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폭락으로 적자 누적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 세계 3위 기업인 OCI가 결국 국내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한다. OCI는 11일 "설비 보완과 설비 가동 규모 축소를 위해 군산공장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OCI는 군산공장 3곳에서 연 5만2000t 규모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해왔다. OCI는 20일부터 2·3공장 생산을 중단하고, 1공장은 태양광 대신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공장으로 바꿔 5월부터 재가동하기로 했다. OCI는 국내에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하는 대신, 원가 경쟁력을 갖춘 말레이시아 공장에서만 생산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다. 세계 태양광 시장 규모는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한 해 동안 이어진 폴리실리콘 가격 폭락이 너무 컸다. 전기료와 인건비 등 국내 생산원가로는 중국과 벌이는 치킨게임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버티기가 한계에 도달했고 국내 태양광 산업 생태계 회복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태양광 산업 생태계는 원재료를 가공하는 폴리실리콘과 이를 녹여 결정으로 만든 잉곳, 웨이퍼, 셀, 모듈, 발전소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OCI는 이 중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제작해 시장에 공급해왔다. 하지만 2012년부터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리면서 힘겨운 생존경쟁을 이어왔다. 중국 정부가 2018년 태양광발전소 설치에 정부 보조금을 축소하면서 전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인 중국이 혼란에 빠졌다. 시장에는 셀과 모듈을 비롯해 잉곳, 웨이퍼, 폴리실리콘 등이 넘쳐나면서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덩달아 국내 최대 폴리실리콘 제조사이자 전 세계 3위 생산능력을 보유한 OCI 실적도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2018년 1월 ㎏당 17달러 선에서 지난해 7~9달러를 맴돌더니 올해 초 7달러에 머무르면서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2009년 한때 400달러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87% 폭락한 가격이다. 폴리실리콘 손익분기점이 ㎏당 13달러다. 팔수록 손해를 봤던 셈이다. 폴리실리콘 제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전기요금도 실적 악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말에는 중국 상무부가 한국과 미국에서 수입되는 태양광 폴리실리콘에 대해 반덤핑관세를 향후 5년 동안 계속 부과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중국은 2014년부터 한국산 폴리실리콘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해왔다. OCI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폴리실리콘을 전량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만큼 중국 정부의 반덤핑관세 지속 결정은 사업에 큰 타격을 미쳤다. OCI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공급과잉과 시장 악화로 지난해 영업손실 1807억원을 냈다. 분기로 따지면 2018년 4분기부터 다섯 분기 연속 적자다. 지난해 매출액은 2조60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3% 감소했으며 당기순손실은 8093억원에 달한다.

태양광 모듈을 주력 생산하는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은 진천·음성 공장 등에서 태양광 모듈 제조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의 춘제 연휴 기간 연장 등으로 일시적 생산 부품 수급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연산 1만5000t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는 한화솔루션 역시 올해 안에 해당 분야 사업을 정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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