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당초방침에서 완화

금융위원회가 은행업계의 요구에 한 발 물러섰다. 43조 신탁 시장을 잃을 위기에 놓였던 은행권은 한숨돌렸다. 금융당국은 공모형 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담은 신탁(ELT) 상품의 은행 판매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12일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안에서 관심이 집중된 것은 ELS를 편입한 신탁 상품의 은행 판매 여부였다.

개선안에 따르면 은행이 팔 수 있는 ELT는 기초자산이 주가 지수이며 공모로 발행돼야 한다. 기초자산이 되는 주가지수도 5개로 한정됐다. ▲코스피 200 ▲S&P 500 ▲유로스탁스 50 ▲HSCEI ▲닛케이 225이다. 손실 배수도 1이하인 파생결합증권(DLS)를 편입한 ELT여야만 한다. 다만 판매 규모는 올해 11월말 은행별 잔액 이내로 제한된다. 총량 이내에서 신규 가입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넘을 수는 없다.

애초 금융당국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를 계기로 지난달 14일 은행의 신탁 판매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대책 발표 이후 은행권은 40조원 이상 규모의 신탁 시장을 잃게 됐다며 공모형 ELS를 담은 신탁 판매를 강하게 요구했고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셈이다. 공모형 지수 ELS의 제한적 신탁 판매가 허용되며 은행권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금융위는 대신 ELT를 판매할 때 일반 투자자에게는 녹취ㆍ투자 숙려제도를 적용토록 하고, 신탁 상품 설명서와는 별개로 신탁에 편입되는 고난도 상품(공모)에 대한 투자설명서도 반드시 교부하도록 했다. 파생상품 투자권유자문인력만 이런 상품을 팔도록 하는 한편, 신탁 편입 자산에 대한 투자권유 규제를 엄격히 적용하는 등 판매 관리도 강화키로 했다.

또 신탁 재산 운용 방법을 변경할 때도 신탁 편입 자산에 대한 적합성·적정성 원칙, 설명 의무, 부당권유 금지 방안을 적용한다. 투자자 성향 분류의 유효기간은 당초 발표안(1∼3년)보다 단축해 1∼2년으로 확정됐다. 또 금융회사의 불건전 영업행위에 금융투자상품의 위험도를 실제와 다르게 낮춰 판매하는 행위가 추가됐다.

신탁은 고객의 돈을 비롯해 유가증권, 부동산 등 재산을 은행에 맡기면 보수를 받고 운용ㆍ관리해주는 상품이다. 운영 목적이나 투자 방식에 따라 증여ㆍ부동산ㆍ특정금전신탁 등 다양하다. 말하자면 ‘종합자산관리계좌’의 성격이 강하다. 은행권은 ELS 등을 편입한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주로 판매했다. 그 규모만 지난 6월말 기준 42조8619억원에 이른다. ELS 상품(ELT) 판매액만 40조3615억원에 달했다.

사실상 ELT판매가 금지되자 은행권의 반발은 거셌다. 은행권 수수료 수익의 주된 부분을 차지한 ELT 판매 길이 막힐 것이란 우려 탓이다. 4000억원 규모의 신탁수수료(통상 1%)가 사라질 수 있어서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고난도금융상품에 대한 규정을 보다 명확히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고난도 금융상품은 파생상품을 내재한 상품(파생상품ㆍ파생결합증권ㆍ파생형 펀드) 가운데 최대 손실 가능성이 원금의 20% 이상인 상품이다. 파생상품을 내재했더라도 원금 최대 손실가능성이 20% 이하면 고난도금융상품에서 제외된다. 주식ㆍ채권ㆍ부동산 등 실물투자상품이나 주식형ㆍ채권형ㆍ혼합형 펀드, 주가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펀드(ETF) 도 고난도 금융상품에 포함되지 않는다. 2020년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의 신탁 등 고위험 상품 판매 실태에 대한 테마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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