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산업에 400억 달러 투자, ‘9천억달러 국부펀드, 실리콘밸리의 젖줄?’
아랍에미리트에 손길 내민 오픈AI 움직임에 ‘자극’, 본격적 투자 나설듯
자국 내 AI산업에도 천문학적 투자, “‘AI 골드러시’ 본격 신호” 평가

지난 2023년 2월 8일 리야드에서 열린 LEAP 컨퍼런스에서 관람객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로봇 “Sara”를 시험해보고 있다. (사진=로이텉통신)
지난 2023년 2월 8일 리야드에서 열린 LEAP 컨퍼런스에서 관람객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로봇 “Sara”를 시험해보고 있다. (사진=로이텉통신)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중동 국가들이 AI 투자를 위해 필요한 막대한 자금의 젖줄이 될 전망이다. 나아가선 그들 스스르가 오일 머니를 AI기술 투자에 쏟아부을 움직임도 있어, 뜨겁게 달아오를 세계 AI시장의 가장 큰 ‘플레이어’가 될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가 20일 AI기술 개발에 4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우디는 이를 위해 일단 세계적인 VC(벤처캐피탈)인 안드레센 호로비츠와 함께 제휴, 약 40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인공지능에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다소 과장섞인 전망이긴 하나, 9천억달러나 되는 이 나라의 ‘국부펀드’ 또한 세계 AI산업의 지형을 바꿀만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야말로 “(사우디 등 중동국가의) A.I 자금 조달 비용 프로젝트는 가파른 상승세”라고 해야할 정도다.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사우디에 앞서 오픈AI의 CEO 샘 알트만은 AI 구동에 필요한 칩을 대량으로 제조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 정부에 거액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AI개발을 위해 그가 목표로 내세운 7조 달러라는 금액도 결국은 중동국가를 염두에 두고 있는 수치다.

‘중동의 맹주’ 자처하며 ‘AI산업의 맹주’ 지향?

이에 특히 중동의 ‘맹주’를 자처하는 부국 사우디가 자극을 받아 본격적으로 AI개발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특히 사우디의 공공 투자 기금 총재인 야시르 알 루마얀은 호로비츠와 회동한 자리에서 “실리콘 밸리 회사가 국가의 수도인 리야드에 사무실을 설립할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는게 주변의 얘기다.

앞서 최근 몇 주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공 투자 기금 대표들은 안드레센 호로비츠를 비롯한 기타 금융가들과 잠재적인 파트너십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계획된 기술 펀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인공 지능 분야의 세계 최대 투자자’로 만든다는 목표다. “이는 또한 석유가 풍부한 국가의 글로벌 비즈니스 야망뿐만 아니라, 경제를 다각화하고 지정학에서 더욱 영향력 있는 주체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의 평가다. 실제로 사우디는 이미 9천억 달러 이상에 달하는 국부펀드를 통해 AI를 비롯한 미래산업의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사우디 국부 펀드 관계자들은 이미 A.I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안드레센 호로비츠와 제휴한 것도 그 때문이다. 공동 창립자인 벤 호로비츠는 루마얀 국부펀드 총재와 친구이기도 하며, 펀드가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400억 달러라는 목표는 미국 벤처 캐피털 회사들로선 사상 최대의 금액으로 기록될 만하다. 이를 웃도는 금액은 오랫동안 신생 기업에 세계 최대 투자를 해 온 일본 대기업인 소프트뱅크만이 유일하다.

기금 투자 위해 안드레센 호로비츠 등 VC와 제휴

인공 지능을 둘러싼 세계적인 열풍으로 투자자들은 엔비아나 오픈AI 등을 비롯한 AI기업들의 가치를 크게 높이고 있다. 예를 들어 앤트로픽 같은 스타트업조차 불과 1년 동안에 70억 달러 이상을 모금, 졸지에 유니콘의 대열에 들어갔다. 이는 벤처 캐피털 세계에서는 사실상 유례가 없는 엄청난 ‘자금의 홍수’라는 얘기다.

그런 가운데 오픈AI가 무려 7조~8조달러의 목표치를 제시함으로써 그런 분위기를 더욱 달아오르게 했다. ‘중동의 맹주’를 자처하는 사우디로선 이에 크게 자극을 받을 수 밖에 없게된 셈이다.

사우디는 이날 “국가 차원에서 차세대 컴퓨팅을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칩 제조업체와, 값비싸고 광대한 데이터 센터를 포함, 인공 지능과 관련된 일련의 기술 스타트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를 원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자국 내의 AI기업과 산업에도 본격적으로 투자를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사우디는 2024년 하반기부터 이런 거액의 투자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400억 달러나 되는 펀드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안드레센 호로위츠 모두 AI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에서 ‘핵심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또한 사우디와 호로비츠는 “다른 벤처 캐피털리스트들도 사우디의 기술 펀드에 참여할 수 있다”며 투자의 반경을 확대할 의도도 내비쳤다.

사우디의 ‘국부펀드’에 국제비즈니스계 ‘눈독’

애초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국제 비즈니스계에선 무려 9천억달러나 되는 사우디의 국부 펀드의 움직임도 면밀히 모니터링했다. 펀드의 국제적인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2018년부터 이에 글로벌 투자 회사와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었으나, 그 무렵 사우디 요원들이 사우디 이스탄불 영사관에서 반체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납치,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런 분위기가 잠시 주춤하기도 했다.

지난 2022년엔 사우디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운영하는 회사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정치적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물론 이 밖에도 시행착오도 여러번 있었다. 지난 2016년 우버에 35억 달러를 쏟아부었으나, 그 결과가 신통찮아 크게 어려움을 겪었다. 일본 회사의 1000억 달러 비전 펀드를 위해 소프트뱅크에 450억 달러를 전달했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다. 이 펀드는 현재 파산한 부동산 회사 위워크와 로봇 피자 제조 회사 줌과 같은 기타 실패한 스타트업을 포함한 수십 개의 기업에 전달되었다.

그럼에도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는 “사우디가 다시 미국, 그리고 우리의 품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인공지능에 투자하기 위해 약 4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기로, 사람들이 살고 일하는 방식을 재편하기 시작한 기술을 향한 AI골드러시를 본격적으로 부추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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