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NASA)와의 협의 실패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달 궤도선 사업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달 궤도선 사업 관련 기술 협의에서 당초 수립한 우리 측 계획과 전혀 다른 NASA 측 제안을 받아들였다. 1년 동안 진통을 겪은 궤도선 사업 계획이 사실상 수포로 끝났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9월 '달 탐사 사업계획 변경안'을 확정했다. 달 궤도선 발사 시기를 2022년 7월로 19개월 늦추고, 9개월은 타원궤도(장반경 300㎞, 단반경 100㎞)에서 운항하고 3개월은 원 궤도에서 궤도선을 운항하는 것이 골자다. 연료 절감을 목적으로 원·타원 궤도 병행안을 택했다. 하지만 이같은 사업계획에 대해 NASA는 '최적 대안이 아니고, 선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항우연 계획대로 궤도를 돌면 북극 지점을 지날 때 당초 대비 고도가 3배나 높아져 사업 목적인 달 촬영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나사는 과기부 발표 당일 항우연에 보낸 기술검토 보고서에서도 “새 궤도로는 나사의 탑재체가 최소한의 과학적 성과를 얻을 수 없다”고 분명하게 지적했다.

나사 관계자들은 지난달 16~17일 한국을 찾아 항우연 쪽을 접촉한 자리에서도 과기부가 발표한 달 궤도선의 궤도 변경 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원형 궤도’ 보장 방안을 찾을 것을 요구했다. 달 주변까지 가는 데 드는 연료를 절감하되 1년 동안 오롯이 원궤도를 도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달 탐사 전체 사업비는 1978억원으로, 과기부는 9월 발표 뒤 288억원을 증액 신청해 국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독자 수립한 사업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전체 사업 일정이 추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따른다. 달 탐사 사업 추진 과정에서 빚어진 난맥에 대해서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과기정통부는 9월 '달 탐사 사업계획 변경안' 발표 당시 우리가 확정한 계획에 대해 NASA 측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2개월 만에 오판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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