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비관적 미래’ 기획보도 연속…유력 외신 중 유독 돋보여
‘애플의 10가지 문제’ 보도 이어, 매주 ‘애플의 추락’ 분석기사
“보도 배경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전세계 금융시장에 큰 영향”

애플의 아이폰 홍보 이미지. (사진=게티 이미지, 블룸버그)
애플의 아이폰 홍보 이미지. (사진=게티 이미지, 블룸버그)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AI 없는 애플은 고성장 기술기업이라기보다는 ‘코카콜라’처럼 보인다”

블룸버그가 최근 애플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넘어서, 기업으로서 비전과 가치에 대한 혹독한 평가를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블룸버그는 지난 주 ‘애플의 10가지 문제점’이란 보도에서도 애플의 ‘기울어가는 운명’을 예고하기도 해 파장을 일으켰다.

17일(미 동부시간 16일)에도 블룸버그는 “ 나스닥 100에서 한 해를 시작하면서 애플은 가장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며 오프라인 기업의 불과한 코카콜라의 운명에 비유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애널리스트 중엔 “애플 주식은 (실적 위주의 투자대상주가 아닌) ‘가치주’에 가깝다”고 했다. 즉 ‘애플’이란 브랜드 위상 때문에 버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애플은 여전히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속도로 계속 증가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오프라인 기업 ‘코카콜라’와 같은 부류 묘사도

블룸버그는 유력한 외신 중에서도 특히 애플의 ‘낙관할 수 없는 미래’에 관심을 많이 쏟고 있다. 금년 들어 거의 매주 애플에 관한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 애플의 지속적인 ‘추락’을 예고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런 보도의 정확한 배경은 알 수 없지만, 영향력있는 글로벌 시장 전문 매체의 분석과 전망인 만큼 전 세계 투자자들과 전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날로 블룸버그는 “지난 20년 동안 애플의 기업가치와 애플 주식은 전 세계 투자 포트폴리오의 초석이었다”고 돌이키며, 그러나 “눈 깜짝할 사이에 애플의 ‘광택’이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원인을 “AI기술의 부재”와 이로 인한 기업 경쟁력 하락을 꼽았다. 그로 인해 “투자자들이 곤경에 빠지고, 수익은 정체되고 있으며 주식은 나스닥 100 지수보다 약 16% 포인트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는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큰 하락폭”이라고 짚었다. 또 “여전히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앞날을 알 수 없다”면서 “애플 경영진이 최근 ‘AI에 대한 큰 계획이 있다’고는 하지만, (성공 여부를 둔) 전망을 가늠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이런 진단과 함께 의구심 가득한 질문을 던졌다. 즉 “애플의 ‘AI 꿈’이 만약 실현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이 이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란 물음이다.

이에 블룸버그는 유명한 시장 전략가인 필 블란카토의 말을 인용했다. 즉 “코카콜라와 같은 가치주에 더 가까워졌다”면서 “새로운 촉매제가 생길 때까지 투자자들로선 가까운 미래에 대한 수동적 방어와 안정적 시장 수익률에 만족해야 할 것”이란 전망이다. 좀더 획기적인 수익이나 투자는 애초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뜻이다.

애플의 나스닥100  그래프. (출처=블룸버그)
애플의 나스닥100 그래프. (출처=블룸버그)

“오랜 영광, 그러나 순식간에 ‘광택’ 사라져”

이 매체는 그러면서 “애플은 그저 신뢰할 수 있는 머니머신(금고처럼 돈을 잠궈두는 곳)으로 남아 있다.”고 표현하며 “확실히 주주 친화적인 현금 흐름의 거대 기업이자 대차대조표를 안전하게 조율하는데 불과한 안전한 피난처”라고 했다. 과감한 투자 대상이라기보단, 그저 현상 유지에 만족해야 하는 주식인 셈이다.

그렇다보니 차세대 성장 모티브를 갖는 시장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은 AI에 관심을 돌렸다는게 블룸버그의 진단이다. 특히 “엔비디아는 대규모 언어 모델을 구동하는 데 사용되는 칩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로 인해 애플을 겨냥하며 시장가치 3위에 오른 것이 좋은 사례”라고 했다.

실제로 애플은 올해 10% 이상 하락해 시가총액이 약 3,300억 달러 감소했다. 생성AI에 주력해온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시장가치 1위 자리를 넘겨준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장 가치는 3조 1천억 달러에 달하며 애플은 2조 7천억 달러에 그친다. AI 컴퓨팅 파워를 위한 ‘군비 경쟁’ 속에서 매출과 이익이 급증한 엔비디아는 2조 2천억 달러로 애플을 숨가쁘게 추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특히 “애플이 갑자기 성장을 멈췄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상당 기간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게 문제”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 회계연도엔 주가가 기록을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매 분기마다 매출이 줄어들었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AI의 부재다.“아이폰 판매가 부진하고 규제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 회사는 AI에 대해 아무 것도 보여준게 없다”고 했다. 애플로선 뼈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블룸버그는 특히 “‘비밀’로 악명 높은 애플은 AI 서비스를 제품에 통합하려는 계획에 대해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르면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이 올해 AI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시장 전문가들도 몇 달 안에 열리는 애플의 연례 소프트웨어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큰 소식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들은 인내심을 잃고 AI 분야에서 더 명확한 경로를 가진 (엔비디아, 인텔, MS, 구글 등의) 주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게 블룸버그의 진단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 둔화 가능성이 문제”

블룸버그는 또 “애플의 고민의 핵심은 무엇보다 매출 성장의 가능성이 사라지는(혹은 줄어드는) 것이며, 어떤 방안으로 매출을 촉진할지도 불분명하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가 이미 지난 주 보도를 통해 나열한 바에 따르면 거의 10년 만에 내놓은 주요 신제품 카테고리인 ‘Vision Pro 헤드셋’은 앞으로 몇 년 간은 성장에 그다지 기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최근엔 전기 자동차 ‘애플카’ 프로젝트도 중단했다. 특히 아이폰 매출이 정체되고 있고, 중국에서조차 경기 침체와 경쟁 심화로 인해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게다가 애플은 규제 당국으로부터 거센 압력을 받고 있다. 이달 초, 애플은 자사 플랫폼에서 음악 스트리밍 경쟁업체를 차단했다는 주장에 대한 EU의 조사 결과, 약 20억 달러(이미 부과된 과태료까지 합하면 한화 3조원 가까운 금액)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미국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 법무부는 애플이 경쟁업체와의 경쟁을 방해하기 위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제한을 부과했다는 이유로 제소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런저런 악조건으로 인해 ‘2023 회계연도’ 매출은 3% 감소했고, 올해는 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매출이 33% 증가한데 비하면 거의 ‘폭락’ 수준이다. 이에 비해 이번 회계연도에 엔비디아의 매출은 79%, 마이크로소프트는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플의 수익률 성장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 (출처=블룸버그)
에플의 수익률 성장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 (출처=블룸버그)

지난 몇 년 동안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동등한 수준의 ‘프리미엄 가치’ 평가를 받아왔다. 2년 전만 해도, 기술주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면치 못했을 때도 애플만큼은 오름세를 유지하며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단언했다.

실제로 애플은 지난 여름만 해도 향후 12개월 동안 예상되는 수익이 현 시점의 약 30배였으나, 지금에 와선 약 25배로 떨어졌다. “이는 월마트의 가치 평가와 유사한 수준”이란 얘기다. 반면에 MS는 32배, 엔비디아는 35배에 달한다.

“다만, 일말의 가능성있어도 여전히 불투명”

블룸버그는 다만 애플에게 ‘일말의 가능성’은 있다고 여지를 두긴 한다. 즉, “(같은 기술기업인) MS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에 미뤄보아, 애플도 장기적으로 성장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면서 “2014년 새티야 나델라가 MS를 인수했을 당시 이 회사는 ‘20세기 사고방식’에 젖어있고, 주가가 연속 하락하는 그저그런 소프트웨어 제조업체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클라우드부터 AI에 이르기까지 망라하며, 주식도 급등하고 있다”면서 애플에겐 타산지석 내지 반면교사임을 에둘러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블룸버그는 “올해 암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애플 주가가 반등할 준비가 되어 있고 AI 경쟁대열에서 (낙오자로) 제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주장도 물론 가능하다”고 유보적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주장의 근거로 애플은 대차대조표에 1,70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순이익은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사실을 들었다. “이를 통해 애플은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수 있고,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들에게 현금을 돌려줄 수 있는 비교할 수 없는 자원을 확보할 수도 있다”고 긍정적 측면에 주목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한 전문가의 말을 빌려 “지금 가장 뜨거운 이슈, 즉 AI 열풍을 애써 외면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라며 애플의 쉽지않은 운명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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