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규모 19조달러까지 가능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경쟁적인 저금리유지정책이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은 '저주'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글로벌 경제가 무려 19조달러에 달하는 '기업부채 시한폭탄'을 껴안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7~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세계은행과의 연차총회를 앞두고 발표한 반기 세계금융안정보고서(GFSR)에서 "무역 긴장과 각국의 통화완화 정책이 금융시장을 심각하게 흔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IMF는 "정책 당국자들이 금융위기 이후 시행한 은행권에 대한 규제를 시급히 보험이나 자산운용, 연기금 등 다른 금융권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규제 당국이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경영 위험을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IMF는 세계 경제가 10여 년 전 세계금융위기 때의 절반 정도만 침체해도 부실채권 규모가 19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8개국의 기업부채 총액 가운데 40% 상당이 이 같은 위험에 놓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절반 수준의 경제위축을 가정한 시나리오다. 시장 붕괴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무시됐던 2000년대 초반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이날 보고서의 골자다.

실제로 저금리 정책은 정부와 기업의 재정상태와 투자 여력을 개선해 단기적으로는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지난 7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했고 9월에도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랫동안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다. 지난 2012년 처음으로 제로 금리 정책을 시행했고 2014년부터는 마이너스 금리에 돌입했다. 지난달엔 금리를 더 내렸다. 이후 덴마크나 스웨덴, 일본 등 다른 나라들도 이 같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뒤따랐다. 한국은행도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p) 낮췄다. 하지만 저금리로 쉽게 시장에 풀어진 유동성에 중독된 경제 주체들이 실제 상환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돈을 빌리면 시장이 과열되고 그 버블이 터지며 또다른 경제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기업부채가 가파르게 급증하며 글로벌 경제에 시스템적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이후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오랜 기간 이어진 통화완화 정책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보고서는 그간 저금리 정책이 금융 위기 직격탄을 맞은 글로벌 경제를 회복, 지탱시키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한편으로는 기업부채, 위험자산 쏠림 현상을 부추겨 또 다른 위기의 뇌관을 만들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저금리 기조가 위험자산 추구를 부추겼다고 지적하면서 현재 글로벌 마이너스 금리 채권 규모는 15조달러를 웃돌고, 통화완화 정책을 도입한 지역은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전 세계의 7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마이너스금리는 만기 때 손해를 보는 상품이다. 어쩔 수 없이 묻어둔 돈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IMF는 지난 15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발 무역 전쟁 등의 여파로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낮은 3.0%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5연속 하향 조정이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 역시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IMFㆍWB 연차총회에서 현재 2.6%인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더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나 홀로 호황을 이어온 미국 경제에 대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Fed는 이날 발표한 경기동향보고서 '베이지 북'에서 "미 경제가 '다소 미약한(slight to modest)'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경기 판단 수위를 한 단계 낮췄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에 따르면 미국의 기업부채는 지난 6월을 기준으로 15조7441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기업부채 규모만 금융위기 당시의 4.4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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