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의 정의에 따라 다를수 있어

코로나19의 확산은 글로벌 증시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시장에도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코로나 19 초기, 전통 금융시장은 흔들렸지만 비트코인은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 더불어 안전자산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하지만 감염병이 중국을 넘어 세계 전역에 퍼지면서 팬데믹 공포를 일으키자, 비트코인은 결국 글로벌 증시와 함께 무너졌다. 논란은 계속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전 세계 주가 하락으로 비트코인의 중장기 투자가치가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과연 '안전자산' 또는 '디지털 금'이라고 불러도 될까.

엇갈리는 전문가들의 평가

비트코인의 안전자산 여부에 관한 논쟁은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격화되고 있다. 투자정보 업체 유로퍼시픽캐피털(Euro Pacific Capital)의 피터 쉬프(Peter Schiff) 최고경영자는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글로벌 증시의 하락을 뒤따라가는 비트코인이 어떻게 피난처가 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디지털 자산 전문 투자 펀드 아르카펀드(Arca)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제프 돌먼(Jeff Dorman)도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암호화폐) 채굴업체 비트메인(Bitmain)의 설립자 우지한도 동의한다. 원래 안전자산은 전쟁이나 기근 등 극단적 상황에서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안전자산은 결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가상자산분석 업체 퀀텀 이코노믹스(Quantum Economics)의 마티 그린스펀(Mati Greenspan)은 비트코인이 지정학적 분쟁이나 중앙은행의 통제 등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자산이 맞다고 본다. 블록타워캐피탈(BlockTower Capital)의 아리 폴(Ari Paul)도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이라고 본다. 이들은 모두 변동성이 크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변동성이 적어야 안전자산이라고 봐야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모건 크릭 캐피탈 매니지먼트(Morgan Creek Capital Management)의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유스코(Mark Yusko)는 비트코인은 금융시스템 붕괴에 대비해 설계된 보험이라고 설명한다.  투자 회사 소셜캐피털(Social Capital)의 최고경영자(CEO)인 차마스 팔리하피티야(Chamath Palihapitiya)도 이같은 견해를 지지한다. 비트코인는 일종의 '보험'이라는 것이다.

금과의 상관관계

디지털 자산운용사 반에크(VanEck)가 가상자산(암호화폐) 비트코인과 금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비트코인과 금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임에 따라 비트코인의 안전자산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과 상관관계가 최근 4주간 빠르게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2012년 2월 1일부터 2020년 3월 27일까지 비트코인과 금의 상관지수는 0.03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0년 2월 28일부터 2020년 3월 27일까지 한 달간 상관지수는 0.49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과 S&P 500간의 상관지수는 0.15, 미국채권과의 상관지수는 0.17, 석유와의 상관지수는 0.27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선명한 차이를 보이는 수치다. 일반적으로 0.4 이상이면 두 상품 간의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간주한다. 보고서는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코로나19 위기와 같이 단기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안전자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분산투자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포함하는 방법이 전체적인 투자 변동성을 줄이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 19와 비트코인

지난해 비트코인 가격은 미 증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반비례하는 추세가 뚜렷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에스앤피500 지수가 떨어지고, 에스앤피500 지수가 오르면 비트코인 가격이 내렸다. 그런데 흐름은 이번에 뒤집혔다. 비트코인은 2월 중순만 해도 1만 달러를 웃돌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글로벌 증시를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끌어내리자 결국 추락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증시가 널뛰기를 하는 동안 비트코인은 6000달러대에서 횡보했다. 2월21일 9607달러였던 비트코인은 한 달뒤인 3월21일에는 35% 떨어진 6194달러까지 하락했다가 24일 현재 다시 7516달러 선까지 뛰었다. 주식만큼 가격이 떨어지기도 하고 다시 급등하기 하는 심한 변동성을 보여주었다. 한때는 가격이 24시간 기준 40~50% 하락하기도 했다. 글로벌 증시 폭락의 불씨를 댕겼던 산유국들의 유가전쟁에서도 비트코인은 버티지 못했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증시와 함께 출렁인 최근 양상은 ‘안전자산’ 성격과는 배치된다.

금융자산과 비트코인

경제 위기 우려가 확산되면서 전세계 증권시장은 이를테면 ‘혼수상태’다. 반면, 흔히 안전자산으로 일컬어지는 금과 미국 채권은 일견 안전해 보였다. 뉴욕 선물시장의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1648.80달러에서 1501.15달러로 8.95% 하락했다가 지금은 다시 1700달러선으로 올랐다. 비교적 위기때 조금 떨어졌고 변동폭도 크지 않다.

금은 아주 오래전부터 가치 저장 수단으로 폭넓게 인식돼왔다. 하지만 금과 미국 국채도 항상 자산피난처 구실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금값은 코로나19로 실물위기가 고조되던 3월 초까지 고점을 갱신하며 상승세를 보였지만, 온스당 1675.70달러를 찍은 3월9일 이후로는 10% 넘게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보였다가 다시 최근 들어 올랐다. 미국 국채도 마찬가지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3월9일 역대 최저치인 0.429%를 찍었지만, 이후 급격히 상승해 한때 1.271%까지 올랐다가 다시 내려 0.6086%를 기록하고 있다. 다른 자산에 비한다면 큰 변동폭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나 완전한 피난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안전자산의 정의

비트코인은 불과 10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자산이다. 비트코인이 다른 자산과 상관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일부 국가나 정부가 혼란을 일으켜도 금과 비트코인은 공히 공급량 등 특성 탓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게 주요 근거다. 안전자산이라는 말 자체가 혼선을 가져온다. 경기가 나빠질 거라고 예상했을 때 사람들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자본을 옮기는 자산을 말하는 것 뿐이다. 금과 비트코인은 가치가 현금 흐름에 의존하지 않는 ‘대체 자산’이다. 전통적인 자산피난처인 금은 주식 가격이 떨어지기 전에 가격이 오르지만 비트코인은 주식 가격이 떨어진 후에 가격이 오른다. 비트코인은 자산피난처라고 볼 수 없다. 실제 비트코인과 금의 가격은 2015년 이래 분명한 상관관계를 보인 적이 아직 없었다. 암호화폐 전문 매체 더블록에 따르면, 작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를 3번 인하했다. 금리 인하소식에 금 가격은 올랐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하지 않았다

블록체인 정보 기업 인투더블록 자료를 보면, 비트코인을 1년 이상 보유하고 있는 계정 수는 1년 전이나 지금이나 1억800만여개로 큰 차이가 없었다. 장기 보유자들은 가격 하락에 아랑곳하지 않고 비트코인을 쥐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비트코인이야말로 디지털 금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안전자산 역할을 하던 금의 역할을 언제인가 비트코인이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세계 거시경제의 위험분산 수단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다. 달러의 실질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면, 미국인들도 금이나 비트코인 같은 대체 자산을 찾게 될 확률이 높다. 비트코인의 가치에 대한 논의는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할수 있다. 안전자산의 개념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측면과 관계된다. 비트코인은 한편으로 사기이고, 초고위험 자산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대안자산이기도 하다. 시스템이 무너진 베네수엘라의 경우, 자국 화폐보다 비트코인을 더 신뢰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