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8억4천만 파운드, 스포티파이 소송전 패소 이어 큰 ‘타격’
EU “소비자 비용 절약 기회 뺏는 부당행위” 판단, 거액 부과
애플의 전세계 매출의 0.5%, 애플 “유럽기업 살리려는 의도” 반발

애플이 앱스토어 경쟁제한 행위로 인해 유럽에서 벌금 폭탄을 맞았다. (사진=셔터 스톡)
애플이 앱스토어 경쟁제한 행위로 인해 유럽에서 벌금 폭탄을 맞았다. (사진=셔터 스톡)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한국의 ‘구글 방지법’, 즉 세계 최초의 ‘인 앱 결제’ 방지 법률에도 불구하고, 구글과 함께 편법으로 이를 무력화했던 애플이 유럽에선 천문학적 액수의 벌금 폭탄을 맞게 되었다.

3일 외신을 종합하면 애플은 이른바 ‘인 앱 결제’를 강요한 ‘경쟁제한’ 행위로 인해 무려 18억4천만 파운드(미화 24억달러, 한화 약 3조1천억원)의 벌금을 물게 생겼다.

EU는 애플이 모바일 플랫폼인 iOS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독점금지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18억4천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했다. 즉 “애플의 애 스토어 외부에서 더 저렴한 (인 앱) 조건을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음악 스트리밍 앱의 기능을 제한한 것은 DMA(디지털 시장법)의 경쟁 제한 방지 조항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DMA 경쟁제한 방지 조항 저촉”

앞서 애플은 자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 뮤직’을 보유하고 있는데, 스트리밍 기업인 스포티파이는 “이러한 제한으로 인해 플랫폼 운영업체가 큰 불이익을 보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미 미국에선 애플이 1심에서 패소한 바가 있는데, 이번엔 유럽에서도 직격타를 맞게 된 것이다.

EU의 경쟁 책임자인 마그레테 베스타거는 이같은 결정을 발표하기 위한 위원회 기자 회견에서 “애플의 규칙은 결국 소비자에게 해를 끼치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소비자가 정보에 입각한 선택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거나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정보를 차단시키고 있다”고 혐의를 밝혔다.

실제로 이로 인해 많은 소비자들은 앱 외부에서 구독하면 더 적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더 큰 부담을 감수했을 수도 있다. 또 다른 소비자들은 (앱 외부 결제 기능을) 찾을 수 없어 음악 스트리밍을 아예 구독할 수가 없다.

이에 EU는 “이는 지배적 기업에 의해 일방적으로 부과된 것이기 때문에 매우 불공정한 거래 조건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벌금 부과의 이유를 밝혔다.

이번 결정은 앞서 지난 2019년 3월 스포티파이가 애플을 상대로 미국과 유럽에서 독점 금지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애플의 앱 스토어 규칙에 대해 스포티파이는 “사용자 경험을 희생하면서 의도적으로 선택을 제한하고 혁신을 억누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애플이 아예 ‘심판’과 ‘플레이어’ 역할을 모두 하면서, 다른 앱 개발자에게 의도적으로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브뤼셀의  EU본부(사진=EU)
브뤼셀의  EU본부(사진=EU)

EU 4년 전부터 앱 스토어 독점 여부 조사

이에 지난 2020년 6월, EU는 앱 스토어에 대한 공식적으로 독점 여부에 관한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후 2021년 4월 EU는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을 왜곡하는 방식으로 앱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고 공식 성명을 통해 조사 결과를 밝혔다.

그로부터 거의 2년 후 EU는 애플의 음악 스트리밍 ‘인 앱 결제’에 대해 5억 유로의 독점 금지 벌금을 부과받았다. 그러나 이번에 EU가 발표한 벌금은 훨씬 더 높다. 벌금은 EU 규정 위반에 대한 약 4000만 유로(미화 약 4천500만 달러)이나, 이에 더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고 독점력을 발휘하기 위해 끼친 비금전적 피해를 배상하기 위해 ‘일시금’(18억 유로)이 추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전체 벌금이 18억 4천만 유로(미화 24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애플의 전 세계 매출의 0.5%에 해당한다.

EU는 또 애플에게 “지금부터 당장 음악 스트리밍 앱에 외부 앱 사용 금지 조항을 적용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특히 애플은 EU의 집중 감시대상인 ‘게이트 키퍼’로 지정되어, 디지털 시장법(DMA)에 따라 모든 iOS 앱에 외부 앱 사용 방지 조항을 적용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iOS와 앱 스토어 모두 EU 법률에 따라 규제되는 플랫폼 서비스로 지정되었다. 만약 DMA를 또 다시 한 번이라도 어겼다간, 벌금액이 연간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애플, 블로그 게시물 통해 격한 반발

이에 애플은 3일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EU에 대해 신랄한 공격을 퍼부었다. 애플은 “EU 집행위가 소비자 피해에 대한 신뢰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고, 번창하고 경쟁적이며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의 현실을 무시했다”라고 주장했다.

블로그 게시물은 또 “스포티파이가 자신의 상업적 이익에 맞게 앱 스토어의 규칙을 다시 작성하려고 한다”고 스포티파이에게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스포티파이는 시장 경쟁에 대한 근거없는 분규와 불만을 만들기 위해 10년의 대부분을 보냈다”고 비판했다. EU가 사실상 스포티파이의 일방적 주장에 영향을 받지 않았느냐는 불만이다.

앞서 지난 2월에도 애플은 스포티파이를 격렬하게 비난했다. “스포티파이는 전 세계 160개국의 애플 사용자들과 앱을 구축하고, 업데이트, 공유하는 데 도움을 준 앱 서비스에 대해 애플에게 아무런 비용도 지불하지 않는다”면서 “기본적으로 그들의 불만은 애플이 제공하는 가치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본사의 모든 도구에 무제한으로 액세스하려는 것”이라고 공격한 바 있다.

이번 EU 결정에 대해 애플은 결론적으로 “아이러니하게도 경쟁이라는 미명 하에 내려진 오늘의 결정은 유럽 기업에 의한 디지털 음악 산업의 지배적 위치를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 날선 주장을 펼쳤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