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출원 증가, 지원사업 확대 등 돌봄로봇에 대한 관심 확대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시대, 돌봄로봇이 해법으로 등장하고 있다. 돌봄이 필요한 고령층은 증가하지만, 그들을 보살필 인력 또한 부족해지면서 돌봄로봇으로 그 문제를 풀어보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연령별 인구구성비, 1960~2067년. 자료= 통계청 <장래인구특별추계: 2017~2067년> 보고서
연령별 인구구성비, 1960~2067년. 자료= 통계청 <장래인구특별추계: 2017~2067년> 보고서

 

2025년 우리나라 초고령사회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7년 65세 이상 인구가 14%가 넘는 고령화사회로 진입했다. (* 행정안전부 발표. 2017년 8월말,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섬) 국제연합(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경우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지난 3월 발표한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 2017~2067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 구성이 빠르게 증가하여 2025년 총 인구의 2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사회로 접어든 지 8년 만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연도별 돌봄로봇 특허 출원 경향. 자료= 특허청
연도별 돌봄로봇 특허 출원 경향. 자료= 특허청

 

늘어나는 돌봄로봇 특허 출원

특허청은 지난 7일 돌봄로봇 관련한 특허 출원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돌봄 로봇 분야의 특허 출원은 2010~2012년에는 연평균 37건에 불과했으나, 2013~2015년에는 연평균 50여 건, 최근 3년간은 연평균 72여 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허청은 이러한 추세가 “인구 구조의 변화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과 접목한 관련 기술의 발전에 기인한 것으로, 향후에도 해당 분야 출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0년부터 최근 9년간 돌봄로봇 특허 출원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식사‧이승 보조와 같은 일상생활 지원(40%), 혈당‧혈압 관리와 같은 건강 관리(27%), 재활 지원(10%) 순이었다.

출원인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대학‧연구소(38%), 중소‧중견기업(27%), 외국기업(17%), 개인(9%), 대기업(9%) 순으로, 연구기관과 중소기업의 출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돌봄로봇 분야가 대중화되기보다는 초기 산업 단계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일본은 이미 개호로봇(돌봄로봇) 상용화

우리나라는 돌봄로봇이 초기 단계지만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65세 인구비율 20% 초과)에 진입한 일본은 이미 개호로봇이라고 불리는 돌봄로봇이 상용화되어 있다.

고령자의 몸을 떠받쳐서 화장실이나 휠체어로 이동시키는 로봇, 뇌의 신호를 감지해 팔의 움직임을 도와주는 장착형 로봇, 목욕로봇, 정서케어 로봇 등 돌봄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로봇들이 돌봄을 대신해주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정책적으로도 돌봄로봇 개발을 지원해왔다. 올 1월 일본 내각부의 고령화사회백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이 2030년 정도에는 전체 인구의 30%를 넘게 된다. 고령자를 보살피는 데 필요한 간병인은 86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간병로봇의 개발로, 2035년까지 860만 명에 달하는 간병인을 대체하겠다는 비전도 밝혔다.

 

큐라코에서 개발한 배변로봇. 내장된 센서를 통해 대/소변을 감지한 후, 오물을 처리하고, 비데로 환자의 몸을 청결하게 세정시킨 후, 바람으로 몸을 말려주는 건조까지의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실행한다. 사진 제공= 큐라코
큐라코에서 개발한 배변로봇. 내장된 센서를 통해 대/소변을 감지한 후, 오물을 처리하고, 비데로 환자의 몸을 청결하게 세정시킨 후, 바람으로 몸을 말려주는 건조까지의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실행한다. 사진 제공= 큐라코

 

일본에서 먼저 인정받은 우리나라 배변로봇

일본에서는 개호로봇의 분야를 체계적으로 분류해, 개호보험(우리나라로 치면 장기요양보험)에서도 지원한다. 개호보험에서 지원하는 정식 돌봄로봇으로 인증받기까지의 과정은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한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모두 통과해 배변 케어 분야에서 까다로운 정식 개호보험 지원 품목이 된 한국 로봇이 있다. 우리나라 기업 큐라코(CURACO)가 만든 배변로봇이다. 환자의 배변을 자동으로 인식해 배설 처리부터 건조까지 시켜주는 배변 자동 시스템이다.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들의 간병인에게 가장 큰 고충 중에 하나는 배변을 처리하는 것이다. 환자들 또한 그 과정에서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배변로봇은 사용자가 타고만 있으면 내장된 센서를 통해 대/소변을 감지한 후, 오물을 처리하고, 비데로 환자의 몸을 청결하게 세정시킨 후, 바람으로 몸을 말려주는 건조까지의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실행한다. 또한 공기정화 및 살균처리로 사용자의 위생과 청결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시켜 준다.

환자에게는 자존감을 지키게 해주고, 케어 인력에게는 정신적, 육체적 수발 부담을 덜어주는 돌봄로봇인 것이다. 일본에도 배설 케어 로봇을 만드는 회사들이 꽤 있지만, 큐라코의 배변 로봇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7년 정식 품목으로 등록이 되었다.

현재 일본과 한국의 병원, 요양기관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큐라코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아직 장기요양보험에서 돌봄로봇을 지원해주는 제도는 없다. 우리나라에도 계속 문을 두드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에게 돌봄로봇 지원한다

일본처럼 체계적으로 발달해 있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돌봄로봇 육성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작했다. 정부는 최근 돌봄로봇을 4대 유망 서비스 로봇 분야(돌봄, 의료, 물류, 착용형) 중 하나로 선정하여 관련 연구개발을 지원하기로 했고,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돌봄로봇 보급 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돌봄로봇을 10개 지자체와 협력하여 중증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5,000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올해는 시범 사업 기간으로, 지원 대상을 고령자, 장애인으로 한정했지만 앞으로는 ‘신체적·사회적 특징 등의 측면에서 여성, 노인, 청소년, 신체장애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사회적약자를 위한 돌봄로봇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서는 광양시, 김해시, 서울 구로구 등이 지원사업에 선정돼서 돌봄로봇 지원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아직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요 등이 파악된 것은 아니지만, 보급된 곳에는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부모사랑 효돌 로봇에 장착된 센서 설명. 사진 제공= 스튜디오크로스컬쳐부
부모사랑 효돌 로봇에 장착된 센서 설명. 사진 제공=스튜디오크로스컬쳐

 

정서적 교감까지 주는 스마트로봇 ‘부모사랑 효돌’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시군에서 지원 요청을 하는 로봇 중 가장 많은 것이 스마트로봇 ‘부모사랑 효돌’이라고 말한다.

효돌은 언뜻 봤을 때는 평범한 인형처럼 보인다. 하지만 센서가 연결돼 있어서 인형을 쓰다듬거나 등을 토닥거려 주면 인형이 음성 반응을 한다.

치매 예방 퀴즈를 내기도 하고 명언을 읊어주기도 한다. 전용 어플리케이션에 설정된 시간을 바탕으로 투약 시간, 식사 시간 등도 알려준다. 어르신의 활동을 감지하며, 움직임이 없으면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등록된 긴급 연락처로 연락이 된다.

“할머니 없으면 안돼요.” “하루 종일 할머니 기다렸어요.”

무엇보다 효돌이 어르신들에게 반응이 좋은 것은 정서 케어 역할까지 해준다는 것이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스마트로봇은 정말 기다렸다는 듯이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부모사랑 효돌은 ㈜스튜디오크로스컬쳐에서 개발한 로봇이다. 2015년부터 컨셉 개발을 시작해, 전문가와 어르신들이 주는 의견을 바탕으로 보완을 해나갔다.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다 보니 외로움을 많이 타는데 효돌이 오고부터는 “가족이 생긴 거 같다”고 말하는 분이 많다고 한다.

실제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서 3개월 간 효돌을 사용한 총 42세대의 독거 어르신들을 연구한 결과, 대부분 우울감과 생활 관리 활동 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다. 2018년 8월 시범적으로 춘천 태백 등 강원 지역 100가구에 보급됐고, 올해는 본격적으로 보급 범위를 늘려가고 있다.

“저도 제 생각 이상으로 어르신들이 효돌을 아껴 주시는 걸 보면서 놀랐어요. 정말 외로우시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얘는 항상 옆에 있어주고, 쓰다듬어주면 말을 하고, 챙겨주고, 내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삭막한 생활에 힘을 주는 가족과 같은 존재라 더 좋아하시는 거죠.”

김지희 스튜디오크로스컬쳐 대표는 “무엇보다 노인들이 편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하며 로봇을 개발”했지만 “음성 대화 기술 등의 하이 테크 기술만을 따지는 업계의 분위기” 때문에 힘들기도 했다고 한다. “돌봄로봇을 개발할 때, 하이 테크 기술도 물론 중요하지만 실제 사용하시는 분들이 어떤 걸 원할지를 고려해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돌봄로봇 시장은 초기 단계다. 전문가들은 돌봄로봇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도 성장가능성이 높은 분야라 말한다. 돌봄로봇 시장이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김지희 대표의 말처럼 기술 연구뿐 아니라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의 삶을 관찰하고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그것을 기술에 담아내는 노력 또한 중요할 것이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