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위기경영 선언

제주항공이 업황 부진에 따라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한다. 경영진들은 임금의 30%를 자진 반납하고, 승무원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무급휴가 제도도 전 직원으로 확대한다. 제주항공만의 위기가 아니다.

제주항공 위기경영

제주항공은 12일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경영진이 먼저 임금의 30% 이상을 반납하기로 했고 기존 승무원 대상으로 진행했던 무급휴가제도는 전 직원 대상으로 확대한다. 제주항공의 위기경영체제는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불매 운동 등 대외 환경 탓에 단거리 여행 수요가 줄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상황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충격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이미 영업손실 34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자 올 1분기 실적 전망도 어두운 상태다. 제주항공의 적자는 지난 2010년 이후 9년 만에 연간 기준 첫 적자였다. 작년 홍콩 시위에 이어 일본 불매운동까지 겹친 데 이어 돌파구로 삼은 동남아 노선에 대한 경쟁 심화에 직격탄을 맞은 여파다.

제주항공만이 아니다

200석 이하 항공기로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단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LCC들은 지난해 일본 노선을 놓치며 대거 적자로 돌아섰다. 티웨이항공(-192억원) 진에어(-491억원) 에어부산(-500억원 추정) 등도 줄줄이 적자 전환했다. 2018년 2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던 이들 4개 상장 LCC가 지난해 1500억원가량의 적자를 낸 것이다. 제주항공을 비롯한 국내 LCC들은 지난해 일본 노선을 대폭 줄여야 했다. 지난해 하반기 노재팬 운동이 본격화하면서 일본 여행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국내 6개 LCC의 일본 노선 운항 횟수는 지난해 6월 말 주당 1260회에서 12월 말엔 658회로 반 토막 났다.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은 지난해 329억원 영업적자를 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일본에 이어서 올 들어서는 중국 노선 운항까지 사실상 끊겼다.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불매운동 여파에 홍콩 시위로 인한 여행수요 위축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이어지고 있다. 항공업계는 작년 한풀 꺾인 여행 수요를 중국 노선으로 만회하려 했지만, 우한 폐렴이 찬물을 끼얹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적 항공사 8곳(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포함)의 중국 운항 횟수는 올 1월 초 주 546회에서 지난 9일 주 162회로 70% 급감했다. 비행기를 새로 띄울 데도 없는 상황이다. 기존 동남아 노선은 이미 포화 상태다. 일본 노선 역시 아직은 시기상조다.

생존위기 몰린 LCC

11일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9일까지 국내 6개 LCC를 이용한 여객은 100만8843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164만5970명)보다 39% 줄었다.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동남아, 대양주, 대만, 홍콩, 마카오까지 갈 만한 곳이 없다. LCC들이 빈 좌석을 하나라도 채우기 위해 편도 3000원짜리 김포~제주 특가 항공권을 내놓는 이유다. 비행기를 놀리는 LCC도 속출하고 있다. LCC들은 올해 상황이 최악으로 여겨졌던 지난해보다 더 안 좋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제주항공을 비롯한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4개 LCC는 올 들어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회사마다 최소 한 달부터 직원들이 원하는 기간만큼 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정부도 나섰지만 별 도움은 안 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탈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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