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前 한국개발연구원 『나라경제』 편집주간
김인철 前 한국개발연구원 『나라경제』 편집주간

말레이시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총리와 할랄산업 협력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할랄 산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1/4이 먹는 할랄식품
 
우리나라에서는 박근혜정부가 할랄산업을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할랄’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식품산업계를 비롯한 관련 업계는 당연히 새로운 시장이라는 측면에서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일부 기독교단체가 대단히 과격한 관심(?)을 표명하는 바람에 ‘할랄’은 우리나라에서 뜨거운 용어가 되어 버렸다.

‘할랄(Halal)’은 아랍어로 ‘신이 허용한 것’이라는 뜻으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인정받은 제품을 말한다. 다시 말해, 식품뿐 아니라 의약품·화장품·관광·의약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이슬람 율법에서 사용이 허용된 것들을 의미한다. 이 모든 것을 통틀어 할랄산업이라고 하는데, 이 중에서도 할랄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크다.   

무슬림에게 허용된 음식이 ‘할랄식품(Halal Food)’이다. 공산품의 경우 할랄식품에는 공식적으로 인증마크를 붙여야 하고 할랄식품을 판매하는 식당 역시 인증서를 받아야 한다. 고기의 경우 이슬람식 도축방식인 자비하[Zabihah 또는 다비하(Dhabihah)]에 따라 도축한 육고기와 비늘이 있는 생선 등은 먹어도 되는 할랄식품이다. 반면에 이슬람 율법에서 금지된 식품을 ‘하람식품(Haram Food))’이라고 하는데, 돼지고기·민물고기·알코올 등이 대표적인 하람식품으로 꼽힌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 할랄시장 규모는 2조 달러를 넘고 이 중 할랄식품이 전체의 약 81%를 차지한다고 한다. 할랄시장 규모는 매해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는 무슬림 인구 증가에 따른 것이다. 1990년 11억 명이었던 무슬림 인구가 2010년 16억 명으로 늘어났고 2020년에는 20억 명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 세계 인구 4명중 1명이 무슬림인 셈이다. 그러니 이 거대한 할랄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가파른 증가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세계 할랄시장 규모 2조 달러

문재인정부의 신남방정책 추진으로 우리나라의 할랄산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는 할랄시장 진출에 필요한 시장조사, 인증획득, 컨설팅, 정보제공, 전문가 양성 등을 지원하고 있고 KOTRA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할랄식품 시장개척 과정을 운영하여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민간기업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2010년 이후부터 식품산업을 중심으로 할랄시장에 진출했지만 아직은 초보적 수준이고 수출지역도 대부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한정되어 있다. 고기 성분 대신 콩 단백질을 넣은 라면, 돼지 젤라틴을 소나 해조류 젤라틴으로 대체한 초코파이, 알코올 성분 대신에 칠리소스로 대체한 고추장 등 할랄식품이 주로 수출되고 있다. 식품 외에도 화장품·건해조류·유제품·과일·여성건강 관련제품 등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할랄식품이 웰빙식품으로 알려지면서 비무슬림들의 구매도 점차 늘고 있어 주요 국가들이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도 연간 2조 원 규모인 할랄시장은 최고의 블루오션이 아닐 수 없다.
 관련 전문가들은, 수출지역 다변화와 함께 할랄인증 제품의 종류를 늘려야 하고 소비자별 특성에 맞는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해외 할랄산업단지 조성과 해외진출 마케팅 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확대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일부 기독교단체들이 할랄산업에 종교나 이념을 연관시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있어 정책당국이나 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 할랄산업은 하나의 ‘수출산업’, 할랄식품은 하나의 ‘수출상품’으로 이해하고 할랄을 또 다른 하나의 문화이자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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