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수주계약은 아닌, 예비일뿐

23조원 규모의 카타르 LNG(액화천연가스) 수주전에서 국내 조선 3사가 대규모 LNG선 발주 권리를 보장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사실상 100척 이상의 LNG선 수주를 독식했다고 한다. 2004년에 이어 카타르에서 따낸 16년 만의 대규모 LNG선 수주다. 하지만 실제로 발주로 이어질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23조규모의 발주예상

카타르 국영석유회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은 지난 1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 대규모 LNG선 발주 권리를 보장하는 약정서를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QP가 오는 2027년까지 국내 조선 3사들의 LNG선 건조공간 상당 부분을 확보해주는 게 골자다. 사실상 카타르 LNG선 프로젝트 수주다. LNG선 1척의 평균가격이 1억8600만달러로 우리 돈으로는 2천억원이 넘는다. 이번 사업은 LNG선 발주가 100척 이상이 될 것으로 관측되며, 금액으로도 700억리얄 우리 돈으로 23조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카타르가 발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약 100척의 LNG선은 전 세계 LNG선 건조량의 약 60%에 해당한다. 업계에선 올해 말부터 오는 2024년까지 순차적으로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조선 3사들이 수주한 LNG선은 총 53척으로 현대중공업 25척,·삼성중공업 18척,·대우조선 10척이었다. 하지만 올들어선 대우조선이 1척을 수주하는데 그쳤다.

 

한국 조선의 기술력

발주의 배경은 역시 기술력이다. 대규모 발주가 이뤄지는 경우 최우선으로 보는 것은 건조능력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대규모 LNG선을 적기에 건조해 공급할 수 있는 곳은 국내 조선업체들 뿐이다. LNG운반선은 초대형선박 건조기술이 필요하다. LNG를 액체상태로 운반하기 위해서는 화물창 온도를 영하 162도 초극저온 상태로 유지해야 하며 기화되는 양도 최소화해야 한다.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 속에서 LNG에 가해지는 충격도 줄여야 한다. 항만에서 LNG를 옮기는 과정에서도 고도의 안전성이 필요하다.

카타르는 전 세계 LNG 생산량 1위 국가다. 기존 연간생산량은 7700만톤이었지만 2027년까지 1억2600만톤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한 많은 수의 운반선이 필요해진 것이다 카타르는 앞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총 53척의 LNG선을 발주했다. 당시에도 국내 조선 3사는 대우조선 26척, 삼성중공업 19척, 현대중공업 8척을 수주했던 경험이 있다.

 

중국과의 경쟁

한국의 조선사는 LNG선 제조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자랑한다 올해 4월 말 기준 세계 LNG선 수주 1위 조선사가 대우조선해양이다. 1992년 이래 30여년간 185척 수주, 148척의 인도 실적을 갖고 있다.

중국은 지난 4월 카타르로부터 LNG선 16척을 수주했었다. 하지만 지난 4월 수주의 경우 카타르의 LNG를 중국이 사주는 조건으로 계약한 것이었다. 실제 경쟁력과는 차이가 있다. LNG선 건조 능력 측면에서 중국은 한국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중국이 16척 건조 과정에서 허점을 노출할 수 있다는 예상을 하기도 한다. 물론 순조롭게 선박을 건조한 뒤 운항 과정에서도 별다른 결함이 없다면 중국은 앞으로 한국이 독식한 세계 LNG선 시장을 본격적으로 파고 들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은 모른다.

조선업체들은 입찰 시 납기 계획 등을 다 제출한 상태다. 아직 최종적인 수주 규모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한국 조선업계 빅3가 각각 몇 척을 수주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

무엇보다 실제로 100척 이상의 발주가 나올지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 카타르와의 계약은 이른바 '슬롯(건조공간) 예약 계약'으로 정확하게 말하면 일단 조선사에 건조가 가능한 도크를 사전에 확보해 두기 위한 계약이다. 추후 가스전 개발 상황에 따라 실제로 조선사가 건조하게 될 척수는 유동적이다. 카타르는 2004년에도 조선 빅3와 90척 이상의 '슬롯 예약 계약'을 맺었지만 실제 발주 척수는 53척에 그쳤다. 모든 예약 계약이 실제 건조로 이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조선 3사 간 수주 물량이 어느 정도가 될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발주는 올해 말부터 본격화할 예정이다. 발주가 되면 국내 조선3사는 2027년까지 해당 선박을 납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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