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로 잡았다...용의자는 무기징역수로 이미 복역 중 

1980년대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만든 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를 33년 만에 찾았다. 용의자는 강간‧살인 혐의로 이미 부산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이 모씨(56살)로 알려졌다. 경찰은 화성사건 3건에서 검출된 DNA와 용의자의 DNA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1986년 9월∼1991년 4월 경기 화성 일대에서 부녀자 10명이 연쇄적으로 성폭행 당한 뒤 살해당한 사건이다. 당시 ‘비오는 날에 빨간 옷을 입은 여자만 공격한다’는 괴담이 전국을 흉흉하게 떠돌며, 잔인한 살해수법으로 ‘세계 100대 살인사건’에 오르기도 했다. 

경찰은 오늘(19일) 오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현재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징역수로 복역 중인 50대 이 모씨를 지목했다.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은 화성사건 브리핑에서 “경찰은 2006년 4월 2일 공소시효가 완성된 이후에도 진실규명 차원에서 당시 수사기록과 증거물을 보관하면서 국내외 다양한 제보들에 대하여 사실관계 확인 절차를 진행해왔다”고 용의자를 특정한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반 수사본부장은 이어 “경기남부경찰청이 지난 7월 화성연쇄살인사건 증거물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DNA 분석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당시에는 DNA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도 재감정해서 DNA가 검출된 사례가 있다는 점을 착안한 것이다.  

경찰은 이 가운데 5차, 7차, 9차 등 3건의 현장증거물에서 검출된 DNA가 용의자 이 씨의 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9차 사건에서는 피해여성의 속옷에서 이 씨 DNA가 검출돼 더욱 진범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오전 브리핑에서 경찰은 나머지 화성 사건도 이 씨가 저지른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확답을 피했다. 모방범의 소행인 8차 사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6건에 대한 명백한 단서는 아직 없다. 이 씨는 경찰의 1차 조사에서 혐의 일체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7년 이전 살인사건의 경우 공소시효는 15년으로, 화성 사건은 마지막 사건을 기준으로 이미 지난 2006년 공소시효가 끝났다. 이번 용의자는 진범으로 확정되더라도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화성사건이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대표적인 미제사건이었던 만큼 공소시효가 만료되어도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수사를 계속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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