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ㆍ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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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키프로스의 왕 피그말리온은 여성들의 결점을 너무 많이 알기 때문에 여성을 혐오했다. 그리고 그는 결혼을 하지 않고 평생 독신으로 살 것을 결심한다. 하지만 외로움과 여성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아무런 결점이 없고 완벽한 아름다운 여인을 조각해 함께 지내기로 했다. 그는 이 조각상에게 옷을 입히고 목걸이를 걸어주며 어루만지고 보듬었다. 마치 자신의 아내인 것처럼 대하며 온갖 정성을 다 기울였다. 
 
어느 날, 대답 없는 조각상에 괴로워하던 피그말리온은 아프로디테 제전에서 일을 마친 뒤 신들에게 자신의 조각상과 같은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도록 해 달라고 기원했다. 그러자 여신 아프로디테는 피그말리온의 사랑에 감동, 조각상을 사람으로 환생시켜 주었다.
 
이상은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의 유래가 되는 그리스 신화의 내용이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누군가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이나 기대, 예측이 그대로 실현되는 현상으로 ‘로젠탈 효과(Rosenthal effect)’라고도 한다. 즉, 긍정적으로 기대하면 상대방은 기대에 부응하는 행동을 하면서 기대에 걸맞는 결과를 내보이는 현상을 일컫는다. 특히 교육심리학에서는 교사의 관심이 학생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인이 된다고 강조한다. 
 
1968년 하버드대 사회심리학과 교수인 로버트 로젠탈과 20년 이상 초등학교 교장을 지낸 레노어 제이콥슨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했다. 그 뒤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한 반에서 20% 정도의 학생을 뽑아 그 명단을 교사에게 주면서 '지적 능력이나 학업성취의 향상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이라고 믿게 했다.
 
그렇게 8개월이 지난 뒤 이전과 같은 지능검사를 다시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명단에 속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평균 점수가 높게 나왔다. 뿐만 아니라 학교 성적도 크게 향상되었다고 한다. 명단에 오른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기대와 격려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되었다는 것을 입증한 실험이었다. 즉, '긍적적 믿음'의 힘이 사람이나 일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행복은 선택의 문제다. 긍정적인 삶을 선택한다면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바 있는 긍정 심리학자 숀 아처는 스스로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 행복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하버드대에서 ‘행복학 강좌’를 맡고 있는 그는 하버드대와 세계적인 기업들에서 벌인 연구 결과를 모은 저서 '행복의 특권'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냈다. 이 책에 따르면 한 보험회사에서 벌인 연구 결과, 가장 낙관적인 집단과 가장 비관적인 그룹 사이의 실적 차이는 88%에 달했다. 이직률도 부정적인 사람이 긍정적인 사람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은 쾅쾅거리는 힘찬 소리로 시작된다. 이 곡은 베토벤이 비엔나에서 하숙 생활을 할 때 만들어졌다고 한다. 가난한 베토벤은 하숙비가 밀리기 일쑤였고, 화가 난 주인이 하숙비 독촉을 위해 목조계단을 오르내리는 발소리와 방문 두드리는 소리는 늘 거칠었다. '쾅쾅' 방문을 두드리고 난 뒤 ‘쿵쿵’ 계단을 내려가는 발소리에 베토벤이 영감을 얻어 이 교향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어려움에 처한 현실을 비관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한 결과다. 
 
피그말리온 효과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스티그마 효과(Stigma effect)’가 있다. ‘스티그마  효과’는 "난 안 돼, 안 돼"라고 생각하면 정말 안 되는 효과를 말한다. 쓸데없이 스스로를 비난하고, 자신의 가치를 깎아 내리다 보면, 결국 부정적인 것들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혹시 지금 ‘스티그마 효과’에 빠져 있는 분들이라면, 단순하지만 '하면 된다'라는 말을 잊지 마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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