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기반 소자 ‘과도한 집적, 소자 미세화, 막대한 전력량, 발열’ 등
다진법 소자 ‘연산 밀도 급증, 적은 소자로 빠르게 데이터처리, 전력 최소화’

SoC칩을 장착한 고성능 컴퓨팅 이미지. (출처=콘티넨달 코리아)
SoC칩을 장착한 고성능 컴퓨팅 이미지. (출처=콘티넨달 코리아) 최근 기존의 이진법 실리콘 기반 소자를 대체할 수 있는 다진법 반도체 소자 기술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실리콘 반도체는 생성AI 등이 발달하면서 복잡한 연산과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한계가 생기고 있다. 과도한 집적도와 소자 미세화로 인한 과도한 패터닝 등으로 막대한 전력 소모와 발열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최근 일부 과학자들 간에는 기존 이진법 정보처리 소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집적 회로의 데이터 처리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진법 반도체’ 소자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다진법을 활용하면 같은 면적에서 적은 수의 회로로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월등하게 높아지고, 배선 저항 등을 줄여 전력 소모나 발열, 속도 지연 등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노미터(nm) 소자에선 ‘무어의 법칙’ 안 통해

이미 수 년 전부터 이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이 빨라지면서, 최근엔 기존 실리콘을 기반으로 한 CMOS소자를 대체하며 실용화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보고도 잇따르고 있다.

CMOS는 애초 대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소자 미세화를 위한 집적도를 높여 채널이 작고도 빠르게 작동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그래서 1년6개월이나 2년마다 반도체 집적도가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으로 설명되어 왔다.

그러나 극미세한 크기, 즉 나노미터(nm) 스케일의 소자 사이즈에선 더 이상 이를 줄일 수 없게 되었다. 남수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이에 관한 기술동향 보고서에서 “트랜지스터 미세화에 따른 숏채널 이펙트(short-channel effect), 배선 길이 증가에 따른 기생 커패시턴스와 저항 등으로 전력 효율이 떨어지거나 신호 처리 속도가 저하되고 있다”면서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어, 최근에는 반도체 소자의 집적도나 성능이 무어의 법칙을 벗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이에 “반도체 연산 소자의 데이터를 최소한의 전력으로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아키텍처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신규 반도체 소자에 대한 연구가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오고 있다”고 전했다. 즉 다전도 반도체 소자 연구가 그것이다.

다진법으로 단위 장치당 정보 밀도 높여

이는 한 마디로 주어진 단위 장치당 정보 밀도를 높이는 시스템이다. 즉, 기존 2진법 체계의 CMOS 로직이 아닌 3차, 4차 또는 그 이상의 다중값을 사용, 단위 장치당 정보 밀도를 높이는 로직 시스템이다.

비전문가가 알기 쉽게 설명하면, 128을 표현하려면 2진법으로는 8개의 비트가 필요하지만 3진법으로는 5개의 트리트(3진법 단위)만 있으면 된다. 이런 방식으로 메모리를 저장하면 연산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반도체의 발열과 전력 소모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다진법 반도체 시스템, 즉 ‘Multi-Valued Logic(MVL)’ 시스템은 적은 수의 로직으로 메모리 정보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의 2진법에서는 정보가 0비트 또는 1비트로 저장되지만, 다진법 시스템에서는 0비트, 또는 1비트, 2 비트 또는 그 이상으로 저장된다. 그 만큼 적은 수의 로직으로 정보 밀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2진법에 비해 더 적은 수의 로직 게이트와 배선으로도 같은 데이터양을 처리할 수 있다. 즉 밀도 문제나 전력 소비, 데이터 처리 속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란 기대다. 이에 “2진법에서 3진법, 4진법 로직으로 전환되면 시스템의 전력소모가 43.1%까지 감소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남 선임연구원은 “진법 즉 ‘n’이 커지면, 연산 밀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많은 양의 데이터를 더 적은 소자 수로 표현하게 되어 연산의 간소화가 가능하게 된다”며 이미 국내에서도 활발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학계와 대기업 연구소 등에서도 거의 실용화단계를 기대할 만큼 진척이 이뤄지고 있다.

KIST ‘빛 활용, 다진법 컴퓨팅’도 주목끌어

최근의 대표적인 경우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광전소재연구단 황도경 박사 등이 개발한 빛을 활용한 다진법 반도체 소재 기술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에너지공학과 이종수 교수 공동연구팀과 공동으로 시행한 연구 결과 “새로운 0차원-2차원 반도체 인공접합 신소재를 개발하고, 빛으로 작동하는 차세대 메모리 효과를 관찰했다”고 지난해 9월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다진법 컴퓨터의 연산부와 저장부 간의 데이터를 전기 신호가 아닌 빛을 활용해 전송하면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셀레늄화 카드뮴 (CdSe)의 표면에 황화아연 (ZnS)을 입힌 코어쉘 (core-shell) 구조의 양자점과 몰리브덴황 (MoS2) 반도체를 접합시킨 0차원-2차원 반도체 인공접합 신소재를 제작했다. “이 신소재를 이용하면 10nm 이하 크기의 양자점 안에 전자 상태를 저장하고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0과 1 상태만 존재하는 기존 2진법 메모리와 달리, 0과 10 이상의 상태를 나누고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황화아연 쉘은 인접한 양자점끼리의 전하 누설을 방지해 단일 양자점 하나하나가 메모리 기능을 하도록 돕는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또 “기존의 0차원-2차원 반도체 인공접합 구조에서는 양자점이 단순히 광센서의 신호를 증폭하는 역할에 그친 것과 비교해, 연구팀이 개발한 양자점 구조는 플로팅게이트 메모리 구조를 완벽하게 모방하여 차세대 광메모리로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면서 “특히 ‘다진법 메모리’ 현상의 효과성을 데이터셋을 이용한 신경망 모델링으로 검증한 결과 91%의 인지율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구팀은 “이같은 다진법 광메모리 소자는 기존 실리콘 반도체 소자의 미세화·고집적화로 인해 발생하는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이라며 “이를 장차 실용화함으로써 차세대 AI반도체 기술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