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사진=한국금거래소)
최근 금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사진=한국금거래소)

 

[애플경제 김남주 대기자]돈을 벌려면 돈을 잘 굴려야 한다. 장롱 속에 사장(死藏)돼 있는 돈은 항상 그대로이다. 물이 고이면 썩듯이 돈도 돌아야 생명력을 갖는다. 돈을 잘 굴리려면 포트폴리오, 즉 자산 조합을 잘 짜야 한다. 너무 위험한 곳에만 돈을 넣어두면 수익은 좋을지 몰라도 자칫 쪽박을 찰 수 있다. 안전만을 좇다 보면 수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위험과 수익을 저울질하면서 투자 종목의 포트폴리오를 잘 짜야 한다. 그게 돈을 잘 굴리는 거다. 몇 해 전부터 투자대상에 가상자산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게 비트코인이다. 말 그대로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가상의 자산, 디지털 자산이다. 코드로 짜여져 있는 이 암호자산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을 계기로 약진을 계속하고 있다. 비트코인과 몇몇 암호화폐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가상자산이 ‘디지털 금’으로 일컬어 지고 있다. 가상 속의 ‘금’과 현실의 금값이 동시에 오르고 있어 돈을 굴리는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구성에 큰 변화를 몰고오고 있는 것이다.

금과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동시에 갈아치웠다. 금리 인하 기대감과 더불어 달러 약세 전망이 대안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과 비트코인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시각이 강하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 시장에서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23% 상승한 9만810.52원에 거래됐다. 지난 4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루 만에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도 4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1.5% 오른 온스당 2126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10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1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 최고가를 경신한 것이다.

비트코인 상승세도 기염을 토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바꿔치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날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9700만원까지 상승하며 1억원에 근접하고 있다. 달러 기준으로 봐도 비트코인은 글로벌 코인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에서 이날 오전 6만8000달러(약 9080만원)를 넘기면서 지난 2021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위험과 수익 분석에서 금과 비트코인은 각각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을 대표한다. 금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인간과 함께한 안전자산이다. 비트코인은 언제든 곤두박질칠 수 있는 위험자산이다. 이들 상극의 두 자산의 가파른 상승세는 금리 인하 기대감과 달러 약세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 통제에 효과를 내면서 금리 하락 예상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BIS는 이날 보고서에서 “각국 금융시장이 향후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점과 중앙은행이 신호를 보낼 시점이 가까워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발표했다.

가상자산 시장의 경우에는 4월 비트코인 반감기,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에 따른 기관투자자 유입,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가능성 등이 호재 요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비트코인의 반감기와 관련된 역사적인 상승, 기관 매수 수요, 시장 심리 등으로 인해 비트코인이 이달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설사 비트코인 가격이 조정을 거치더라도 연말까지 더 오를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게 가상자산의 가격동향이다. 언제 물길이 바뀔지 모르니 무리수는 항상 금물이다.

부자들은 ‘어떻게 돈을 벌었는가’물으면, 대부분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잘라 말한다. 돈을 벌려면 운이 따라줘야 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투자가 과학이라고 해도 인간이 모든 변수를 다 고려할 수는 없다. 자산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인을 다 참작하고, 분석하여 포트폴리오 전략을 짠다 해도 느닷없는 불측의 변수는 항상 불거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경험담에서 운이란 말이 스스럼없이 나오는 것이다. 운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배리어블(variable)이 아니다. 나의 통제를 벗어난 어떤 것이 나의 투자 결과를 지배할 수 있다면 투자자의 대응자세는 뻔하다.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트폴리오 전략의 으뜸은 겸손이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