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대기자
김남주 대기자

남가일몽(南柯一夢). 인생은 한 자락 꿈이던가. 현실이 괴로우면 도피처로 꿈의 세계를 염원한다. 그리워하는 님을 현실에서는 도저히 만날 수 없어 꿈속에서나마 만나보기 위해 꿈을 청한다. 꿈 같은 게 인생이다. 당나라에 순우분이란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그가 술에 취해 집 앞 나무 그늘에서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순우분은 남가군이란 곳을 다스리면서 수십 년 동안 선정을 베풀었고 그 공으로 재상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웃 단라국의 침공을 받아 고통을 받고 연이어 부인마저 세상을 뜨자 절망에 빠져 고향으로 돌아가게 됐다. 그때 마침 꿈에서 깨어났다. 순우분은 ‘남쪽 나뭇가지 밑에서 꾼 꿈’처럼 인생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깨달았다. 인생은 꿈 같이 허무하다. 그러나 꿈을 좇는 사람은 부지기다. 꿈을 그리던 사람들에게 꿈 같은 세상을 만끽할 수 있는 꿈 같은 디지털 기기들이 나오고 있다. 메타버스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세계와 같은 일상생활은 물론,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꿈의 세상, 즉 3차원의 가상세계를 가리킨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개념으로, 아바타를 활용해 단지 게임이나 가상현실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현실과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공을 들이면서 메타버스가 시행착오를 겪긴 하지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가상세계와 아바타 중심의 기존 메타버스 시장을 넘어 IT(정보기술)와 부동산, IT와 의료, IT와 제조간 융합 시장을 앞당기고 있다. 애플이 의욕적으로 출시했으나, 많은 걸림돌을 경험하고 있는 ‘비전 프로’ 같은 공간 컴퓨팅 기기가 공간 컴퓨팅의 가능성을 열었다. 아울러 생성형AI가 확산되면서 멀티 모달리티가 가능해지고 있어서다. 멀티 모달리티란 생성형 AI가 텍스트, 이미지, 영상, 음성, 제스처 등을 인식해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소통이 이뤄지는 걸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공간 컴퓨팅과 AI의 결합으로 메타버스가 모빌리티, 전시, 제조, 의료, 각종 산업 등의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아이템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미래먹거리 산업 찾기에 분주한 현 정부도 고삐를 조이고 있다.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산업융합 혁신사례와 서비스 발굴에 나선다. 이를 위해 2년간 최대 2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한국전파진흥협회(RAPA)와 산업 메타버스 플래그십 프로젝트 및 차세대 기술선도 메타버스 프로젝트 사업을 공모한다고 밝혔다. 산업 메타버스 플래그십 프로젝트에서는 △운영관리 △물류관리 △에너지관리 △안전관리 등 4개 과제를 신규로 선정할 예정이다.

운영관리 분야는 제조, 생산, 건설 등 산업현장의 운영관리 공정 가상화 및 최적생산, 유연생산, 예방정비 등이 가능한 ‘메타버스 운영관리 플랫폼 개발 및 실증’ 과제에 대해 지원한다. 다음으로 물류관리 분야는 물류관리 공정의 가상화·자동화·지능화를 통해 물류효율 증대, 최적 재고관리, 적시배송 등이 가능한 ‘메타버스 물류관리 플랫폼 개발 및 실증’ 과제에 대해 지원한다. 에너지관리 분야는 다중밀집건축물·시설 등을 대상으로 물, 가스, 전기 등 에너지의 사용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메타버스 에너지관리 플랫폼 개발 및 실증’ 과제에 대해 예산을 투입한다. 안전관리 분야는 공공·산업시설, 도심 밀집구역 등의 가상화 및 실시간 통합 관제가 가능한 3D맵 기반의 ‘메타버스 안전관리 플랫폼 개발 및 실증’ 과제에 대해 지원한다.

정부는 또한 ‘가상융합산업 진흥법’을 오는 8월 28일에 시행하여 메타버스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기로 했다. 이 법은 메타버스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디바이스)’ 생태계를 더욱 발전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메타버스 산업이 발전 동력을 갖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필수적임은 분명하다. 관련업계에서도 정부와 함께 더욱 기술개발에 심혈을 기울일 때다. 인간의 꿈을 현실로 가져다줄 메타버스의 미래는 인간의 염원을 밑거름으로 무한 발전할 전망이다. 이를 장기적인 경제발전의 한 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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