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은 20위이내 진입, 금호는 중견기업으로

아시아나항공이 헌대산업개발컨소시엄에 인수되면 재계의 순위도 크게 달라진다. 우선 금호그룹은 재벌그룹으로서의 위상을 사실상 잃어버린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 그룹 전체 매출 10조7천150억원의 67%를 차지했고 자산규모로도 그룹 총자산 12조7천555억원의 64%를 차지한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후에는 금호그룹에는 금호고속과 금호산업 외에는 남는 계열사가 거의 없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이 떨어져 나가면 그룹 전체 자산 규모는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되면서 금호

그룹 자산 규모는 4조5천억원대로 주저앉아 재계 60위권 밖으로 밀려날 전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과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려, 당시 그룹 자산 규모 26조원으로 재계 순위 7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박삼구 전 회장의 무리한 차입 경영은 결국 그룹의 붕괴로 이어진 셈이다. 하지만 살아남은 금호그룹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 내실을 기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박삼구 전 회장의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금호산업이나 금호고속으로 자리를 옮겨 그룹 재건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HDC그룹의 위상은 올라갈 전망이다. HDC그룹은 지주사 전환에 따른 유상증자 효과 등으로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자산 규모 10조원을 넘기면서 재계 순위 33위에 올랐는데, 아시아나를 얻게 되면 재계 순위 20위권 내로 도약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업종도 건설·유통·레저·물류를 아우르는 종합 그룹으로 변신한다.

HDC그룹은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현재 그룹이 보유한 면세점과 호텔 사업 등 유통 부분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항공업은 호텔·면세점과 사업의 접점이 많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6월 강원 오크밸리를 인수하며 작년 5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본격적으로 그룹 내 사업 다각화에 시동을 걸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그룹 외형상 '건설 기업'에서 '유통·물류 기업'으로 주력 업종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HDC그룹의 총 매출 약 6조5천억원 가운데 현대산업개발과 아이앤콘스 등 건설 사업 매출은 4조3천억원 정도로 이번에 인수하는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의 매출액은 총 7조원을 웃돌아 HDC의 주력 기업인 현대산업개발은 물론 HDC그룹의 전체 매출보다 많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룹의 주력 산업이 건설에서 항공쪽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산업개발은 일단 인수금액 2조5천억원 가운데 2조원이 넘는 금액을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개선 등 기업 정상화 자금으로 쏟아부을 예정으로 이 경우 현재 1조4천억원 수준인 자본금이 3조원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현재 660%에 달하는 부채비율도 277%로 떨어져 우량기업으로 가는 기틀이 마련된다.

물론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막대한 부채와 불안정한 잉여현금흐름(FCF) 등을 들어 불안한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과거 많은 인수합병(M&A) 사례에서 보듯 '승자의 저주'가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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