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 시연, “예전 기술 획기적 개선”
“환자, ‘멀티태스킹 가능, 이식 경험 얘기하면서 동시에 체스게임,”

뉴럴링크가 개발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로 체스 게임을 하고 있는 사지 마비 환자. (사진=월스트리트 저널)
뉴럴링크가 개발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로 체스 게임을 하고 있는 사지 마비 환자. (사진=뉴럴링크, 월스트리트 저널)

[애플경제 이윤순 기자]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가 최초로 환자를 대상으로 ‘뇌 임플란트’를 시술한 사실이 공개되었다. 다이빙 사고로 몸이 마비된 남성에게 칩을 이식, 자신의 생각대로 컴퓨터 커서를 움직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날 소개된 최초의 뇌 컴퓨터 임플란트 환자는 실시간 스트리밍에서 자신의 생각만으로 컴퓨터 커서를 움직여 체스를 둘 수 있음을 시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같은 모습을 전하며,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가 최초로 뇌 컴퓨터 임플란트를 놀란드 아르보라는 환자는 29세의 다이빙 사고 피해자”라면서, “머스크의 X 플랫폼에서 스트리밍된 9분짜리 프레젠테이션에서 그는 화면 주위로 커서를 움직여 체스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전했다.

환자, 추락사고로 어깨 아래 모두 마비

아르보는 추락 사고 이후 어깨 아래가 모두 마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대한 자선 기부를 요청하는 웹페이지에 의하면 지난 2016년 6월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아르보에게 처음 시도한 시술은 지난 1월에 있었으나 이번에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술 현장에서 환자인 아르보는 스타워즈 같은 영화를 언급하며 “(생각만으로도) 마치 커서에 힘을 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의 시술은 잘 끝났고 하루 만에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컴퓨터 커서를 움직이는 것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에 있어 새삼스런 기술적 도약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04년에 인간에게 처음 브레인 칩을 이식, 신체가 마비된 사람이 생각만으로 커서를 움직일 수 있게 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이식된 칩이 오래되면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해 뇌 외부의 장치에 부착되어야 하며, 피부를 통해 돌출된 전선이 필요했다.

무선으로 데이터 전송, 충전, “야외에서도 사용”

이런 문제점을 완전히 해소한 것이 뉴럴링크다. 뉴럴링크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데이터를 무선으로 전송하며, 집이나 실험실 환경 밖에서도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번 실험에서 또 다른 주목할만한 특징은 환자인 아르보가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임플란트를 받은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체스를 둔 것이다. 그전에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시연하려면 오직 그 실험 대상인 한 가지 작업에만 전념해야 했다.

앞서 지난 1월에도 머스크는 “첫 번째 환자가 임플란트를 받았고 그 사람이 잘 회복되고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 후로 아르보는 임플란트 사용법을 숙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생각대로 커서가 어떻게 이동하고, 변환되는지 이해하기 위해 훈련하는 과정을 월스트리트저널에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훨씬 쉬워졌고 이제는 단순히 화면을 보기만 하면 커서가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완벽하지는 않고, 몇 가지 문제에 직면했다”면서도 “하지만 이 장치가 이미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고 했다. 그는 또 밤새도록 “또 다른 비디오 게임을 즐겼다”면서 “다만 8시간이 지나면 뉴럴링크의 배터리가 소진되어 게임을 계속하려면 재충전해야 했다”고 전했다.

뉴럴링크는 무선 충전으로 전기를 공급한다. 두개골에 이식된 1/4 크기의 칩과, 뇌에 삽입된 머리카락 모양의 전극을 결합한다. 앞서 실험 단계에서 이 회사는 원숭이가 충전 코일 아래에 서서 임플란트를 충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만 머릿속에서 배터리 충전을 해도 온도가 크게 상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과제였다.

동종업계에선 뉴럴링크 기술이 최첨단

현재 파라드로믹스,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 등 동종 업계에서도 뉴럴링크와 유사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뇌 컴퓨터 임플란트를 개발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아직 인간에게 영구적으로 임플란트를 이식하는 단계에 이르진 않았다.

그러나 또 다른 동종 기업인 싱크론(Syncron)은 이미 그런 수준에 도달했다. 이 회사는 뇌 상단의 혈관에 들어가 신경 신호를 읽을 수 있는 스텐트를 개발했다. 뉴럴링크보다는 덜 침습적인 수술이 필요하지만, 뇌 바로 외부에 이식되기 때문에 많은 신경 데이터를 캡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게 한계다.

머스크는 “뉴럴링크에서 언젠가 완벽하게 건강한 사람들을 뇌 이식으로 강화시켜 인류가 인공 지능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이번 시술 대상자인 아르보와 같이 쇠약한 상태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임플란트가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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