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고홍보학회 분석, ‘노인 소외’, ‘존재감 부각’ 등 긍정․부정 교차

제약과 의료 광고에 등장하는 노인의 모습이 오늘날 고령화 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광고홍보학회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노인 비율에 비해 광고 등장인물 중 노인의 비율은 그 절반에 머물러, ‘사회적인 노인 소외’가 제품 광고에도 반영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제약 ․ 의료가 ‘노인 제품’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는 지적이다. 

그 중에서도 남성 노인보다는 여성 노인의 비율이 더 적었다. 현실에서는 여성 노인이 남성 노인보다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제약․의료 광고에서는 그 반대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여성 소외를 대변해 준다.  

또 광고 속 노인은 주로 비직업인이나 주부, 단순 사용자로 묘사되어, 우리 사회에서 노인인구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데 반해 전문성 등 질적인 측면에 대한 인식이 미미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 부분 역시 여성 노인의 사례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여성 노인은 노인, 여성이라는 이중 소외를 여전히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학회의 이런 분석 자료는 사회적 관점뿐만 아니라 마케팅적 관점에서도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만큼 노인이 이미 수적, 경제적으로 강력한 소비 집단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아우르지 않고는 효과적인 마케팅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회의 분석에 따르면 노인 발언권은 예나 지금이나 크지 못하다는 점을 제약․의료광고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증언’이나, ‘실연(實演)’ 유형에 노인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경우, 말(대사)이 없는 경우, 말(대사)을 해도 의문이나 제안 형태보다 서술 형태가 많은 경우, 정보 제공자보다 정보 수용자가 더 많아진 점 등이 그런 것들이다.

학회는 “특히 노인이 사용하는 언어가 거의 성 역할, 지위 역할에 일치하는 언어라는 점은 노인의 성적 역할, 사회적 지위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회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면서 “다만 연령 역할, 관계 역할에는 불일치하는 언어가 다소 보여서 나이나 관계에 있어서는 인식의 변화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에 노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과거에는 노인이 문제 해결이나 발표자 유형으로 등장했고, 제품 성능과 기술을 전달하는 장면에 자주 등장했다. 그러나 최근엔 드라마, 생활 단면 유형 광고, 타인(대인) 관계 메시지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는 과거엔 노인이 어떤 문제점이나 불편함을 안고 있는 존재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엔 생활 속에서 함께 어울리는 존재, 관계를 맺어야 할 대상으로 더 많이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과거에 비해 최근 노인이 ‘감성적 소구’를 하는 장면에 등장한 경우가 대폭 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고 했다. 특히 과거의 광고 장면엔 전혀 등장하지 않았던 ‘감동 톤’의 장면이 자주 등장보이고, 정서적 언어 사용이 증가했다는 점 등이 그런 사례다. 

이는 과거엔 노인들의 정서 세계에 대해 ‘늙으면 감정도 메마를 것’이라 생각한 것과는 다른 현상이다. 즉 고령화가 광범위하게 가속화되면서 사회 각 분야에 대한 노인들의 참여도 역시 높아지고 있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노인들의 여러 가지 참여와 활동이 늘어나면서 ‘그 분들도 감정을 가진 존재, 감정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생긴 결과라는 분석이다.

같은 맥락에서 과거에는 권위 있는 이미지, 진지한 표정이 가장 많았던 반면에 최근에는 행복한 이미지, 웃는 표정이 가장 많았다는 것도 이제 노인도 삶의 행복을 즐기는 존재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과거에 비해 활발한 몸동작, 측면 시선, 전신 샷, 캐주얼 복장이 많아졌다는 점 또한 노인이 활동적, 적극적 존재로 인식되고 외모 면에서도 과거에 비해 손색이 없어졌다는 인식을 보여 준다는 설명이다. 

또한 과거엔 노인 (광고)모델의 제1 조건이 대중성이었으나, 최근 들어 적합성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노인을 하나의 집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특성을 가진 개인으로 본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누구누구 할아버지, 할머니’ 하는 식으로, 노인에 대한 (자연인으로서의) 호칭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는 노인이 주체로서 아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또한 호칭이 있는 경우에도 직책, 이름으로 불리거나, ‘어르신’ 등 사회적 맥락으로 불리는 경우는 전혀 없고 그저 아버지, 할머니 등 ‘가정 맥락’에서만 불리는 점은 노인을 이해하는 프레임이 아직도 가정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학회는 “다만 연령 역할, 관계 역할에 있어선 인식의 변화가 엿보인다.”고 했다. 예컨대 2017년에 집행된 정관장 광고 <사위> 편에선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는 사위에게 장인이 핀잔을 주는 것이 아니라 “참 생각 잘했어!”라면서 오히려 선물을 준다. 딸을 맡긴 장인과 사위라는 관계 역할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학회의 연구는 광고 크리에이티브에 나타난 노인의 세부적 이미지, 속성, 언어를 통해서 우리 사회 노인의 정체성을 다각적,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20년 전과 현재를 비교하면서 분석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학회는 “광고에서 보여 주는 노인의 이미지는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큰 향을 미칠 수 있는데, 특히 광고는 시간적, 내용적으로 단순하기 때문에 그 영향이 빠르고 강하다.”면서 “제약 ․ 의료 광고에 나타난 노인의 이미지, 속성, 언어를 분석하여 우리 사회에서 공유되고 있는 노인에 대한 인식과 그 변화를 살펴보았다”고 의미를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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