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직무적성검사' 난이도 높아 응시생들 애 먹어

삼성그룹은 취준생들의 입사희망기업 1순위다. 한국 기업을 대표하는 회사답게 입사 경쟁률도 치열하고, 시험은 물론 어렵다.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선발을 위해 14일 실시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 Global Samsung Aptitude Test)’는 지난해와 비교해 난이도가 매우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나 취준생들의 한숨을 자아냈다고 한다. 특히 응시생들은 언어논리 영역의 문제 풀이에 애를 먹었다고 입을 모았다. 또 최근 삼성의 채용 규모 확대 계획에 따른 합격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GSAT는 언어추리ㆍ수리논리ㆍ추리ㆍ시각적 사고 등 4개 과목의 110문항이 출제된다. 시험 시간은 2시간가량에 불과해 1분에 한 개씩 풀어야 한다. 모든 문항은 객관식이고, 정답률을 근거로 점수가 매겨지기 때문에 모르는 문제는 찍기보단 아예 풀지 않는 편이 유리하다. 

올 상반기 GSAT는 이날 오전 서울과 부산, 대구 등 국내 5개 지역을 비롯해 미국 뉴어크과 로스앤젤레스 등 총 7곳에서 치러졌다. GSAT는 서류전형에 포함된 에세이 형식의 ‘직무적합성평가’를 통과한 지원자만 볼 수 있는 시험이다. GSAT를 통과하면 곧바로 면접 전형이 이어진다.

GSAT는 지난해부터 시험 과목과 시간 등이 변경됐다. 기존 과목이었던 ‘상식’이 빠지면서 ‘언어논리’와 ‘수리논리’, ‘추리’, ‘시각적 사고’ 등 4과목 110문항으로 출제됐다. 항목이 축소되면서 시험 시간도 140분에서 115분으로 줄었다. 한 문제를 최소 50초 이내에 풀어야 시간을 맞출 수 있어 응시생의 시간 조절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이날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치른 응시생들은 난이도가 지난해 하반기보다 훨씬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동안 평이한 수준이었던 언어논리 영역이 매우 까다로워졌다는 게 응시생들의 전언이다.

언어논리에서는 미술 기법인 ‘오브제(Objet)’와 두 가지 우주관인 ‘지동설’과 ‘천동설’, 빛의 ‘입자설’과 ‘파동성’ 등이 지문으로 등장해 응시생들을 당황케했다. 예년보다 예술과 철학 분야 문제가 크게 늘었다. ‘겸손한 태도로 남에게 양보하거나 사양하다’라는 뜻의 ‘겸양하다’의 반의어를 꼽으라는 문제도 나왔다. 정답은 ‘잘난 체하다’라는 의미를 담은 단어인 ‘젠체하다’였다.

업계에서는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창의적인 인재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삼성이 인문적 소양과 과학적 소양을 겸비한 신입사원 채용에 집중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수리논리 영역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응시생이 가장 어려워하는 영역 중 하나였다. ‘두 개의 어항에서 줄어드는 물고기를 계산하라’거나 ‘소금물의 달라지는 농도를 구하라’는 식의 문제가 많았다. 특히 이 '소금' 문제가 응시생들을 당황시켰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15% 농도의 소금물을 5% 증발시킨 후 30% 농도의 소금물 200g을 섞어서 최종 농도가 20%가 됐다면 증발 전 15% 농도 소금물의 양이 얼마였는지' 묻는 것이었다. 이 골치아픈(?) 문제 때문에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시각적 사고 영역에서도 평면도 등 투영 실루엣을 참고해 도형 모양을 추측하는 문제에서 계산해야 할 블록 개수 등이 늘어나 문제 해결이 매우 까다로웠다.

실제로 이날 시험에서는 GSAT의 전통적인 고난도 문항인 시각적 사고 영역의 ‘종이접기’ 문제는 물론 언어논리와 수리논리 부문에서도 답안을 모두 작성하지 못한 수험생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구체적인 채용 규모를 밝히지 않았으나 기존 상반기 채용 규모(4000여명)보다 1000여명 늘어난 5000여명을 채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은 지난해 8월 ‘경제 활성화’ 대책 발표를 통해 향후 3년간 180조원 투자와 4만개 일자리 창출 등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상·하반기 1만여명에 달하는 신입사원 채용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날 상반기 GSAT에는 예년 대비 1만명 이상 늘어난 9만~10만명이 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채용 규모 확대 기대감에 더해 LG전자가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은 데 따른 영향으로 응시생이 크게 늘었다.

삼성은 GSAT 합격자를 대상으로 이달과 다음 달에 걸쳐 임원 면접, 직무역량 면접, 창의성 면접 등을 진행한다. 다음 달 중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시험 종료 직후인 이날 정오쯤부터 온라인 취업 카페에는 GSAT 난이도에 대한 응시자들의 후기가 잇따랐다. 한 응시자는 “오늘 GSAT, 소름이네요. 엄청나다”면서 “(합격자) 발표는 언제쯤 나려나. 포기하는 게 맞겠죠”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른 응시자도 “GSAT 뭐죠. 본고사인가요”라면서 “처음 보는데 원래 이런가요. 시험 보다가 불타 죽는 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밖에도 “중간에 포기하고 뛰쳐나갈 뻔했다”, “시험 치면서 하반기(공채)를 준비하자는 생각을 했다”, “언어(논리)에서 멘털 찢기고 수리(논리)에서 망했다” 등 후기도 등장했다.

삼성그룹 공채시험은 대입 수능과 비견되는 취준생들의 '입사 수능'의 대표격이다. 서점마다 수많은 응시대비 수험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해마다 색다른 유형이 출제돼 취준생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그럼에도 최근의 채용비리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험관리만 잘 한다면 어찌보면 공정한 공채방식이기도 하다. 객관식으로 얼마나 창의적인 인재를 선발할 것인지가 또 다른 관건이기는 하다. 

 

최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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