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6G 기술 개발 ‘각축전’
美, 중국 견제 속 표준화 선도, ‘6G 원칙 공동선언문’ 주도
유럽, 美와 협력하면서도 中 기술 관심 “실속 차리기”

6G 기반의 연결성 이미지. (출처=퀄컴)
6G 기반의 연결성 이미지. (출처=퀄컴)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미국 등 주요국의 6G 연구개발과 표준화 선도를 위한 협력도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화웨이를 중심으로 5.5G 상용화에 나선 중국을 견제하느라 골몰하고 있다. 유럽은 미국에 협력하면서도 한편으론 중국과도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과 협력을 확대하며 6G 연구개발과 함께, ‘6G 원칙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국가 안보를 보호하고 투명한 합의 기반의 절차를 통해 글로벌 표준을 수립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취지다. 미국과 한국, 호주, 캐나다, 체코, 핀란드, 프랑스, 일본, 스웨덴, 영국 등 10개국이 2023년 7월부터 논의해 온 내용으로 모두 6개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6G 무선 통신시스템 연구·개발을 위한 원칙을 바탕으로 협력하면서 개방적이고 전 세계적으로 상호운용적이며 안전한 네트워크 연결을 지원하는 데 10개국이 뜻을 같이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또 AI 무선통신 기술을 융합해 6G 기술 연구과 생태계를 조성하는 ‘AI-RAN 얼라이언스’도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MWC 2024’에서 출범했다. 엔비디아, ARM, 소프트뱅크, 에릭슨, 노키아, MS, 삼성전자, 미국 노이스턴대학 등 10개 기업과 1개 대학이 창립 멤버다.

이는 △RAN을 위한(AI for RAN) △AI와 RAN(AI and RAN) △RAN의 AI(AI on RAN)) 워킹그룹으로 구성되어있다.

'MWC 2024' 전시회 모습. (출처=MWC 2024)
'MWC 2024' 전시회 모습. (출처=MWC 2024)

퀄컴, 미국의 6G 표준화 주도

그런 가운데 스마트폰AP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퀄컴은 미국의 6G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 퀄컴은 이번 MWC에서 13㎓ 주파수 대역에서 작동하는 기가 마이모(GIGA MIMO) 장비를 공개했다.

MIMO는 여러 개의 안테나를 한데 모아 무선 통신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술로 MIMO를 이용하면 도달 거리가 짧은 중고대역 주파수도 추가 기지국을 구축할 필요 없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중국 기업을 포함해 대부분 스마트폰 제조사가 플래그십 모델에 퀄컴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지배력을 기반으로 미국의 6G 표준화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국 등과는 달리, 통신 기업이 전면이 나서지 않았지만 글로벌 연대를 주도하고 퀄컴·인텔 등 반도체 기업과 인텔셋, 스타링크 등 위성 기업 중심으로 6G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실제로 6G 시대에는 초공간 서비스(공중 이동체, 선박, 도서지역 등)를 제공하기 위해 지상과 위성의 통신이 결합된다. 따라서 통신 영역 확장을 위해서는 저궤도 위성 통신 도입이 필수다. 위성통신이 더해지는 6G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항공기 와이파이 △UAM △자율주행차 △도서산간 지역 통신 등도 수월하게 도입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영국 이동통신사 보다폰의 제품 이미지. (출처=보다폰)
영국 이동통신사 보다폰의 제품 이미지. (출처=보다폰)

유럽, 연결성 생태계 지원으로 ‘미국 따라잡기’

유럽은 미국과의 동맹에 참여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중국 기술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도이치텔레콤·텔레포니카·보다폰 등 주요 통신사는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유럽의 연결성 생태계 전반을 지원하는 데 앞장설 것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지난 MWC에서도 유럽 통신사 중심으로 구성된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회의에서 넷플릭스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망 사용료 분담 문제 등을 논의하는 등 미국을 견제하기도 했다.

특히 ‘MWC 2024’에선 스페인 텔레포니카, 영국 보다폰의 CEO, 중국의 차이나모바일 CEO가 나란히 등장, 범용 네트워크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개발자에게 제공하는 ‘오픈 게이트웨이’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중국의 5.5G에도 관심을 보였다.

미국이 주도한 ‘6G 원칙 공동선언문’에 참가한 영국 보다폰도 6㎓ 주파수 대역에서의 다운로드 속도를 측정하는 시연을 진행했다. 해당 구역은 중국이 6G 주파수 후보로 밀고 있는 6.525㎓~7.125㎓ 대역과 근접한 것으로, 중국이 제안한 주파수 대역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라는 해석도 따른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주요국은 대체로 화웨이 장비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프랑스가 지난 3년간 표류했던 화웨이 공장건설을 재개하도록 하면서 화웨이가 유럽에 대한 판매 우회로를 확보할 가능성도 생겨났다.

반면에 영국은 화웨이 장비를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퇴출키로 했다. 프랑스는 화웨이 장비 사용 기한을 축소하고, 독일은 퇴출하되, 민감하지 않은 네트워크 장비 영역에서는 아직 부분적으로 허용키로 했다.

그간 EU는 ‘혁신 연구 프로그램 호라이즌(Horizon)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5G 생태계의 진화와 6G 연구를 촉진하기 위해 관련 사업을 추진해왔다. ‘호라이즌 2020 프로그램’의 프로젝트인 민간 중심의 6G 이동통신 연구개발 그룹 ‘Hexa-X 프로젝트’도 2020년 10월 출범시킨 바 있다.

또 SNS JU(Smart Networks and Services JointUndertaking) 프로그램을 통해 2021년부터 약 1조 2,000억 원 규모의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중국, 화웨이 중심 R&D 박차, 5.5G 상용화 원년 선포

중국은 5.5G 상용화 원년을 선포하고, ‘화웨이’ 중심으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통신장비 1위인 화웨이는 리펑 수석 부사장이 MWC 2024 기조연설에서 5.5G 전환 필요성과 비전을 발표했고, 전시관에서도 5.5G 기반의 미래 서비스를 시연해보이도 했다.

특히 화웨이는 ‘지능형 세계를 진보시키다’라는 주제로 AI와 차세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5.5세대(5.5G) 이동통신 비전을 제시했다. 리펑 수석 부사장은 MWC에서 “5.5G는 2024년에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것”이라며 “5.5G와 AI, 클라우드가 융합되면서 통신사들은 새로운 애플리케이션과 역량의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5.5G가 가져온 기회를 잡기 위해 고품질 네트워킹과 다차원적 수익화, 신규 서비스, 생성형 AI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고성능 네트워킹 장비와 AI 등을 앞세워 다가올 어드밴스드 5세대(5.5G) 이동통신 장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또한 테슬라 모델S를 개조한 AI 전기자동차를 통해 AI와 5.5G를 이용해 자율주행자동차 내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선보였다.

특히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은 세계 최초로 6G 통신 기술을 테스트할 위성을 지구 저궤도로 발사하기도 했다. 이는 낮은 지연시간(latency)과 높은 데이터 전송 속도를 기반으로 6G 네트워크 궤도 내 운영 효율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등 중국 3대 통신사는 화웨이, 아너, 메이주, ZTE 등 30여 개 중국 업체들과 연합을 맺고, 6G 표준 선점을 위한 협력을 지속키로 했다. 중국 정부 역시 정책적 지원과 함께 기술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2019년 6G 연구개발 전략 수립을 위한 범정부 전담기구 ‘IMT-2030’을 발족했다. 또 2021년 우주기반 5G·6G 통신개발을 우선순위로 한 ‘제14차 5개년 계획’과 ‘6G 복합 네트워크 및 통신 특화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했다.

6G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자금 지원도 대폭 확대하고 있다. 2021년 제13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기초연구비를 10.6% 늘렸고, 제14차 5개년 계획에서도 2021년부터 5년간 매년 7% 이상 R&D 예산을 증액하고 있다.

(출처=화웨이 )
(출처=화웨이 )

일본, NTT도코모·KDDI 등 신기술 시연

일본도 NTT도코모·KDDI 신기술을 최근 시연하고, 정부의 ‘Beyond 5G’ 전략을 통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NTT도코모는 ‘MWC 2024’에서 6G 기반의 촉감·미감 공유 기술(필 테크: Feel Tech)을 선보였다. 또 6G 혁신 기술개발과 표준화에 앞장서고, 미래 산업과 기술을 포괄하는 글로벌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필 테크’ 기술은 6G 이동통신 네트워크에 연결된 ‘휴먼 증강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끼리 감각 정보를 공유하는 기술이다.

KDDI는 지구 조형물 아래 스타링크와 협업, 지상망이 끊겨도 지속적인 통신 연결이 가능한 위성 통신 서비스 기술을 개발했다. 모바일 네트워크 베이스 스테이션을 통해 지상망 두절 시에도 지속적인 통신 연결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이는 지상과 지하의 광케이블 손실에도 약 200개의 스타링크 위성으로 대신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일본 정부는 뒤처진 5G 상용화 경쟁력을 만회하고 6G 주도권 확보를 위해 국가 비전인 ‘소사이어티(Society) 5.0’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6G를 선정했다. 2030년에 6G를 도입키로 한 ‘비욘드 5G’(Beyond 5G)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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