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만 한서대 교수
박경만 한서대 교수

‘신천지’와 ‘온천교회’ 등 동선의 발원지가 특정된다고는 하지만, 코로나 확진자가 산더미처럼 매일 쏟아져 나와 걱정이다. 애초 1918년 스페인 독감(사실은 미국 중부 대농장에서 발원)에서 출현한 독감 바이러스 H1은 후일 H2, H3로 진화하며 매번 인류를 속수무책으로 몰아세웠다. 급기야 플루와 에볼라, 사스, 신종플루를 거쳐 이젠 코로나가 인류를 위협하는 지경이 되었다. 거의 무방비 상태의 지구촌을 덮친 ‘코로나19’를 보고 있자니, 레이 커즈와일이 예언한 ‘슈퍼인텔리전스’, 곧 극단적 기술 진화의 결과라고 할 ‘철학적 사고와 자율성을 지닌 AI’가 생각난다. 좀 비약일 수도 있으나, 지금의 ‘코로나19’가 인류에게 던진 트라우마는 디지털 기술 진화의 끝판인 ‘가장 강력한 AI’가 가져올 충격파를 빗대어 짐작케 한다.

적지 않은 과학자들은 인류를 가장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것이 인공지능이나 슈퍼 두뇌의 로봇이라고 했다. 그런 우려는 아이로니컬하게도 그런 ‘두뇌’를 창조할 과학자들에게서 더 강하다. 일론 머스크도, 빌 게이츠도 지금 당장 인공지능에 전격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위험이 닥칠 거라고 했다. 구글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아예 인간초월적 기술 발전을 기정사실화하며, 이른바 ‘특이점’(Singularity)을 들어 그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더 이상의 기술발전을 상상할 수 없는, 인류사상 최고 단계의 기술혁신, 혹은 어떠한 병렬 조건이나 경우의 수도 생각할 수 없는 단일(Single, Singular)의 극단적인 기술 지평을 말한 것이다.

이는 스스로 사유하고 진화한, ‘최고로 강한 AI’의 출현을 기정사실화 하는 논리로 인용되고 있다. 그 토대는 2배 혹은 지수함수로 기술이 비약한다는 무어의 법칙이다. 커즈와일은 기술문명과 정신문화 오랜 진화를 증거하는 보편의 법칙이 무어의 법칙이라고 했다. 그 바탕엔 ‘과거로부터 진화하며 오늘의 문명에 이른 인류사가 그 증거’라는 사고가 깔려있고, 그 진화의 ‘증거’에 따라 ‘강한 AI’의 출현은 필연적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장 가브리엘 가나시아가 이를 통렬히 비판하고 나섰다. 그런 판단의 근거가 된 무어의 법칙부터가 경험칙을 공식화한 것이며, 이전에 경험한 것을 집계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과거에 그랬다고 해서, 미래에도 그럴 거라고 어떻게 단정하느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어의 법칙을 토대로 한 ‘특이점’은 그저 ‘신화’일 뿐이라고 했다.

바이러스 역사에 만약 가나시아의 ‘특이점의 신화’론을 대입한다면 어떨까. 그런 논리라면 슈퍼 인텔리전트한 AI를 걱정하듯, 바이러스의 무한한 변종과 진화를 걱정하는 것 역시 신화에 불과한 ‘특이점’을 전제한 기우일 수도 있다. 과거에 인류를 괴롭혀온 질병사가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도 코로나 ‘n’이 무한 반복될 것이라고 지레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가나시아 말대로, ‘신화화된 특이점’에 불과한 ‘바이러스’의 무한 진화가 어느 지점에서 멈출 것인가, 아니면 커즈와일 주장처럼 더 이상 인간이 극복할 수 없는 ‘특이점’으로 치달을 것인가. 어느 쪽이 타당한가 하는 것은 어쨌든 두고 볼 일이다. 다만 ‘특이점’ 논쟁의  언표가 무엇이든 적어도 ‘코로나 사태’에 관한 한 모순점은 여전히 남는다. ‘코로나19’가 바이러스 역사의 ‘특이점’이라면, 곧 등장할 것 같은 첨단의 코로나 백신 기술은 또 어떨까. 코로나의 진화라는 ‘특이점’을 ‘신화’로 격하시킬, 또 하나의 기술적 ‘특이점’이 아닐까. 이래저래 헷갈리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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