갑질’로 취급되어, 조사 대상이 된다.

정부는 21일 공공기관 혹은 상급기관이 하급자 또는 민원인에게 행하는 각종 갑질 행태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과 해결 방안을 담은 <공공분야 갑질 근절 가이드라인>을 공표했다.

‘가이드라인’이 열거하는 사례 중엔 민원을 접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도 하지 않고 민원을 처리할 수 없다며 접수를 거부하거나, 특정인을 상대로 정당한 사유없이 접수된 민원을 취하하도록 유도하는 행위 등이 있다. 이런 것들 역시 공공기관의 ‘갑질’로 간주, 제재를 받게 된다.

또 애초 발주와는 달리 예산이 부족하거나,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등 발주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시공자에게 떠넘기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특히 산하기관 직원 혹은 하급자에게 긴급하지도 않은 일임에도 무리하게 업무 지시를 하는 경우, 혹은 심야시간에 일을 맡기고 “아침까지 해놓으라”는 지시를 하는 경우 등도 모두 전형적인 ‘갑질’로 간주된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지방자치단체 출자 및 출연기관 등에 적용된다. 또 이들 기관으로부터 공무를 위탁받은 기관, 개인, 법인과 공무원으로 의제 적용되는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그러면 어떤 행동들이 ‘갑질’에 해당하는가. 이에 대해 가이드라인이 밝힌 주요 유형별 갑질 판단기준을 보면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인 경우 법령, 규칙, 조례 등을 위반하여 자기 또는 타인의 부당한 이익을 추구하거나, 불이익을 주었는지 여부가 있다. 

또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금품이나 향응 제공 등을 강요, 유도하거나, 사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도 전형적인 갑질이다. 특정인의 채용, 승진, 인사 등을 배려하기 위해 유리하거나 혹은 불리한 업무를 지시하는 행위, 외모와 신체를 비하하는 발언, 욕설, 폭언, 폭행 등 비인간적인 언행 등도 이에 해당된다. 

특히 민관의 거래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로서 발주기관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시공사에게 부담시키는 등의 행태도 전형적인 갑질로 꼽혔다. 이 밖에도 정당한 사유없이 민원접수를 거부하거나, 고의로 지연 처리 등을 하는 경우, 의사에 반한 모임 참여를 강요하거나, 부당한 차별행위를 하는 경우도 갑질로 간주된다.

이번에 공표된 ‘가이드라인’은 ‘갑질’의 정확한 개념과 판단기준, 주요 유형별 갑질 근절 가이드라인, 갑질 행위에 대한 대응 요령, 갑질 예방대책, 개인별 혹은 업무 유형별이나 직장문화 형태별로 갑질이 발생할 소지가 얼마나 되는지를 진단할 수 있게 했다.

‘가이드라인’은 갑질을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기관에 갑질 근절 전담직원을 지정하고, 피해 신고․지원센터를 설치할 것을 주문했다. 또 갑질이 발생한 후엔 사실관계를 정밀히 조사한 후 징계나 수사 의뢰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피해자 대처요령을 상세히 기술, 눈길을 끈다. 피해자는 갑질행위 중지 요구, 피해신고, 심리치료 요청, 분리 요청, 법률지원 요청을 할 수 있다. 또 공공기관장은 불이익 처우 금지, 2차 피해 방지, 정신적, 육체적 치유와 상담을 통한 피해자 적응 지원에 나설 수 있다. 필요한 경우엔 가해자와의 격리 등 분리 조치를 할 수도 있고, 법률 전문가나 조력인을 지정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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