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대기자
김남주 대기자

대마불사((大馬不死), 하지만 아무리 큰 기업도 위기관리에 실패하면 나락으로 속절없이 추락한다. 대규모 기업(conglomerate)이라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빈틈이 생기면 여지없이 시장은 외면한다. 대기업은 그 몸집이 큰 만큼 연관된 기업도 많고, 여러 가지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쉽사리 위기국면으로 치닫지 않을 것 같지만 시장경제는 냉엄하다. 물오리가 물에 뜨기 위해 부단히 물갈퀴를 수면 아래서 휘젓듯이 기업들도 새로운 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하고, 도전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의 길로 접어든다. 위기를 조기에 감지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발빠른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썰물에 밀리는 조각배처럼 뒤로 멀리 처지기 마련이다.

글로벌 빅테크기업 판도에 변동이 일어나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다. 진원지는 애플이다. 디지털 분야에서 혁신의 바람을 몰고 오면서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을 주도해온 혁신의 아이콘, 애플이 연이은 악재가 걸림돌이 되면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애플은 미국 기업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3조달러를 돌파한 기업이다. 그 영광의 빛이 퇴색하는 기운이 감돌고 있다. 최대시장 중국에서 올들어 아이폰 판매가 크게 위축되고 있고, 유럽연합(EU)에서 인앱결제를 둘러싸고 반독점 규제에 따른 수조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이어 근래 시장주도아이템인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7일 IT 리서치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 첫 6주 동안 중국 내 아이폰 판매가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국 업체인 비보와 샤오미의 스마트폰 판매는 각각 15%, 7% 감소하는 데 그쳤고 화웨이 출하량은 같은 기간 64% 폭증했다. 세계경제 침체 장기화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애플 스마트폰 수요가 줄고, 미국의 기술 제재에 대응한 중국인의 애국소비 성향도 강해진 결과다. 아이폰 판매 저조에 겹쳐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4일 애플에 ‘음악 스트리밍 앱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18억4000만 유로(약 2조7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재 애플은 EU뿐 아니라 주요국 규제 당국의 반(反)독과점 제재 대상이 되고 있다. 앞길에 짙은 안개가 낀 셈이다.

애플은 여타 글로벌 빅테크의 행보와 달리 AI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미래 성장잠재력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게 또 애플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부터 IT 업계의 화두가 AI로 바뀌면서 구글·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MS)·메타 등이 생성형 AI 기술개발과 그래픽처리장치(GPU) 혁신을 이끄는데 애플은 아직 그 흐름에 올라타지 못했다.

이런 애플의 저조한 대응을 그대로 반영, 최근 연일 주가가 하락하면서 시총이 2조6000억 달러 대로 쪼그라들었다. 철옹성처럼 굳건한 듯 보였던 시총 1위 기업 자리도 MS에 내줬다. 이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0.59% 떨어진 169.1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7일(182.63달러) 이후 6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애플 주가가 160달러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4개월여 만이다. 계속된 주가 하락으로 지난해 3조 달러를 넘었던 애플의 시가총액은 이날 2조 6115억 달러 선까지 밀렸다. 올 들어서만 3500억 달러가량 사라졌다. 지난 1월 MS에 시총 1위 자리를 내주고, 3위 엔비디아에도 쫓기는 신세다. AI 총아인 엔비디아는 이날도 주가를 3.18% 끌어올렸다. 시총은 2조 2170억 달러로 애플과의 차이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애플은 중국내 판매 저조·유럽연합 과징금·AI 소외 등 삼각파도에 휩싸여 곤욕을 치루고 있는 모습이다. 기업에게는 항상 위기가 닥쳐온다. 삼중고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애플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해도 현재로선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애플 주식을 우리 젊은이들이 많이 갖고 있다. 자신의 손안에 아이폰이 들려있는 이상 애플 주가는 장기 상승하리라는 믿음이 투자를 이끌었다. 애플의 이번 주가 하락을 깊은 수심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숨가쁘게 전개되는 글로벌 IT 시장에서, 삼각파도에 몰리고 있는 애플이 어떤 해법으로 이번 위기를 극복할지 가슴 졸이며 지켜보는 이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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