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폰 'Z플립' 실적이 관건

삼성은 반전에 성공할까.

삼성전자는 어제 ‘갤럭시 S20’과 2세대 폴더블폰 ‘갤럭시 Z플립’을 공개했다. 반응은 나쁘지 않다. 특히 국내 언론에서는 기술력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12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불과 600원, 1%가 오르는데 그쳤고 특히 외국인투자자들은 오히려 순매도를 했다. 문제는 언론의 찬사가 아니라 실적이다. 사실 새 스마트폰이 최고수준의 화질 사진과 영상을 제공한다지만 결국 아마존 클라우드와 유튜브 서비스의 배만 불려줄 수 있다.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창출되는 수많은 데이터를 엮을 방법도 아직은 구체적이지 못하다. 삼성 무선사업부가 수년 동안 공들인 인공지능(AI) ‘빅스비’에 대한 언급도 아직은 거의 나오지 않고있다. 삼성 스스로 앞으로의 새로운 10년은 사람들이 소통하고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이 완전히 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지난해 삼성은 스마트폰 사업은 휘청거렸고 반도체부분은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의 직격탄을 맞고있다. 과연 삼성전자는 반전에 성공할까. 당장 관건은 스마트폰 사업부문의 실적반전이다.

휘청거린 스마트폰 사업

작년 4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삼성전자는 애플에 역전당했다. 작년 4분기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 6880만대, 애플은 707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았다. 애플이 분기별 집계에서 삼성전자를 이기고 정상을 차지한 것은 2년 만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지금 휘청거리고 있다. 작년 4분기 기준으로 중국과 미국에서 상위권 업체에 대한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졌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던 인도에서도 중국의 샤오미와 비보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세계 3대 스마트폰 시장에서 모두 부진한 것이다. 단순히 4분기만의 상황이 아닐 수 있다. 애플이 부활했고 화웨이가 미국의 견제를 견디며 무섭게 쫓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예상보다 못했던 실적

당초 업계의 전망은 삼성전자가 지난 한 해 스마트폰을 3억대 수준은 판매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 판매량 3억대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상징하는 숫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작년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은 3억대에 미치지 못한 2억9510만대였다. 2017년 3억175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가 2018년 2억9130만대로 내려앉은 뒤 2년 연속 3억대 돌파에 실패한 것이다. 2위인 화웨이와 격차는 더욱 좁혀졌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삼성과 화웨이(2억580만대)의 판매량 격차는 8550만대였지만, 작년엔 5500만대 수준이었다. 판매 부진은 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작년 삼성전자 IM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9조2700억원이었다. 영업이익 10조원 달성에 실패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갤럭시 S10의 판매실적이 기대보다 부진했던 것으로 평가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삼성전자 갤럭시 S10의 세계 출하량은 3600만대에 그쳤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흥행 기준은 4000만대다.

5G 시장에서도 1위 놓쳐

작년부터 시작된 5G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1위를 놓쳤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삼성전자 5G 스마트폰 출하량은 670만대로, 690만대인 화웨이에 뒤져 2위를 차지했다. 작은 문제가 아닌 것이 삼성전자는 첫 5G 스마트폰을 화웨이(8월 출시)보다 4개월 먼저 내놨기 때문이다. 먼저 신제품을 내놓고도 전체 판매량에선 뒤진 것이다. 특히 화웨이 5G 스마트폰은 대부분 중국에서만 판매된 것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5G 폰 시장 장악력이 생각보다 약했다고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침체 이유로 혁신성 부족을 꼽는다. 중국 업체들이 여러 종류의 스마트폰을 쏟아내며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비슷한 제품만 내놓아 소비자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도체 시장도 바이러스 충격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만 의존하는 회사가 아니다. 반도체 부문의 실적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며 올해 메모리반도체 시황 회복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가 늘어나면서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든 탓이다. 시장조사기관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몇달 간 오름세를 지속하던 PC용 D램과 낸드플래시의 현물가격이 최근 며칠 사이에 하락했다. 최근 몇 달 간의 상승세가 꺾였다. 실수요에 기반한 특정 제품 가격 문의만 이뤄지고 있으며 주로 저가 제품 위주로 거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가격 추이는 이달 말 발표되는 반도체 고정거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D램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1.07% 상승한 2.84달러를 기록했다. D램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2018년 12월 이후 13개월 만이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승세가 계속 이어져야 업황 회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D램 가격은 2018년 9월만 해도 8.31달러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지난달 가격은 1년 반 전의 고점 대비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뜻하지 않은 악재

올해 실적 반등을 노리던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뜻하지 않은 악재를 만난 격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14조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반도체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2018년 44조5,700억원이던 영업이익이 1년 사이 3분의1 수준으로 급락한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7%, SK하이닉스가 27%로 사실상 국내 업체가 독과점하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시장의 경우 같은 기간 삼성전자가 33.5%, SK하이닉스가 9.6%의 점유율을 각각 기록했다. 올 초만 해도 5세대(5G) 이동통신 보급 확산과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서버 투자 증대에 따른 수요 증가로 반도체 경기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는 점에서 업계로서는 반갑지 않은 상황 반전이다. 특히 세계 반도체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수요 부진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은 지난해 1월부터 3·4분기까지 삼성전자 매출의 24%, SK하이닉스 매출의 48%를 차지하는 한국의 주요 시장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올 1·4분기 중국 내 스마트폰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20% 줄고 2·4분기에는 10%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스마트폰 사업은 성패의 관건

반도체부문은 바이러스 충격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는 없다. 수요회복이 일어나야 회복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은 다르다. 삼성전자가 기대하고 있는 위기를 돌파할 공격수단은 폴더블폰이다. 삼성전자는 11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위아래로 접는 형태의 두 번째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과 새로운 '갤럭시 S20'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하반기엔 이보다 큰 대화면 폴더블폰을 내놓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이 업계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자신한다. 

결국 지금으로서는 두 번째 폴더블폰에 대한 시장 반응이 일단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앞날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아직 소프트웨어 전략이 부재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하드웨어와 콘텐츠, 서비스를 넘나드는 애플을 제압할 생태계 전략도 드러나지 않는다. 단순히 하드웨어 업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포괄하는 기업이 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생태계 조성이지만 삼성전자의 서비스 생태계 만들기는 아직도 지난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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