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는 돈을 줄뿐, 행복은 다른 "능력"이 필요

로또 1등에 당첨된 뒤 친동생을 살해한 50대가 경찰에 검거됐다. 로또 1등에 당첨돼 받았던 돈은 결국 우애가 좋아 당첨금을 기꺼이 나눠주기도 했던 형제를 갈라놓고 살인의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로또 당첨자가 불행한 결말을 맞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로또 1등 당첨자들 가운데 전과자가 되거나 자살까지 하는 사례는 드믈지 않다. 화목했던 가정까지 파탄 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2012년 7월23일 오후, 광주광역시의 한 목욕탕에서는 40대 K씨가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시신은 문이 잠긴 탈의실 안에 있었다. 탈의실 문이 열리지 않아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간 주인이 K씨를 발견했다. 천장 배관에 노끈으로 목을 맨 K씨는 발견 당시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조사에 나선 경찰은 K씨가 스스로 세상을 버린 것으로 결론 내렸다.

K씨는 2007년 초,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되었다. 당첨금은 23억원. 세금을 제외한 실수령액은 18억원이었다. K씨는 복권 당첨 당시 식당을 운영하며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K씨는 당첨금을 바탕으로 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K씨의 꿈은 어긋나기 시작했다. 시도하는 일마다 실패를 거듭했다. 사기를 당해 돈을 잃기도 했다. 수중에 있던 당첨금은 빠른 속도로 사라져갔다. 다급해진 K씨는 주식 투자에도 손을 댔다. 하지만 수익은 얻지 못했다. 미국발 금융 위기라는 악재와 맞물려 도리어 손실만 입었다. 결국 18억원의 돈을 모두 잃고 오히려 5천만원 상당의 빚까지 졌다. K씨는 정신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우울증이 찾아왔다. 결국 K씨는 사람이 드문 한낮의 목욕탕에서 세상을 버렸다. 유서조차 없는 쓸쓸한 죽음이었다.

2003년 5월 역대 당첨금 2위에 해당하는 로또 1등 당첨자의 결말도 비참했다.

복권 당첨 당시 변변한 직업 없이 교도소를 들락거리고 있었던 40대 B씨는 로또 1등에 당첨돼 242억원, 세금을 제외하고 189억원이라는 거액을 거머쥐었다. B씨는 당첨금으로 당시 한채에 22억원에 달하는 아파트를 두채 마련했다. 하지만 주식을 사들여 큰 손해를 보고 사업도 거듭 실패하면서 5년도 안 돼 아파트를 포함한 전 재산을 탕진했다.

B씨는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에게 주식 투자로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1억4000여만원을 받아냈지만 물거품이 됐고 결국 신분을 숨긴 채 찜질방에서 손님접대를 하면서 생활하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가정의 붕괴도 드문 일은 아니다. 여유롭지 않은 형편임에도 가정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살아온 부부가 있었다. 부부의 삶은 2003년 3월 로또 1등에 당첨되며 전환점을 맞았다. 당첨금은 무려 1백32억여 원이었다. 하지만 성실하던 남편은 갑작스럽게 변하기 시작했다. 술과 도박에 빠졌고 내연녀와 불륜까지 저질렀다. 결국 부부는 합의 이혼했고 법정에서 재산 다툼까지 벌여야했다.

2011년 10월 로또 1등에 당첨된 C씨도 있다. 당첨금이 19억원, 실수령액은 13억원이었다. 이후 C씨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그러나 C씨는 과음을 일삼았고, 로또를 구매하는 데도 많은 돈을 썼다고 전해진다. 경찰에 따르면 13억원의 돈 중 현재 C씨의 수중에 남은 것은 5천만원뿐이라고 한다. 결국 아내는 이혼을 요구했고 최씨는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다 경찰에 잡혔다.

지난 2005년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되어 약 14억원을 받은 H씨도 비슷하다. 그는 돈을 받은 뒤 도박과 유흥에 젖어 8개월 만에 가진 돈 대부분을 써버렸다. 말로는 비참했다. 빈털터리 신세가 된 그는 도박 자금과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절도를 일삼다 경찰에 붙잡히고 말았다. 로또 당첨이 범죄자로 길로 들어서게 된 이유가 된 것이다.

로또 광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2002년 12월이었다. 로또는 등장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기존의 복권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당첨 금액으로 대중들을 유혹했기 때문이다. 여섯 개의 숫자로 벌이는 확률 게임에 전국이 들썩거렸다. 로또가 의미하는 '인생 역전'은 서민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로또 광풍은 지난 2004년 구입 가격을 2천원에서 1천원으로 조정해야 될 정도로 식을 줄을 몰랐다. 로또 당첨이 서민들에게 갖는 의미는 각별했다. 지난 세월 동안 '인생 역전'의 기회를 잡은 이들이 매주 꾸준히 배출되었다.

하지만 로또 당첨에는 오히려 삶을 절망으로 이끄는 수렁이 숨어있었다. 행운을 거머쥔 이들의 삶이 도리어 불행해지는 '로또의 비극'이다. 물론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복권에 당첨된 이는 불행해지기 쉽다는 통념을 입증할 통계나 연구는 사실상 없다. 우선 복권 당첨자에 대해 유의미한 수준의 표본을 확보하는 일부터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복권 당첨이 당사자에게 어떤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큰지 논리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복권을 통해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도 많이 있다. 지난 제477회 로또 1등 당첨자인 A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로또에 당첨되자마자 빚을 모두 갚았다. 6억원어치의 근사한 단독주택을 구매하고, 노후 대책을 위해 연금에 투자했다. 그는 스스로 로또 당첨으로 인해 가족들과 더 행복해졌다고 말한다. 당첨금으로 받은 돈은 가족과 친지들을 위해 적절히 사용했고, 남은 돈은 노모를 위한 자금으로 저축해놓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로또 당첨 자체가 행복과 불행을 결정한다고 할 수는 없다. 로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돈이다. 실제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다른 차원의 '능력'이 필요하다.

갑작스레 찾아온 행운이 불행을 불러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전문가들은 삶의 패턴이 완전히 뒤바뀐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는다. 갑자기 큰돈을 만지게 되면서 찾아오는 유혹을 억제하지 않으면 실패하게 된다는 것이다. 갑자기 일확천금을 얻게 되면 내부적으로는 근로 의욕이 상실되거나, 소비의 충동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물론 계획을 가지고 나눠서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없던 돈이 생기니 쓰고 싶다는 인간의 심리가 우선 작동하기 쉽다.

방탕한 생활에 빠져들지 않았음에도 경제적으로 몰락한 사람도 있다. 큰돈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능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많은 돈을 다루어본 적 없는 사람은 그에 대한 가치관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로또 1등이 자동적으로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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