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만 한서대 교수
박경만 한서대 교수

적어도 우리나라만 본다면 ‘코로나 이후’가 멀지않아 보인다. 국내 거주자 확진환자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 날이 계속되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한도 곧 끝나갈 조짐이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초래된 기형적 사회 현상은 코로나가 사라진 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가장 큰 전대미문의 변화가 예고되는 분야는 IT와 디지털 산업이다. ‘코로나 19’ 사태의 와중에 이를 극복하는 ‘전사’ 역할을 했던게 IT기술이었다. 예측불가했던 비정상의 상황에 대응하느라 비상한 기술을 고안해냈던게 IT기업들이라면, 이제 그들은 ‘코로나 이전’과는 결코 접속될 수 없는 새로운 문명버전으로 갈아탄 것이나 다름없다.

IT기업들만 본다면,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코로나 이후엔 투자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종래 오프라인의 세계가 코로나로 인해 대거 온라인 내지 가상현실로 대체되면서, 이를 작동하는 IT기술의 효용과 가성비는 더욱 커졌다. 기업 전체에 들어가는 비용은 절감하되, IT기술에는 좀더 많은 돈을 지출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현실을 가상으로 대체함으로써 이에 걸맞은 IT 투자는 늘어나되, 오프라인 대면 비즈니스 비용은 현격히 줄어들게 분명하다. 예를 들어 출장, 회의, 컨퍼런스에 드는 비용은 아끼고, 이를 대체할 화상 회의 IT기술에는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식이다.

팬데믹 와중에 전지구적으로 확산된게 재택근무와 원격업무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이는 변함없이, 아니 오히려 더 활발하게 일상의 패턴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사무실이나 현장에서 일했던 수 많은 사람들이 원격으로 온라인 근무를 하게 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일어날 병목 현상이다. 한꺼번에 수많은 온라인 인파가 넘쳐나면서 아예 접속이 안되거나, 매우 느릴 수 밖에 없다. 소비자 광대역 서비스가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택근무자를 위한 모바일 핫스팟의 혁신처럼 통신 인프라의 과부하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이 앞다퉈 개발되며, 첨단을 달릴 것이다.

덕분에 원격업무와 화상회의를 위한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앱이나, 슬랙, 줌, 시스코의 웹엑스, 구글 미트 등은 날로 기술혁신을 도모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팬데믹 와중에 이들은 이미 짭짤한 재미를 보며, 인기 만발이다. 이대로 가면 이들이야말로 인터넷에 이은, 또다른 지구 네트워크의 지배자가 될 공산이 크다.

이런저런 IT기술이 온전히 기능하려면 무엇보다 보안이 중요하고, 이를 위한 보안기술도 새롭게 변곡점을 맞이할 것이다. 특히 원격 접속과 화상 회의가 일상화되면 시스템 프로비저닝과 보안이 취약해질 수 밖에 없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이듯, 사이버 범죄를 막기 위한 보안툴이 날로 발달하고, 그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보안 시스템을 운용할 인력과 직종도 늘어날 것이며, 새로운 유망직업으로 등극할 것임에 틀림없다.

경계할 점도 많다. 특히 빅데이터의 역습 혹은 ‘데이터교’의 극성이다. 데이터마이닝이 인류의 생활 전반을 좌우하면서 알고리즘의 원천을 생산해낸 인간의 편견이 또 다른 차별과 배제, 격차, 혐오를 생산할까 걱정이다. 인간의 화석화된 관념이 또 다른 악성코드로 변주돼, 불평등을 확대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도 있다. 확증편향적 데이터의 포로가 된 자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공격한다. 디지털 골상학에 명줄이 걸린 취업지망생과 생활인들, 빅데이터 신용평가의 아이러니가 세상을 지배하는 ‘데이터교’의 사이비 행태도 우려된다. 그래서 ‘코로나 이후’ IT세상은 낙관도 비관도 금물이다. 문명의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새로운 영역, 가보지 않은 새로운 인식의 지평이 펼쳐질 것이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