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영입 CEO가 늘고있다

오랫동안 우리 기업의 임원 승진 코스는 공채로 들어와 착실하고 꾸준하게 실적을 쌓아 올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오랜 전통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업계에서 능력을 D니정받은 외부인사를 발탁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현대자동차 사장단의 절반은 그룹 외부 영입 인재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룹의 미래를 이끌 능력 있는 외부 영입 인재를 적극적으로 중용한 결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현대차 사업보고서를 분석해보면 사장, 부회장, 회장 등 사장단 13명 중 절반에 가까운 5명이 3분의 1을 넘는다. 그룹 오너 일가 2명을 제외할 경우 외부 영입 인재 비중은 절반에 육박한다.

현재 현대차 사장단 중 그룹 출신이 아닌 임원은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사장),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경영담당 사장, 공영운 전략기획담당 사장,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사장), 호세 무뇨스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 등이다.

이들 중 삼성전자 출신의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과 문화일보 출신의 공영운 전략기획담당 사장은 정 수석부회장이 인사를 주도한 2018년 말 그룹 임원인사에서 승진했다.

특히 사장단에 3명의 외국인이 포함된 것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다.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BMW에서 30여년간 고성능차 개발을 담당한 전문가로 2015년 현대차에 합류했으며 호세 무뇨스 사장은 닛산에서 북미지역을 책임맡은 바 있으며 지난해 5월 합류했다. 외부 영입 인재가 임원이나 최고경영진에 합류하는 것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해에도 NASA 본부장을 지낸 신재원 부사장을 비롯해 BMW에서 디자인을 담당한 서주호 상무, 람보르기니에서 디자인 개발을 주도한 필리포 페리니 상무를 영입했다. 현대자동차 그릅이 자동차 업계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인재를 발탁하는데 중점을 둔다면 SK그룹은 유명 컨설팅회사에서 실역을 인정받은 사람에 주목하고 있다. 계열사 CEO로 베인앤드컴퍼니, 맥킨지 등 글로벌 컨설팅 기업 출신을 중용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 박찬중 SK디스커버리 사장과 최진한 SK브로드밴드 사장을 대표이사에 선임, 컨설턴트 출신 CEO를 크게 늘렸다. SK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가운데 컨설턴트 출신은 맥킨지 출신인 박찬중 SK디스커버리 사장과 유정준 SK E&S 사장, AT커니 출신인 최진한 SK브로드밴드 사장과 보스턴컨설팅그룹 출신인 윤병석 SK가스 사장 등 모두 5명이다.

외부에서 인재를 골라 발탁하는 경우는 최고경영자가 아닌 임원급에서는 더욱 활발하다. 올해의 경우만해도 GS그룹은 공직경험이 있는 인사들을 포함해 모두 5명을 외부에서 영입했고, LG그룹도 한국코카콜라 이창엽 대표를 LG생활건강 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14명의 임원을 영입했다. SK그룹도 AI 전문가인 에릭 데이비스 글로벌 AI개발 그룹장을 임원으로 선임했고, 현대차는 모빌리티 전문가를 삼성전자는 미국의 AI 전문가를 영입했다.

물론 아직 외부인사에게 경영을 맡기는 경우가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이나 관행은 미국의 전문경영자 시스템과는 다르다. 하지만 신속하게 변화하는 기술환경속에서

필요한 능력을 가진 인재를 외부에서라도 찾아 영입하는 경우는 갈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 아직 외부에서 영입한 인재에게 CEO를 맡기는 경우가 드물었던 삼성의 경우도 올해는

외부에서 영입한 인재들을 차기 최고경영자 후보군으로 적극 발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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